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9:45 (목)
[SQ포커스] 그저 바닥까지 떨어져봤을 뿐, 박태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상태바
[SQ포커스] 그저 바닥까지 떨어져봤을 뿐, 박태환 시계는 거꾸로 간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12.07 22: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악물고 현역 연장, 아시아선수권 4관왕 이어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27)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저 바닥까지 떨어진 것뿐이었다. 그리고 박태환은 바닥에서 주저앉기를 거부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쓰디쓴 실패는 박태환에게 재도약 발판이 됐다.

박태환은 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의 WFCU 센터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34초59의 기록으로 한국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박태환은 2006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던 쇼트코스 세계수영선수권에도 참가해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적이 있다. 당시 박태환은 17세의 파릇파릇한 선수였다. 그해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와 400m,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400m 혼계영, 400m 계영, 800m 계영에서 동메달을 차지하며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바로 10년 전 이 대회에서 출전해 얻은 기록이 3분40초43이었다. 박태환은 이번에 힘이 넘쳤던 10년 전의 기록보다 무려 6초나 앞당긴 것이다. 보통 나이가 들면 파워가 줄어들기 마련인데 오히려 스피드를 앞당겨 기록을 단축시킨 것이다.

박태환은 올해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다. 박태환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적발된 약물 복용 사실 때문에 1년 6개월 동안 선수로 뛸 수 없었다. 올림픽 출전에 기대를 걸었지만 대한체육회가 가로막고 나섰다. 대표선수 자격요건이 미달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지리한 싸움을 해야만 했다. 명백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금지하고 있는 이중징계였지만 '약물쟁이'라는 굴레는 자신의 정당한 싸움을 힘들게 만들었다. 지리한 싸움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어렵사리 따내긴 했지만 돌아온 것은 '한물갔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박태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남들이 끝났다고 했을 때 박태환은 4년 뒤 도쿄 올림픽까지 생각했다. 이를 악물고 호주에서 훈련을 거듭한 결과 전국체전을 통해 기록을 앞당기는데 성공했다. 전국체전 400m 기록 3분43초68은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가브리엘 데티의 3분43초49와 큰 차가 없는 기록이었다.

결국 지난달 도쿄 아시아수영선수권에서 100m와 200m, 400m, 1500m 금메달을 휩쓸었고 쇼트코스이지만 세계수영선수권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보통 쇼트코스 세계선수권은 시즌 말에 벌어져 세계적인 스타가 모두 나서지는 않지만 FINA가 주관하는 세계대회로서 인정받기 때문에 결코 떨어지는 기록이 아니다.

이제 박태환의 눈은 세계 정상에 향해 있다. 내년 7월 헝가리에서 정규코스에서 치러지는 FINA 세계수영선수권에서 명예회복을 벼른다. 박태환이 헝가리에서 건재함을 입증한다면 2년도 남지 않은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메달에 도전할 수 있다. 도핑 양성반응 때문에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땄던 메달을 모두 박탈당했지만 4년 만에 다시 메달을 수집할 수 있는 것이다. 박태환의 5번째 올림픽 도전도 가시화된다.

2004 아테네 올림픽 당시 스타트 실격으로 고개를 떨궜던 중학생 박태환은 어느새 30대를 앞둔 베테랑이 됐다. 사실 수영에서는 현역 은퇴를 선언해도 하나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다. 그러나 박태환은 2016년에 더욱 단단해졌다. 시련이 마린보이를 강하게 만들었다. 현재 박태환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마지막 전성기를 향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불굴의 박태환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