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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배구 시몬-야구 니퍼트-농구 헤인즈, 팀을 들었다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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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배구 시몬-야구 니퍼트-농구 헤인즈, 팀을 들었다 놨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2.02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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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축구-농구-배구 4대 프로스포츠, 외국인 선수 의존도에 대한 소고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2년 연속 V리그 챔피언 안산 OK저축은행이 이렇게 고꾸라질 줄이야. 4승 22패(승점 13)로 일찌감치 ‘봄 배구’가 좌절됐다. 제7구단으로 창단 두 번째 시즌인 2014~2015부터 거침없이 진군했던 ‘김세진호’가 길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 로버트 랜디 시몬(쿠바)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롤란도 세페다(쿠바)는 성폭행 사건에 휘말려 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는 8경기 만에 발목 부상을 당해 이탈했다. 모하메드 알 하치대디(모로코)는 사실 외국인 공격수가 맞나 싶다.

▲ 시몬(오른쪽)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팀의 V리그 2연패를 이끌었다. 그가 빠지자 OK저축은행은 꼴찌로 곤두박질쳤다. [사진= 스포츠Q DB]

‘OK저축은행은 왜 몰락했나’에서 출발해 야구, 축구, 농구 등 다른 프로스포츠의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살폈다.

◆ 시몬이 곧 OK저축은행이었다

시몬의 비중은 과연 어느 정도였나. OK저축은행은 시몬이 있던 두 시즌 동안 72경기서 오픈, 속공, 퀵오픈, 시간차, 이동, 백어택 등 공격종합으로 3647점을 냈는데 시몬은 70경기에 출전, 1607점을 기록했다. 무려 44.1%에 해당한다.

블로킹 수치도 어마어마하다. 72경기 전체 705개, 세트당 2.592개 가운데 196개 즉, 27.8%를 담당했다. 시몬은 센터가 아니라 라이트로 풀 시즌을 소화했다! 가공할 비중이다. OK저축은행이 올 시즌 블로킹 부문에서 꼴찌로 밀려버린 결정적 이유다.

토종 멤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천안 현대캐피탈의 이번 시즌을 살펴보자. 톤 밴 랭크벨트(캐나다)는 팀의 공격종합 전체 득점 1355점 중 20.4%인 276점, 블로킹 243개 중 16.5%인 40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시몬은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외국인 선수 몸값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트라이아웃 제도를 실시함에 따라 OK저축은행은 시몬을 잡지 못해 직격탄을 맞았다. 김세진 감독은 “지금 상태면 이길 수 있는 팀이 없다”며 “준비를 잘못한 내 잘못”이라고 고개를 떨궜다.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

KBO리그는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행적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2015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 양팀인데 두산은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인 93승(승률 0.650)에 한국시리즈 4연승으로 퍼펙트 통합우승을 일군 반면 삼성은 9위로 밀려 명가의 체면을 구겼다.

두산 베어스의 원투펀치 더스틴 니퍼트(22승 167⅔이닝)와 마이클 보우덴(18승 180이닝)이 40승 347⅔이닝을 합작한 사이 삼성 라이온즈의 앨런 웹스터(4승 71이닝), 콜린 벨레스터(0승 12⅓이닝), 아놀드 레온(0승 8이닝), 요한 플란데(2승 68⅓이닝)는 도합 6승 160이닝에 그쳤다.

꼴찌 kt 위즈가 거둔 승수가 53승인데 둘이서 40승을 거뒀다니. 두산 베어스는 승수의 43%, 투구이닝의 27%를 소화해 준 ‘복덩이’ 원투펀치 덕에 선발 판타스틱4(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를 구축, 독주할 수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들의 6승은 팀 승수(65승)의 10%도 안 됐다. 이닝이라도 많이 소화해야 하는데 넷이서 고작 12.5%만 던졌다. 부임 첫해부터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 한국시리즈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고도 류중일 감독이 물러나야 했던 결정적 원인이다.

2009년 KIA 타이거즈가 아킬리노 로페즈, 릭 구톰슨으로 SK 와이번스 왕조를 저지한 이후 외국인 선발 둘을 잘 뽑으면 포스트시즌은 기본, 대권 가능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각 구단이 15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메이저리그(MLB) 경력을 갖춘 선발을 구하는 이유다.

▲ 매년 득점 부문 상위권에 자리하는 오리온 애런 헤인즈. 벌써 9시즌째 한국프로농구에서 뛰고 있다. [사진= KBL 제공]

◆ 농사 좌우하는 KBL 외국인, 비중 덜한 K리그

한 팀 기준 야구는 그라운드에 10명이, 배구는 코트에 6인이 선다. 농구는 5명이 한다. 농구단은 KBL 출범 이래 20년 동안 줄곧 외국인 2명을 뽑았다. 10분의 1 혹은 2, 6분의 1보다는 당연히 5분의 2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프로농구에선 외인 용병이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

2일 기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데이비드 사이먼과 키퍼 사익스는 각각 경기당 평균 득점 24.38점, 13.41점으로 팀 85.9득점의 44.0%를 책임지고 있다. 2위 서울 삼성의 리카르도 라틀리프, 마이클 크레익은 각각 23.0점, 14.5점으로 팀 85.6점의 43.8%를 차지한다. 나머지 팀 외국인도 40~50% 가량의 득점을 담당한다.

리바운드는 더하다. 부문 선두 원주 동부의 경우 로드 벤슨이 13.12개, 웬델 맥키네스가 7.74개로 팀 전체 41.3개의 50.5%를 차지한다. 걸출한 토종 빅맨 오세근, 최준용, 이승현, 김종규 등을 거느린 안양 KGC인삼공사, 서울 SK, 고양 오리온, 창원 LG의 경우만 외국인 리바운드 비중이 좀 떨어지는 편이다.

프로축구 K리그는 어떨까. 11명이 뛰니 아무래도 외국인이 미치는 영향력이 덜할 수밖에. 클럽 FC바르셀로나에서 숱하게 우승컵을 들었던 리오넬 메시가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눈물짓는 장면을 자주 접했을 것이다. 슈퍼스타 한 명이 팀을 바꾸기 제일 어려운 종목이 축구다.

▲ FC서울 장수 외인 데얀. 아무리 잘 해도 축구 특성상 야구, 농구, 배구 외국인같은 비중을 차지하기는 힘들다. [사진= 스포츠Q DB]

한승민 스포티비 축구 해설위원은 “K리그 챌린지는 용병을 잘 뽑으면 승격 플레이오프는 간다고 본다. 클래식에 비해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FC서울의 데얀, 몰리나, 아디처럼 뽑는다면 우승도 가능하지만 농구, 배구처럼 외국인이 아주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는 8위 광주FC의 정조국(강원FC)이었다. 31경기 20골, 경기당 0.65골로 30경기 17골의 아드리아노(FC서울)를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다. 71골로 전체 팀 득점 1위에 오른 전북 현대에서 외국인 셋 로페즈, 레오나르도, 루이스가 뽑아낸 골은 28골, 즉 39.4%였다.

FC서울 데얀이 아무리 꾸준히 잘 해도 지난 3년간 한국프로야구를 초토화시킨 전 NC 다이노스 1루수 에릭 테임즈 또는 서울 삼성, 울산 모비스, 창원 LG, 서울 SK, 고양 오리온 등을 거치며 9시즌째 ‘득점 기계’로 활약하고 있는 프로농구 최장수 외국인 애런 헤인즈(고양 오리온)만큼 팀내 비중이 절대적일 수 없다는 소리다.

외국인 선수 활약 여부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국내 프로스포츠의 현주소다. 이를 완화할 마땅한 묘안은 없는 것인지 다같이 머리를 맞대볼 시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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