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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메이저리그 자동 고의4구? '소탐대실'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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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메이저리그 자동 고의4구? '소탐대실'의 표본이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02.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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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데서 찾을 수 있는 게 바로 야구의 묘미다. 역설적이게도 야구팬들은 미래를 알 수 없는 불안함 속에서 야구의 즐거움을 찾는다.

최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고의 4구시 ‘비(非)투구’에 관한 제안서를 MLB 선수노조에 제출했다. 투수가 포수에게 4개의 공을 던지든 그렇지 않든 결과가 같으니 경기 시간을 줄이는 차원에서 이를 생략하자는 것. 고의 4구를 내줄 의향이 있는 타자가 등장하면 해당 팀 더그아웃에서 구심에게 사인을 보내는 방법이다. 이때 투수는 공을 던질 필요가 없고 타자는 바로 1루로 나가면 된다.

MLB의 이런 제안은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이다.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계속적으로 경기 시간에 대해 강조해왔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에 따르면 MLB는 고의 4구를 위해 4개의 공을 던지는 것을 구식으로 치부하고 있으며, 이를 없애는 건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보고 있다.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의 4구를 없애는 것. 과연 옳은 판단일까.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이 고의 4구도 야구경기에서 명백한 플레이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인 플레이라는 얘기다. 투수가 자리에서 일어난 포수에게 공을 던졌는데, 이것이 뒤로 빠질 수도 있고 공을 옆으로 뺀다는 것이 제구가 안 돼 타자가 타격할 수도 있다.

한 예로 두산 베어스 투수 홍상삼은 2013년 10월 9일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 도중 8회말 1사 2루 박병호 타석 때 백스톱을 향해 초구를 던지는 폭투를 범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서건창이 3루를 향해 1사 3루가 됐고 결국 승부는 1-1 동점이 됐다. 고의 4구가 승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고의 4구시 비투구’는 투수가 공을 던져야 플레이가 시작되는 야구의 기본 명제를 부정한다는 측면에서도 옳지 않은 제도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MLB에서 시행한 제도들을 검토 후 도입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MLB식 비디오 판독 제도를 그대로 들여왔다. 때문에 ‘고의 4구시 비투구’가 경기 시간 단축을 이끌었다고 해서 덥석 해당 제도를 도입하진 않을지 걱정이다.

고의 4구 때 공을 던지지 않는다면 경기 시간이 조금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몇 분 줄이는 것으로 팬들의 즐거움이 사라진다면 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이 아닐까.

KBO 관계자들은 경기 시간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더 큰 것을 잃고 있지는 않는지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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