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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인물] '도깨비' 이동욱 저승사자의 '눈 이마 입'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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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인물] '도깨비' 이동욱 저승사자의 '눈 이마 입'의 마술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01.10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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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검은 갓과 두루마기 그리고 창백한 피부와 붉은 입술.

어린 시절 이불 속에 숨어 눈만 빼꼼 내밀고 보던 KBS ‘전설의 고향’ 속 저승사자는 늘 이랬다. 시퍼런 조명까지 가세하면 음산함과 함께 공포감은 배가 되곤 했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세계로 이끌고, 십대왕 앞에 인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저승사자의 임무를 놓고 보면 ‘전설의 고향’ 저승사자의 이미지는 차갑고 음침한 이미지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요즘 저승사자의 발칙한 반란(?)이 시작됐다. 인기 고공비행 중인 케이블채널 tvN의 금토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극본 김은숙·연출 이응복)를 통해서다. 극 중 이동욱(36)이 분한 저승사자는 지금껏 우리가 형상화했던 저승사자의 새로운 ‘버전 업’이다.

이동욱 [사진= 스포츠Q DB]

드라마 자체가 과하게 어둡지 않을 뿐더러 이동욱이 연기하는 저승사자는 고전적인 캐릭터에서 한 발, 아니 두 세 발걸음 더 나아간 파격적인 모습이다.

먼저 저승사자 이동욱의 버전 업 요소를 찾아보자.

먼저 패션의 진화다. 저승사자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았던 검은 두루마기는 맵시 넘치는 블랙 슈트나 롱코트로, 갓은 멋들어진 페도라로 변화했다. 여기에 표정과 성격도 인간미를 더했다. 감정이 전혀 없는 무표정과 무거운 침묵으로 일관했던 저승사자는 이동욱을 거치며 인간처럼 희로애락을 느끼고 조울증 환자처럼 감정의 굴곡을 탄다.

이동욱은 저승사자 본연의 업무를 담당할 때는 사뭇 진중하지만 그 외의 일에선 어딘가 허술하고, 어수룩하다. 마음도 약하고 잔정도 많고 질투 또한 뒤지지 않는다.

한 눈에 반한, 전생의 연인 김선(유인나 분) 앞에서 더욱 무너진다. 전화 한 번 걸기 힘들어 휴대전화만 노려보고, 유인나가 덕화(육성재 분)에게 관심을 보이자 질투를 숨기지 못하며 최면을 거는 치사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또 자신을 골탕 먹인 도깨비 김신(공유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도깨비가 싫어하는 말의 피를 구해와 ‘굿나이트’ 인사를 남기고 철저한 채식 주의자로서 콩나물 다듬고, 마늘을 깐다. 게다가 집안일의 달인으로 빨래하기는 애교, 수건은 칼 각으로 접는 게 기본이고, 고급스러운 중절모는 세탁소에 맡기는 철저한 면도 지니고 있다.

이동욱 [사진= tvN '도깨비' 방송 화면 캡처]

지난 6일 네이버 V DRAMA 채널을 통해 이뤄진 인터뷰에서 이동욱이 '도깨비' 최고의 애드리브로 꼽은 써니 이름을 저장하는 내용, '선희 아니곳 ㅅㅓ 니' 등을 비롯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 드세요 이승의 기억을 잊게 해 줍니다", “500(만 원) 해 줘”, “이름을 몰라”, “명함이 없어”, “제 이름은 김우빈입니다”, “당장 내보내야겠다고!”, “더 가까이 붙어서 가. 어디, 내가 어딜 못 가는데?” 등등.

이동욱은 어수룩하면서도 질투심이 들어간 대사를 내뱉을 때 뾰로통하게 입술을 내밀거나 눈 꼬리를 내려 귀여운 강아지 못잖은 ‘멍뭉미(美)’를 발산한다.

또 지난 7일 12회에서는 이동욱의 전생 전모가 밝혀졌다. 그는 고려시대의 왕 왕여로 유인나의 남편이며 공유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이동욱은 '왕여'의 인간적 고뇌와 번민 그리고 외로움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실로 이동욱은 ‘도깨비’에서 코믹과 진지,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미묘한 연기에 빛을 발한다. 거기에는 18년 동안 착실히 쌓아온 연기 내공이 힘을 얹는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이목구비(耳目口鼻)중 눈(目)을 비롯해 이마 그리고 입술 등이 나름의 역할을 하며 팔색조 변신의 매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눈이다. 이동욱 매력 요소의 하나인 눈은 짙은 쌍꺼풀이 진 큰 눈이다. 마치 사슴의 눈처럼 맑고 깊다. 슬픈 눈빛에선 크렁크렁할 정도여서 감성 연기에 강점을 갖는다. 성인이 된 ‘왕여’의 처연한 눈빛에는 연인을 잃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그리움을 모두 담아낸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동욱은 어벙한 표정 연기를 할 때 눈매 덕을 톡톡히 본다. 살짝 내리 뜨면 마치 게슴츠레 졸린 눈처럼 연출돼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한다. 졸린 눈과 사슴 같은 맑은 눈, 가히 '눈의 마술'이 아닐 수 없다.

이동욱 [사진= 스포츠Q DB]

여기에 널찍한 이마도 도움을 준다. 곱슬머리로 이마를 가렸을 때와 반듯한 이마를 완전 개봉했을 때의 이미지는 완전히 딴 판이다. 젊음과 늙음의 경계를 넘어 완숙미를 뽐낸다.

붉은 입술도 눈길을 끈다. 저승사자의 하얀 피부를 강조하기 위해 입술에 무언가를 발랐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원래 빨갛다"는 것이 이동욱의 설명이다. 그 붉은 입술은 저승사자로선 차가움의 상징이지만 삐침의 도구로 이용될 때는 또 다른 정점을 찍는다.

이동욱은 1999년 데뷔 이후 실장, 본부장 등 주로 멋있는 역할을 연기했다. 특히 2005년 SBS 드라마 ‘마이걸’(극본 홍정은, 홍미란·연출 전기상)에서 ‘재계의 댄디가이’ 설공찬 역을 연기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2015년 이동욱은 tvN 드라마 ‘풍선껌’(극본 이미나·연출 김병수)에서 박리환을 연기하며 배우로서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 중 이동욱은 치매에 걸린 엄마를 향한 절절함과 남매처럼 자라 온 소꿉친구를 향한 애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주목 받았다

극중 육성재에게 ‘끝 방 삼촌’, 그리고 팬들에게 ‘저승이’로 통하는 이동욱-. 드라마 ‘도깨비’는 그에게 새로운 캐릭터의 즐거움과 함께 대중의 사랑을 선사하지 않았을까? 공유와 김고은의 러브라인 못잖게 이동욱 유인나의 절절한 사랑 결말에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그렇고 이동욱 공유의 브로맨스에도 훈훈함을 만끽하는 것은 그 증거다. 새 캐릭터에 녹아들어 온전히 자신만의 캐릭터로 승화시킨 이동욱이 요즘 더 커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일 듯하다.

저승사자인데 저승사자 같지 않은 이동욱의 전생 아닌 앞날이 궁금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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