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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태환, 앓고 나니 '진짜 어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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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박태환, 앓고 나니 '진짜 어른'이 됐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1.23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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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이후를 내가 보장해 주는 거지."

지난해 11월 박태환(28)을 향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외압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온 국민이 분노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팠던 나날을 훌륭히 견뎌냈기 때문일까. 박태환은 이제 악몽을 훌훌 털어버리고 비상을 꿈꾸고 있다. 수영인생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다는 그가 한결 단단해졌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23일 인천 문학 박태환수영장에서 새해 공식훈련을 공개했다. 금지약물 복용 파문을 시작으로 대한체육회의 이중징계 적용 논란, 리우 올림픽 전 종목 예선 탈락, 김종 전 차관의 협박까지, 숱한 시련 끝에 비로소 미소를 되찾은 박태환이다.

리우에서의 실패를 딛고 지난해 연말 아시아선수권 자유형 4관왕(100m·200m·400m·1500m), 캐나다 윈저 세계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세계선수권 자유형 3관왕(200m·400m·1500m)으로 연달아 부활의 신호탄을 쏜 터라 기대감이 극에 달했다. 이날 현장에는 취재기자만 30여 명이 몰렸다.

박태환은 서두르지 않을 참이다. “몸을 풀고 있다.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는 시기는 외국 나가서부터”라고 말문을 연 그는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데이터가 나오면 출전 일정과 종목을 맞추려 한다. 종점은 세계선수권이다. 훈련 과정 동안 기록보다는 어떤 퍼포먼스를 내느냐에 포인트를 두겠다”고 말했다.

또한 “리우 올림픽 이후 다른 선수들이 시즌을 마감하고 휴식을 가졌다면 나는 연말에야 시즌이 끝났다”며 “급하면 오히려 더디고 잘못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강 운동을 하고 있다. 서서히 페이스 끌어올리려 한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만 잘 하고 외국 나가는 시점에 맞추면 된다”고 덧붙였다.

20대 후반이 되면서 체력에 대한 부담은 생겼지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박태환은 “어느새 내가 나이를 만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싶다”면서 “피로감도 느끼고 마음도 잘 안 풀릴 때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더 강하게 마음먹는다. 체력적인 부분은 훈련 때 많이 보강한다. 우승하면 그런 생각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젠 압박감도 덜 받는다. 박태환은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출전 여부가 정해지지 않아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탄산음료, 패스트푸드,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도 안 먹고 절제하고 관리했다. 그래서 좀 힘이 없지 않았나 싶다. 음식 조절 한 게 오히려 악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농담한 뒤 “술 빼고는 과자, 라면 등 먹고 싶은 걸 다 먹었는데 체전 때 더 좋은 기록이 나왔다. 식단 조절을 따로 하지 않는다. 먹고 싶은 거 많이 먹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주변도 살뜰히 보듬게 됐다. 특히 소속팀인 인천시청 측에 감사함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박태환이 희망하고 기량을 유지한다면 도쿄 올림픽까지 지원하겠다. 인천시 선수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선수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라는 시장님의 지시를 받았다. 박태환을 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고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박태환은 이에 대해 “인천시가 좋은 훈련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해준다. 높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잘 도와주신다. 불편함도, 힘든 점도 없다”며 “감사한 마음이다. 자부심, 무게감을 갖고 훈련한다. 혼자 훈련하는 게 예전에는 외로웠지만 지금은 적응됐다”고 말했다.

성숙함의 끝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린다.

박태환은 “1500m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다. 마라톤 같은 종목이라 부담을 갖고 싶지 않다”며 “400m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대부분 좋은 성적을 냈던 나의 상징적인 종목이다. 400m, 200m 순으로 중점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수영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해 세계선수권, 내년 아시안게임 이전에는 마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은퇴 시점에 못을 박더니 “내년 아시안게임이 세계선수권보다 더 중요하다. 아시안게임 준비의 과정으로 세계선수권에 임하고 싶다. 그 출발점이 행복하고 자신감 넘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훌쩍 자란 박태환이다. '대한민국 수영 아이콘'은 파란만장한 현역 인생을 어떻게 마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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