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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오재원 이정후 그리고 백정현, 스포츠스타 SNS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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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오재원 이정후 그리고 백정현, 스포츠스타 SNS의 명암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12.08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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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경 연전연승? 스포츠스타 SNS, 정녕 '인생의 낭비'일까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SNS는 인생의 낭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던졌던 말이다. 맨유 간판스타 웨인 루니가 2011년 자신의 트위터에서 한 팔로워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과격한 단어를 써 논란이 불거지자 이같이 충고를 했다.

명장 퍼거슨 경의 뼈 있는 조언에도 스포츠와 연예계의 많은 스타들은 여전히 SNS를 사용하고 있다. 팬들과의 소통과 공감, 정보 공유, 자기 과시 등등 그 이유가 무엇이든 SNS는 유명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대중과 직접 연결되는, 매력적인 창구다.

▲ 오재원은 지난 4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남겼다. [사진=스포츠Q DB, 오재원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SNS에서 스포츠 스타들의 경솔한 언행이 잇따라 나오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통합우승 기념 두산 팬 페스트 도중 자리를 비운 사유를 밝히며 “악플 달지 말라. 좋은 말 할 때”라는 사족을 달아 화를 자초했다. “친구 결혼식 때문에 행사장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정만 언급하면 될 것을 굳이 “좋은 말 할 때”라는 한마디를 더 붙여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

평소 SNS에서 팬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로 유명한 오재원이지만 이날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두산 팬 페스트에서 일부 선수들의 팬 서비스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기 때문일까. 오재원의 해명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팬들의 항의가 줄을 이었다.

두산 팬들은 오재원의 인스타그램 외에도 야구 관련 커뮤니티, 두산 베어스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성토의 글을 남겼다. 한 팬은 “좋은 말로 안하면 어쩌려는 건지”라며 혀를 찼고 다른 팬들도 “평소에는 팬 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한 선수인데, 눈치가 없는 건가”, “선수님 노하시기 전에 팬 나부랭이들은 입을 닫아야겠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오재원이 “모든 분들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야 할 프로선수로서 사과드린다”는 장문의 글을 남기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SNS 공간에서 유명인으로서 얼마나 언행에 신중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였다.

▲ 이정후(사진)는 윤성빈의 "계산은 네가 하라"는 댓글에 부적절한 언어로 답했다. [사진=대한야구협회 제공, 이정후 인스타그램 캡처] 

스포츠 스타가 SNS 상에서 적절하지 않은 말로 논란을 빚은 사례는 또 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야구해설위원의 아들로 유명한 이정후(넥센 히어로즈)는 지난달 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올렸다. 이정후는 “서울 온 (윤)성빈이 데리고 가로수길 출근”이라는 글을 덧붙였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 부적절한 뜻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이정후의 게시 글을 본 윤성빈(롯데 자이언츠)이 “응 계산은 네가”라는 댓글을 남기자 이정후는 윤성빈에게 “김치X아”라고 답을 한 것.

여기서 김치X는 ‘된장녀’처럼 여성을 혐오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 중 하나다. 보통 “개념이 없다”고 생각되는 여성을, 또는 한국 여성 자체를 비하하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부적절한 단어를 쓴 이정후의 SNS를 본 누리꾼들은 “아버지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 “아무리 운동만 했어도 기본예절과 인성은 지켜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아들이 평소 SNS를 자주 사용하는 것을 알고 있는 이종범 위원도 “야구에 집중해야 하는데 휴대전화만 보고 있더라. SNS도 그다지 좋은 점이 없어 보이는데,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를 잊지 않았다.

프로무대에 들어서는 이정후는 과거 페이스북 계정에서도 여러 차례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해 팬들로부터 지적을 당한 적이 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야구 외적인 일로 구설에 오른 건 선수 입장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야구계 대선배인 아버지로부터 지적을 받은 만큼, 이 참에 SNS를 자제 또는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그를 아끼는 일부 팬들의 바람이다.

▲ 평소 여행다니는 것이 취미인 백정현에게 팬들은 '백작가'라는 별명을 부르고 있다. [사진=백정현 인스타그램 캡처] 

이 밖에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성민은 지난해 8월 경기 도중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접속한 것이 밝혀져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또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의 파블로 산도발은 지난해 6월 경기 도중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것이 화근이 돼 자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MLB에서는 선수가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경기 종료 시점까지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돼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몇몇 사례를 봤을 때 SNS가 마치 스포츠 스타가 사용해서는 안 될 것처럼 비쳐지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 의도가 순수하고, 그 방향이 올바르다면 SNS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백정현은 여행을 좋아하기로 유명한데,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오로지 여행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올리는 공간으로만 쓰고 있다. 사진의 질이 매우 높아 팬들로부터 ‘백작가’라는 별명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풍경사진을 찍는 법에 대한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백정현의 SNS는 팬과의 소통 채널의 좋은 예가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선수 생활을 아무 탈 없이 이어가기 위해서 무조건 SNS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일반인도 자신이 내뱉은 말에는 책임을 진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중의 큰 관심이 쏠리는 스포츠 스타라면 자신의 말엔 확실하게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오늘날 슈퍼스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훌륭한 실력뿐만 아니라 빼어난 인성도 요구된다. 바른 삶을 살아야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될 수 있다는 것.

엘리트 체육이 중심인 한국 체육계는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오로지 운동만을 가르쳤다. 이제는 프로 선수가 돼서도 올바른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학교나 구단에서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타에게 양날의 칼이 되고 있는 SNS의 짙은 명암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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