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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비운의 에이스 커쇼-김시진, 야구의 신도 외면한 '가을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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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비운의 에이스 커쇼-김시진, 야구의 신도 외면한 '가을 잔혹사'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0.24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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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만 되면 약해지는 두 투수…커쇼 마지막 경기 패전으로 반복된 역사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운명의 장난이다. 가을만 되면 풀리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 성적이 나지 않아 ‘새가슴’이라는 원치 않은 별명도 붙었다.

국적은 다르지만 가을잔치에서 웃지 못한 에이스 투수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바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와 김시진 KBO(한국야구위원회) 운영위원의 이야기다. 둘은 정규시즌과 가을야구에서 성적이 확연히 상반돼 팬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번만은 다를 것으로 보였던 커쇼의 가을야구가 또다시 ‘새드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커쇼는 23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차전서 선발 등판, 5이닝 7피안타(2피홈런) 5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패전을 떠안았다.

컵스의 71년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커쇼는 크게 낙담했다. 이전까지 여정에서 충분히 잘 던졌지만 마지막에 팀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다저스는 2013년부터 4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하고도 월드시리즈행 티켓을 따지 못하는 악몽을 이어가게 됐다.

◆ '이번엔 다를 줄 알았건만', 71년 기다린 컵스에 무너지다

다저스에서 커쇼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그가 없는 다저스 선발진은 상상하기 힘들며 포스트시즌 진출도 낙관할 수 없다.

2008년 MLB에 데뷔한 커쇼는 그해 5승, 이듬해 8승을 올린 이후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겼다. 특히 21승을 올린 2011년, 2014년, 평균자책점 1.83(16승)을 찍은 2013년엔 NL 사이영상을 수상하며 빅리그 최고 투수임을 입증했다.

올 시즌 부상 때문에 많은 경기를 결장했지만 12승(4패)을 거두며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다한 커쇼는 다저스의 4년 연속 NL 서부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126승 60패 평균자책점 2.37.

‘이번엔 다르다’는 다짐과 함께 마운드에 오른 커쇼다. 워싱턴과 디비전시리즈 때만 해도 1차전 5이닝 3실점, 3차전 6⅔이닝 5실점을 기록해 ‘가을 잔혹사’가 재현되는 듯 했다.

하지만 커쇼는 다시금 힘을 냈다. 지난 14일 5차전에서 마무리 투수로 올라와 ⅔이닝 무실점을 기록, 팀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견인했다. 파워 커브로 마지막 타자를 삼진 처리한 커쇼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커쇼는 팀을 위해 희생했다. 단 이틀을 쉬고 컵스와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다. 이 경기에서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가을 인생투’를 펼친 그는 팀 1-0 승리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국 마지막에 무너지고 말았다. 타선의 득점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해 부담감이 컸을까. 커쇼는 5차전에서 1회부터 점수를 내주며 5이닝만 투구하고 물러났다. 5회말 앤소니 리조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을 땐 타구를 바라보며 “노(No)!”라고 외쳤고 그대로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MLB 통산 4승 7패 평균자책점 6.14(66이닝 45자책점). 가을만 되면 작아지는 커쇼다.

◆ 리그를 평정한 정규시즌, 한국시리즈엔 평범한 투수

김시진 위원 역시 선수시절 커쇼 만큼 팀에서 비중이 큰 선수였다. 1선발로서 많은 경기에 나섰다. 25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1985년에는 무려 47경기에 나섰다. 리그 2위에 해당하는 기록. 투수 혹사가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던 당시, 여차하면 마운드에 올랐던 김 위원이다.

페넌트레이스 기록만 보면 매우 화려하다. 1985년, 1987년(23승)에 다승왕을 차지했고 1988년엔 8번의 완봉을 달성,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프로 통산 124승(73패 16세이브)의 대업을 이뤘다. 故 최동원 감독, 선동열 전 감독과 시대를 풍미하는 에이스로 이름을 높였다.

▲ 지난 3월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개장식 때 마운드에 올라 시구하고 있는 김시진 위원.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하지만 포스트시즌엔 웃지 못했다.

선동열이 타이거즈 왕조를 이끌며 승승장구했고 최동원도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팀 우승을 견인했지만 김시진 위원은 유독 가을에는 부진했다.

1985년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우승에는 크게 기여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 0승 7패에 그치는 등 포스트시즌 성적이 0승 9패였다. 이처럼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이유로 김 위원에 새가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후 현대 유니콘스를 시작으로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감독을 역임했던 김 위원은 지휘봉을 잡은 7시즌 동안 가을야구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불명예를 안으며 현장에서 물러났다.

찬바람이 불면 정규시즌 때 위엄이 보이지 않은 커쇼와 김시진. 가을 잔혹사는 두 에이스의 너무나도 아픈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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