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9 (금)
[Q리포트] 2017년에도 여성감독이 뜬다, '싱글라이더'·'해빙', 여성감독 영화 기대작은?
상태바
[Q리포트] 2017년에도 여성감독이 뜬다, '싱글라이더'·'해빙', 여성감독 영화 기대작은?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7.02.20 1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너무 큰 상을 주셔서 정말 영광스럽고 무섭기도 하다"

2016년 청룡영화상 신인 감독상을 수상한 윤가은 감독의 수상 소감이다. 

비상업 영화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영화인 '우리들'이 쟁쟁한 경쟁작을 뚫고 윤가은 감독에게 신인감독상을 안겨준 것은 그야말로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이것은 지난해 한국 영화계의 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했다. 지난해는 다른 해에 비해 유독 여성 감독의 작품이 활약을 펼친 해였기 때문이다. 

'우리들'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윤가은 감독 [사진 = 스포츠Q DB]

'괴물 신인'이라고 불렸던 윤가은 감독(35)의 '우리들'을 비롯, 대중에게 외면을 받았지만 다시 한 번 자신만의 독특한 색으로 평단을 사로잡은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44), '미씽'의 이언희 감독(41),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홍지영 감독(46)은 각자 다른 장르의 작품을 영화 팬 앞에 선보이며 영화계에 불어오는 '우먼파워'를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그동안 영화계는 남성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져왔다. 주 시청 층이 여성인 TV 드라마와는 달리, 액션과 범죄 영화 장르가 주된 한국 영화계에서는 남성 관객의 취향에 맞는 영화들이 흥행을 이끌어 왔고, 자연스럽게 남성 감독의 작품이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2016년 개봉한 한국영화 327편 중 여성 감독이 만든 상업영화는 9편에 불과하고 다양성 영화까지 합쳐 봤자 30편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 준다. 

익명을 요청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 A씨는 기존 국내 영화감독들의 '남초' 현상에 대해 "아무래도 국내 영화는 로맨스·드라마 장르보다 흥행에 유리한 범죄·액션 영화가 투자를 받기가 더 쉽다. 그러다 보니 투자 측에서도 해당 소재를 잘 다룬다고 여겨지는 남자 감독들의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2030 여성 사이에서 부는 '페미니즘' 열풍과 한국 영화에서 다양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이 부족하다는 등 영화계 안팎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성 감독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이는 범죄·액션 등 특정 장르에 편중된 한국 영화에 지루함을 느낀 다채로운 관객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2016년 여성감독 연출 영화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비밀은 없다'와 '미씽' [사진 = CJ엔터테인먼트·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의 경우, 초등학교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한 연출력으로 표현해내며 호평을 받았다. 또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는 모성애라는 소재를 재해석하며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홍지영 감독이 연출한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현재의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감성적으로 그려냈다. 

이처럼 여성 감독들은 섬세한 연출력과 기존에 보지 못한 색다른 시선을 영화를 통해 제시해주며 한국 영화계의 질적 향상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일까? 색다른 작품들을 원하는 영화 팬들의 니즈와 입맛에 맞게 2017년에도 한국 영화계에는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싱글라이더'는 신인인 이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특히 '싱글라이더'는 신인 감독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병헌과 공효진이라는 톱 배우들이 출연 소식을 알리며 시나리오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싱글라이더' 언론 시사회에서 이주영 감독은 "요새 젠더 이슈가 영화계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나리오의 디테일 같은 부분을 여성감독으로서의 장점이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신다"며 여성감독으로서 자신의 강점을 말하기도 했다.

'싱글라이더'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 [사진 = 스포츠Q DB]

지난 2003년 '4인용 식탁'으로 공포영화의 스페셜리스트임을 증명한 이수연 감독(47)은 오는 3월 조진웅 주연의 스릴러 영화 '해빙'으로 다시 돌아온다. 특히 '해빙'은 여성 감독, 여성 촬영감독이라는 흔치 않은 조합이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봉을 확정한 영화 외에도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여성 감독의 영화도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인 임순례 감독(57)의 '리틀 포레스트'다. '리틀 포레스트'는 영화 '아가씨'로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김태리가 주연으로 캐스팅 되며 크랭크인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리틀 포레스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작품으로 농촌에서 홀로 생활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담한 연출로 그려낼 예정이다.

이처럼 2017년 여성감독 영화 기대작 역시 기존 한국 영화의 '흥행 법칙'이라 일컬어졌던 범죄, 액션 장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싱글라이더'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스토리가 강점인 영화이고 '해빙'은 공포·스릴러 장르이며, '리틀 포레스트' 역시 자극적인 스토리와 연출보다는 관객의 감수성에 기대는 영화다. 

여성감독의 약진은 비단 한국 영화계의 일 뿐만이 아니다. DC의 새로운 히어로 영화로 기대되고 있는 '원더우먼'은 여성인 패티 젠킨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원더우먼'이 여성 히어로 영화다 보니 여성 연출자의 안목과 연출력을 믿는다는 것이 워너브라더스의 선택 이유다. 

'미씽'을 연출했던 이언희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망하는 여성 감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기회가 있어야 망하는 거니까"라며 영화 시장에서 여성 감독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이경미 감독 또한 한 인터뷰에서 "'여성 감독이 선보이는 살아 있는 여성 캐릭터'가 더 이상 새로운 일처럼 느껴지지 않으려면, 여성 감독의 수가 적어도 전체의 30%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종의 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는 몇 가지 종으로 이뤄진 생태계보다 생존력이 더 높다고 한다. 다원화 된 생태계가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한국 영화계 역시 여성감독의 다양한 작품들로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닐까? 2017년 관객과 만나게 될 여성감독의 새로운 영화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