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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둘로 쪼개진 배구협회, 진준택 김건태 원로 배구인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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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둘로 쪼개진 배구협회, 진준택 김건태 원로 배구인의 생각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1.13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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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회장, 재정적 지원 받쳐줘야", "사람 잘 쓰는 인물이 차기회장 돼야"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한쪽에서는 회장을 탄핵했다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절차상 하자 등 몇몇 이유를 들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대한배구협회의 현주소다.

대한배구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그 흔한 협회장 인사말조차 없다. 임원현황도 모두 빈칸이다. 협회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배구회관에서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서병문 회장을 포함한 임원 전원의 해임을 의결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홍병익)의 과도 체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협회 사무국 협조를 통해 행정 공백 최소화, 차기 회장 선임 등의 역할을 맡고 있는데 서병문 회장은 이에 반발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취임 4개월 만에 서병문 회장 불신임 등 사태가 이렇게 꼬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배구협회 산하 일부 협회와 연맹 전무이사들은 공약 미 이행과 인사 전횡을 이유로 내세웠다. 전체 대의원 23명 중 16명이 참석한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이들 전원이 찬성에 표를 던져 서 회장을 포함한 38대 임원의 모든 권한이 정지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서병문 회장이 “협회 규정상 회장 불신임안이 가결 처리되려면 대의원의 ⅔이상인 16명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대의원 중 1명인 김광수 중고연맹 회장이 신임 중고연맹 회장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기 위해 사퇴했으므로 자격이 없다”며 임시 가결 처리된 불신임안이 ‘부결’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비대위와 서병문 회장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법적 분쟁까지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 회장은 “집행부가 공식 취임하고 일도 본격 시작해보기 전에 법적 정당성과 명분도 없이 집행부 전원 불신임(해임)하는 행태를 용인하는 건 협회와 한국배구 역사에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부당하고 비상식적인 ‘파벌적 구태’와 싸우겠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법적 소송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비대위는 “협회정관 제21조 제3항에 의거, 60일 이내에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법정싸움으로 비화될 경우 ‘갈 길 바쁜’ 대한배구협회의 앞날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대한배구협회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까. 원로 배구인인 진준택 전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과 김건태 아시아배구연맹(AVC) 심판위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진준택 전 KOVO 경기위원장은 "대한체육회가 김광수 회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30일까지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김광수 회장이 대의원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스포츠Q DB]

◆ "김광수 회장 대의원 자격 있다…차기회장 선임, 철저한 검증 거쳐야"

“김광수 중고연맹 회장은 임시 대의원총회 당시 대의원 자격을 갖고 있었다.”

서병문 회장의 해임이 합당하다고 보고 있는 진준택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진 전 위원장은 “김광수 중고연맹 회장의 임기는 지난해 12월 31일까지였다. 임기 전에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데, 김광수 회장이 10월 21일 열린 중고연맹 정기이사총회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것은 임기를 다 채우고 사임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서병문 회장은 이때를 사의 시점으로 봤다. 그래서 김광수 회장이 대의원 자격이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준택 전 위원장은 “대한체육회에서도 김광수 회장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30일까지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면서 “임시 대의원총회가 지난해 12월 29일에 열렸기 때문에 유권해석만 보면 김광수 회장의 표는 유효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차기 회장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회장단의 재정적인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진준택 전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임태희 전 회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서병문 회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게 사실”이라고 밝힌 뒤 “서병문 회장은 취임 후 재정적인 지원도 적었고 공약을 실천하지도 않아 실망감을 안겼다. 한국배구를 다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이 필수다. 재정적으로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회장이 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진준택 전 위원장은 “대한배구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에 눈이 먼 사람은 안 된다”며 “현재 배구계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분이 회장이 돼야 한다. 철저한 검증과정을 통해 신임 회장을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건태 AVC 심판위원은 "서병문 회장은 김갑제 화성시청 감독이 세상을 떠났을 때 새 집행부를 꾸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사진=스포츠Q DB]

◆ "차기회장의 가장 큰 임무는 인사다"

“차기 회장이 가장 힘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내각을 잘 꾸리는 것이다. 일을 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잘 쓰는 분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

차기 회장의 자질과 덕목에 대한 김건태 심판위원의 바람이다.

서병문 회장이 대의원단과 마찰을 빚은 건 크게는 인사 문제 때문이다. 서 회장은 지난해 8월 회장 선거 당시 ‘인적 쇄신을 통한 새판 짜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회장으로 당선된 것과 동시에 김찬호 경희대 감독을 실무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미 두 차례 이사를 맡아 더 이상 이사직을 맡을 수 없는 김 감독에게 실권을 주기 위해 직위를 신설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김찬호 감독을 실무 부회장으로 선임한 건 워낙 능력이 뛰어난 분이기 때문이다. 대학 후배이지만 개인적인 인연 때문에 대우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의원단은 “서 회장이 자신의 당선을 도운 김찬호 감독의 실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무이사를 없애고, 실무 부회장 직위를 만들었다”고 날선 비판을 가한다.

김건태 위원은 차기 회장은 이런 부분에서 잡음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의 능력이 조금 모자라도 아래 사람을 잘 쓰면 나라가 잘 돌아가기 마련이다. 서병문 회장은 김갑제 화성시청 감독이 세상을 떠났을 때 집행부를 새롭게 꾸렸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한 뒤 “새 회장은 소위 상임이사들을 그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한다. 회장은 큰 그림을 그리고 실질적인 일은 참모들이 한다. 인사가 첫 번째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와 서병문 회장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지금, 배구인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배구협회의 정상화를 위해선 능력 있는 회장 아래 인적 쇄신을 통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원로 배구인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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