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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브로맨스' 넘치는 충무로, 김혜수 손예진 유인영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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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포트] '브로맨스' 넘치는 충무로, 김혜수 손예진 유인영 '여배우'로 산다는 것은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7.02.2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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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오소영 기자] "많은 여배우들이 '시나리오가 없다'는 얘기를 항상 한다. 선택의 폭도 작고, 어떤 부분에서는 억압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손예진‧ JTBC '뉴스룸')

"남성 위주 영화들이 많다보니 여성 연기자들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여성 위주의 영화 자체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우리 영화로 인해 조금이나마 여성 위주 영화들이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유인영‧영화 '여교사' 언론시사회)

"여성이 주체가 되는 한국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동안 남자 캐릭터를 보조해주는 기능적인 역할이 많았다." (김혜수‧'차이나타운' 제작보고회)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최근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후보들이) 전부 페미니스트 합창을 하고 있다”고 꼬집을 만큼 여성 권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겉으로는 무척 화려해 보이는 국내 영화계의 현실은 어떨까? 최근 1~2년 동안의 인터뷰나 공식행사에서의 발언만을 모았을 뿐인데도, 한국 영화계에서의 여성 배우, 여성 캐릭터의 입지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을 듣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충무로 '남초 현상'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손예진, 김혜수, 김하늘, 유인영 등은 여성 배우로서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사진=스포츠Q DB]

◆ 2016 흥행 한국영화, 여성 주연작은 '덕혜옹주'가 유일

'충무로 남초 현상'은 지난해 박스오피스에서도 두드러진다. 남성 캐릭터 투톱, 혹은 쓰리톱 체제의 '검사외전' '밀정' '인천상륙작전' '럭키' '마스터' 등이 흥행 10위권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황정민, 송강호, 강동원, 공유, 이정재, 유해진 등 쟁쟁한 남성 배우들 사이에서 흥행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여성 배우로는 '덕혜옹주'의 손예진이 유일하다. '덕혜옹주'는 총 559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6 한국영화 흥행 8위에 올랐다. 

'덕혜옹주'만이 10위권 안에 들었다는 것은 여성 주연작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뜻보다는, 여성 주연영화의 수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남자들만 들끓는다는 뜻에서 '알탕 영화'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난 상황이다.

물론 충무로의 '남초 현상'은 단순히 남성 배우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영화 시장에 하나의 공식, 장르처럼 자리 잡은 '남자 영화'가 대거 늘어난 데에도 이유가 있다. '남자 영화'들은 남성 간 진한 우정을 담아낸 '브로맨스' 코드와,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들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국내 영화 홍보에 자주 쓰이는 글귀 중 하나가 '브로맨스', '남남 케미'와 같은 것들이다. '남자들끼리 갖는 매우 두텁고 친밀한 관계'를 뜻하는 '브로맨스'가 다양한 영화에 등장하며, 흔해진 만큼 이는 과거에 비해 효과적인 ‘셀링 포인트’가 되지 못한다. 이렇듯 남성 캐릭터가 중심에 서는 동안, 여성이 설 자리는 소리 없이 줄어들었다. 

남성 캐릭터들 간 '케미'가 중요한 영화가 최근 다수 제작됐다. [사진=영화 '더 킹' '아수라' '공조' 스틸]

◆ 캐릭터 부족, 주연급 배우는 물론 단역까지 고충 

왜 한국영화에선 여성이 전면에 나선 영화를 보기 힘들까? 감독부터 배우까지, 영화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많은 여성 배우들은 캐릭터의 부족을 지적한다. 여성 배우는 전면에 나서기보다, 남자 주인공의 아내, 연인, 어머니와 같은 캐릭터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우들 사이에선 "여배우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소녀, 어머니, 창녀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말도 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주연급' 톱 배우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인이나, 단역을 맡는 이들까지 폭넓게 공감한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더군다나 점점 나이 들어가는 여배우의 경우는 일자리 찾기가 낙타 바늘구멍 통과처럼 험난하기 그지없다.   

다수의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10년간 연기해온 여성 배우 A씨는 "저처럼 인지도가 낮은 경우는, 프로필을 넣는 것조차 어렵다. 단역 수준임에도 들어갈 자리가 남성 배우에 비해 많지 않다"며 활동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이 때문에 작품을 가리지 않고 출연 중이지만,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 실험·도전보다는 안전한 '티켓파워' 원해

여성 주연작은 '티켓파워'가 없으니, 시장논리에 따라 관련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여성 중심 영화는 그 수 자체가 많지 않으니, 단순히 남성 중심 영화와 비교해 그 성패 여부를 따지긴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언뜻 봤을 때 '비밀은 없다'나 '국가대표2', '미씽: 사라진 여자' 같은 여성을 중심에 세운 영화가 흥행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덕혜옹주'나 '아가씨' 같은 작품들은 '천만 영화'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기도 하다.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뷔 20년차 여성 배우 B씨는 이 '티켓 파워 선입견'에, 최근 얼어붙은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며 여성 배우들의 활동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의 경제·사회적 위기는 다방면에 영향을 미쳤고, 영화계 역시 피해갈 수 없었다. 이같은 얼어붙은 분위기가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어렵게 하며, 결국 제작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흥행 코드'와 '흥행 배우'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예진, 이미연 등은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여성 배우로서 갖는 생각에 대해 밝혔다. 손예진은 작품 선택 폭이 좁은 현실을 언급했고, 이미연은 "여배우로서 어떤 고민이 있느냐"는 질문에 "왜 남자배우에겐 남자배우라고 안 하고, 여자배우에겐 여배우란 말을 쓸까"라며 답하기도 했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B씨와 업계 관계자 C씨는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흥행 배우를 캐스팅하고, 전작과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미 설 자리가 없었던 여배우들은 여기서 더욱 밀려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막상 주연작이 들어와도, 거꾸로 배우의 매니지먼트사 측이 출연을 거절한 경우도 간혹 있다.

15일 개봉해 순항 중인 영화 '재심'은 흥행 영화인 '변호인'과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 주인공을 여성 변호사로 설정하고 캐스팅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은 경우다. '재심' 인터뷰에서 만난 김태윤 감독은 "제가 '흥행 감독'이 아니기도 하고,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실화 모티브 영화 출연에 대한 소속사 측의 부담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기회가 많지 않기에 더욱 더 부담을 느끼고 작품 선택에 신중을 기한다는 소리다.  

◆ 2017년 개봉영화, 그 전망은

2017년 극장가는 어떨까. 

지난해와 별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대 영화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의 개봉예정작에는 남성 주연작의 '브로맨스' 영화가 대부분이다. 

'공조'와 '더킹'으로 1월을 연 것에 이어, 다수의 기대작들에서 '남남 케미'를 볼 수 있을 듯하다. '원라인'(임시완 진구), '군함도'(송중기 황정민 소지섭), '불한당'(설경구 임시완), '남한산성'(이병헌 김윤석), '7년의 밤'(류승룡 장동건), '1987'(김윤석 하정우 강동원), '택시운전사'(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꾼'(현빈 유지태) 등이 올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고 싶었던 관객이라면, 못내 아쉬울만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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