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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코미디빅리그'·'개그콘서트'·'웃찾사'… 개그 프로가 '제2의 전성기' 맞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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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코미디빅리그'·'개그콘서트'·'웃찾사'… 개그 프로가 '제2의 전성기' 맞으려면?
  • 김윤정 기자
  • 승인 2017.01.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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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윤정 기자] #1. 지난 28일 방송된 SBS 설날 특집 파일럿 예능 ‘코미디서바이벌 희극지왕(이하 희극지왕)’은 양세형과 장도연, 이경규와 박미선 등 신구(新舊) 코미디언들이 한자리에 모여 코미디 대결을 펼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신선한 시도와는 달리, 시청률은 아쉽게도 1, 2부 각각 3.7%(닐슨코리아, 이하 전국기준), 5%를 나타냈다.

현재 개그 프로그램의 오랜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KBS 2TV 예능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10% 전후를 맴돌고 있다. 일요일 방송되는 지상파 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과거 20%를 웃돌았던 황금기 시절을 생각하면 그 이유에 물음표가 붙는다. 시청자들은 이제 왜 개그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찾지 않는 걸까?

SBS 설날 특집 파일럿 예능 ‘코미디서바이벌 희극지왕’ [사진 = SBS 설날 특집 파일럿 예능 ‘코미디서바이벌 희극지왕’ 화면 캡처]

근본적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예능의 주기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때는 2000년대 초반이었다. 그 인기의 시작은 ‘개그콘서트’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9년부터 방송을 시작한 ‘개그콘서트’는 갈갈이 패밀리 박준형의 ‘무를 주세요’란 유행어가 인기를 끌던 시기가 전성기였는데, 이때가 2000년대 초반이었다. 

‘개그콘서트’가 불러온 개그 프로그램 열풍은 MBC와 SBS로 이어졌다. MBC ‘개그야’에서는 김미려의 ‘김기사 운전해’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는 양세형이 속해 있던 화상고의 ‘호이짜’가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가 2000년대 중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개그 프로그램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대중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요즘 개그 프로그램의 부진 원인에 대해 개그 스타의 부재를 꼽기도 한다.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새로운 개그 스타들이 계속 등장해야 하는데 최근 들어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새로운 포맷의 예능이 대거 등장하면서 개그맨의 예능진출 러시와 함께 개그 프로그램에 쏠렸던 대중의 관심도 분산돼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전후로는 결혼과 육아예능이 황금기를 맞았고, 얼추 2014년부터는 먹방과 쿡방의 시대가 도래했다. 현재는 시사, 교양프로그램들이 그 패턴을 이어받았다. 이런 변화의 양상을 봤을 때, 예능의 주기는 약 5년 단위로 달라진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KBS 2TV 예능 ‘개그콘서트’ [사진 = KBS 2TV 예능 ‘개그콘서트’ 제공]

#2. 예능의 주기변화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은 개그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대 변화에 따라 트렌드가 바뀌었고, 시청자의 니즈(needs)도 변했다. ‘희극지왕’에 출연한 박미선의 “웃음 포인트가 달라졌다”는 말에선, 이런 환경 변화로 인한 코미디언의 고충을 엿볼 수 있다.

프로그램은 달라지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형식과 종류를 다양화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다양화가 이뤄졌지만, 개그 프로그램 입장에선 이 모든 변화를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었다. 대부분 개그 프로그램이 공개 코미디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그 큰 틀을 변화시키기엔 상당한 제약과 어려움이 따랐다. 이로 인해 가장 많은 고충을 겪는 사람들은, 역시나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 특히 개그맨과 개그우먼들이었다.

데뷔한지 10년을 넘어선 개그맨 A씨는 “무대가 없으니까 힘들다. MBC는 코미디언실도 없어졌다. 각자 다른 곳으로 흩어지고 다른 직업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며 “과거엔 tvN 외에도 채널A나 TV조선에서도 코미디 프로그램을 내놨었고 명절이면 특집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지만, 쉽지가 않으니 코미디 프로그램을 하려는 PD들도 많이 없다”고 귀띔했다. 

SBS 예능 ‘웃음을 찾는 사람들’ [사진 = SBS 예능 ‘웃음을 찾는 사람들’ 화면 캡처]

#3. 프로그램의 폐지와 부진은 각 방송국 공채 코미디언들의 발걸음을 다른 방송사로 옮기게 했다.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코미디언들에겐 ‘터전’이 없어지는 일이니, 차선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tvN의 ‘코미디빅리그’는 다른 방송사 출신의 코미디언들을 자주 볼 수 있기에 주목을 받는다. 

A씨는 “SBS에서는 MBC의 사정을 고려해주는 부분이 있다. ‘코미디빅리그’도 기회를 열어놓는 편인데, 코미디를 짜는데 있어서 범위나 수위를 넓혀놓거나 제작진 측에서도 여러 가지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 또한 내공 있는 코미디언들이 너무 많아 경쟁이 쉽진 않다”고 말했다.

방송국 관계자 B씨는 “‘코미디빅리그’ 같은 경우는 선후배간의 서열이나 시스템적인 게 강하지 않은 분위기다. 아무래도 경직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습을 할 수 있으니,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이끌어내는데 더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코미디빅리그’ 측에서 직접 다른 방송사 개그맨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는 없지만,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해 기회를 주는 편이다. 제작진들도 코너를 잘 짜가거나 프로그램 시스템에 맞는 콘텐츠이면서 이를 잘 소화하는 코미디언들이라면 환영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현재 ‘코미디빅리그’는 공개 코미디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관객 참여와 경쟁구도, 시청자 투표와 트렌디한 개그 소재 등 시대의 변화에 따른 신선한 방식으로 개그 프로그램으로서 새로운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tvN 개그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 [사진 = ‘CJ E&M’ 제공]

#4. 그렇다면 ‘코미디빅리그’ 등 개그 프로그램들이 더 빛을 발하기 위해선 어떤 시도가 필요할까? 공개 코미디 형식을 지키면서도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선, 그 안에서 독특한 포맷을 찾고 시대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형식을 선보여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신구 코미디언들의 조화도 화제성을 높일 수 있다. ‘개그콘서트’의 ‘개국공신’ 김준호가 여전히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처럼, 이미 예능 진출에 성공한 코미디언들이 개그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예능을 선호하는 시청자 유입까지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항간에는 ‘공개 코미디의 한계가 왔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런 공개 코미디의 약점을 보완할 만한 게 있어야 한다. 평범한 공개 코미디 형식보다는 독특하고 새로운 포맷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미디빅리그’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니즈에 맞게 코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작진 측에서도 젊은 감각과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있다. 코미디언들도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개그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제작을 하는 입장이다. 제작진 측에서 이런 부분들을 많이 고려해 줘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영국 출신의 미국 희극배우이자 영화감독 찰리 채플린(Charles Spencer Chaplin)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늘 대중 앞에선 웃는 얼굴을 하는 희극인들의 고심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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