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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구르미 그린 달빛' 마지막 결말, 실제 역사와도 원작소설과도 다른 새로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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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구르미 그린 달빛' 마지막 결말, 실제 역사와도 원작소설과도 다른 새로운 결말!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10.19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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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상당히 놀라운 결말이었다.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팩션(Faction) 장르의 소설이라 할 수 있는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마지막회에서 실제 역사와도 다르고, 심지어 원작 소설과도 다른,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결말을 만들어내며 유종의 미를 장식했다.

18일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연출 김성윤 백상훈) 마지막회의 관건은 막바지에 들어서 역적 홍경래(정해균 분)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의 곁을 떠났던 홍라온(김유정 분)이 이영과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은 홍라온(김유정 분)과 키스를 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사진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마지막회를 앞둔 시점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였다. 드라마에서 박보검이 연기한 '왕세자 이영'의 실제 역사 속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효명세자'의 실제 삶을 따라가는 '새드엔딩'의 선택지와 이영이 왕세자의 자리를 버리고 홍라온과 함께 살아가는 원작소설의 나름 '해피엔딩'의 선택지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회에서 가장 유력한 결말은 사실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 등 대부분 영상매체의 특성처럼 결말 역시도 원작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따라가는 '해피엔딩'의 선택지가 가장 가능성이 높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 17회에서 왕세자 이영이 독살을 당해 쓰러지는 모습이 보여지긴 했지만, 22세의 나이에 요절한 효명세자처럼 이영을 이대로 죽여버리고 홍라온과도 이어지지 않는 새드엔딩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영이 이 독살사건을 계기로 궁에서 나와 홍라온과 평범한 백성으로 살아가는 원작의 결말을 드라마가 채택할 것이 유력해보였다.

하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실제 역사의 암울한 결말도, 그렇다고 원작소설의 대책없는 해피엔딩도 아닌 드라마만의 오리지널 결말을 만들어내며 모처럼 만족스러운 결말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원작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는 해도 사실 백성을 위해 선정을 펼치는 임금을 꿈꾸는 이영의 캐릭터와는 다소 동떨어진 결말로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원작은 효명세자나 신정왕후 등 실제 역사에 존재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효명세자가 22세의 나이로 요절해 왕위에 오르지 못했다는 실제 역사의 한계를 넘어설 수 없기에 왕세자 이영의 행보와는 다른 방식의 결말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마지막회에서 김윤성(진영 분)은 홍라온(김유정 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고, 실제 역사대로면 훗날 신정왕후가 되어야 했던 조하연(채수빈 분)은 세자빈 책봉이 무효가 된 채 다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순원왕후에 해당하는 중전 김씨(한수연 분)와 김조순에 해당하는 영의정 김헌(천호진 분)은 실제 역사와 다른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 [사진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그러나 드라마는 그런 부분에 있어 애초에 실제 역사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가상의 이야기이며 실제 역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매 회 방송 첫머리에 자막으로 계속 언급해왔기에 이런 실제 역사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굳이 캐릭터들을 원작과 달리 가상의 인물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이 마지막 결말을 위한 '큰 그림'이었던 것이다.

결국 '구르미 그린 달빛'의 마지막회에서 실제 역사대로라면 요절해 왕위에 오를 수 없었던 왕세자 이영은 외척세력을 몰아낸 후 직접 왕위에 오르게 된다. 실제 역사에서는 훗날 흥선대원군과 고종을 궁으로 들이는 장본인이 되는 신정왕후 조씨에 해당하는 세자빈 조하연(채수빈 분)은 왕(김승수 분)의 배려로 인해 세자빈 책봉 사실 자체가 무효가 되어 평범한 규수로 다시 살아갈 기회를 받게 됐다. 

그것 뿐이 아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의 결말은 실제 역사와 비교해보면 제법 놀라운 설정이 돋보인다. 순원왕후 김씨에 대비되는 중전 김씨(한수연 분)는 자신이 출산한 공주를 궁녀가 낳은 사내아이와 바꿔치기해 대군으로 속이려 한 죄가 들통나 궐에서 쫓겨나게 됐고,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연 김조순에 대비되는 영의정 김헌(천호진 분)은 홍라온을 지키다 죽은 손자 김윤성(진영 분)이 책상에 숨겨놓은 권총으로 자살한다. 

또한 왕세자 이영의 호위무사였던 김병연(곽동연 분)은 이영이 왕위에 오른 후 삿갓을 쓰고 먼 발치에서 이영을 지켜보는 모습으로 등장해 실제 역사 속 인물인 '김병연'처럼 훗날 방랑시인 '김삿갓'이 된다는 여지를 남겼고, 이미 정주성 전투에서 전사했어야 하는 '홍경래의 난'의 주역인 홍경래(정해균 분)는 백운회의 도움으로 무사히 살아남아 김병연과 함께 이영이 왕위에 오른 모습을 지켜보는 것으로 등장한다.

KBS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한 왕세자 이영(박보검 분)은 요절한 효명세자와 달리 무사히 왕위에 올라 자신이 꿈꾸던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김병연(곽동연 분)은 실제 역사처럼 '김삿갓'이 되어 방랑을 떠나지만, 홍경래(정해균 분)는 실제 역사와 다르게 이 시점까지 무사히 살아있었다. [사진 = KBS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구르미 그린 달빛'이 선보인 실제 역사와 원작소설, 그리고 드라마 사이의 파격적인 해석과 결단이 돋보이는 결말의 차이는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들이 본받아야 할 지점이다. 단순히 원작의 이야기를 형식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원작에서 시작하지만 원작의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더 나아가 원작과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원작을 재창조해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보검, 김유정, 진영, 채수빈 등 향후 충무로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배우들의 연기 뿐 아니라 재해석의 관점에서도, 그리고 백성을 생각하는 성군의 자세를 일깨워주는 주제의식, 그리고 로맨스 드라마로서의 애틋한 완성도까지. '구르미 그린 달빛'은 마지막까지도 일말의 실망감 하나 남겨두지 않으며 흠 잡을 곳 없는 완벽한 결말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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