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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인물] 김성근 감독, 야신과 독재자라는 '이중시선'의 이름 석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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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인물] 김성근 감독, 야신과 독재자라는 '이중시선'의 이름 석 자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2.24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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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감독 김성근(74).

OB 베어스(1984~1988)를 시작으로 태평양 돌핀스(1989~1990), 삼성 라이온즈(1991~1992), 쌍방울 레이더스(1996~1999), LG 트윈스(2001~2002), SK 와이번스(2007~2011), 한화 이글스(2015~현재)까지 7팀에서 프로야구 1군 감독을 지냈다.

김성근 감독은 10구단 사령탑 중 막내인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신임 감독보다 서른 살이나 많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로 김응용(10회) 김재박 류중일(이상 4회)에 이어 4위, 정규리그 1366승으로 김응용(1567승)에 이은 최다승 2위다.

▲ 한화 팬들이 간절히 원해 현장으로 돌아온 김성근 감독. 정규리그 1366승, 한국시리즈 우승 3회를 일궜다. [사진=스포츠Q DB]

그의 야구 스타일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벌떼 야구’로 대표되는 투수 혹사야 더는 새로울 것도 없다. 최근엔 박종훈 신임 단장에게 육성을 맡기려는 구단 기조에 반기를 들어 화제가 됐다. 김성근 감독은 365일 내내 이슈의 중심에 있다.

스포츠Q에서 주기적으로 조명하는 ‘Q인물’의 주인공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 있을까. 업계 종사자들은 김성근 감독을 어떻게 바라볼까. 오래 전부터 그를 지켜본 원로 야구인부터 김성근을 활용, 세일즈 해야 했던 마케터까지. 그라운드 안팎의 평가를 종합했다.

◆ 김성근은 혼자 다 하는 독재자

“김성근 감독 밑에서 좋은 지도자가 나온 적을 봤는가. 혼자 다 하는데.”

원로 야구인 A의 지적이다. 김응용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재임 시절 선동열 수석코치에게 투수 교체 전권을 줬다. 2004시즌을 끝으로 현장을 물러나면서는 제자에게 감독직을 물려줬다. 김성근 체제 하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감독의 사전적 의미는 ‘운동 경기 따위에서 일의 전체를 지휘하며 실질적으로 책임을 맡은 사람’이다. 매니저는 각론이 아니라 총론에 능해야 한다. 스프링캠프에서 나오는 사진을 보라. 김성근 감독은 늘 선수들의 폼을 개조하고 있다. 

A는 “코치들이 할 일이 없다. 김 감독은 전부 뜯어고치려 든다. 자꾸 만지면 되겠나. 사람마다 다 특성이 있는데”라며 “시즌 중에 실시하는 특타도 정말 큰 문제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선 잘 쉬는 게 실력이다. 한화 선수들은 피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성근 감독의 잦은 외부 활동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야구인들도 일부 있다. [사진= 스포츠Q DB]

“감독보다 강연하는 게 좋으신 모양이야. 고양 원더스 때 특히 그랬지.”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지도자 B의 말이다. 그는 “김성근 감독은 스타 강사가 되셨다. 여기저기서 불러주면 다 가시는 것 같다”며 “고급차로 다니는데 돈도 그렇게 많이 버신단다. 솔직히 독립구단 감독이 맞나 싶다”고 귀띔했다.

SK 와이번스에서 물러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지휘했을 당시 김성근 감독은 야구계를 넘어 체육계, 나아가 이 사회의 '참 어른'으로 평가받았다. JTBC 인기프로그램 ‘썰전’이 2014년 핫가이 중 한 명으로 김성근 감독을 선정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대기업과 대학교는 김성근 감독을 서로 모셨다. 그는 마이크를 잡는 걸 꺼려하지 않았다. 문제도 터졌다. SK 감독이던 2010년 6월 성균관대 강연에서 김 감독은 “롯데는 모래알 같은 팀”이라고 말해 자이언츠 팬들의 분노를 불렀다.

“그 분의 데이터 야구는 개념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데이터가 몰라보게 고급화됐다. 인플레이 타율(BABIP), 타구 속도, 타구 발사각, 투수가 던지는 공의 회전수까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통계학의 발달로 혹사 지수도 숫자로 정교하게 집계된다. 야구팬의 눈높이도 함께 올라갔다.

데이터업계 종사자는 “젊은 감독 한 분은 자료 요청도 많고 요구가 구체적인 반면 김성근 감독께서는 구단이 건네는 자료를 참고하고 반영하긴 하나 싶다“며 ”그분에게 데이터란 감이라든가, 쿠세(일본어, 버릇)를 잡는 일본식 개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100년이 훌쩍 넘은 메이저리그(MLB)는 강한 2번 타자가 승률을 높이고 보내기 번트보다 강공이 득점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누적 데이터로 보여줬다. 김성근 감독이 한화에서 펼치는 야구가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주변의 평은 이 때문이다.

▲ 야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최고인 김성근 감독. 70대 노인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체형이다. [사진=스포츠Q DB]

◆ 김성근은 열정의 아이콘, 이런 스타는 또 없다

“시끄럽긴 해도 그런 분이 어디 있나요. 야구 생각만 하시죠.”

김성근 감독의 몸은 단단하다. 70대 중반 노인의 체형이 아니다. 여전히 펑고를 직접 때릴 수 있고 경기 전후로 특타를 지휘한다. 그런 열정이 그를 다시 현장으로 불렀다. 2년 전 이맘 때 한화 팬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차기 감독은 반드시 김성근이어야만 한다’고 외쳤다.

유소년을 지도하는 감독 C는 “‘몸이 반응해야 한다’는 김성근 감독님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고 했다. ‘스몰 볼(번트, 도루, 진루타 등을 만드는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야구)’을 추구한다는 그는 “작전이 몸에 익어야 한다. 그러려면 훈련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 해 유니폼 판매량은 정말 대박이었어요.”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 라이선스 업체에서 일했던 직원의 전언이다. 그는 “김성근 감독의 유니폼은 김태균, 정근우와 함께 톱3였다”고 말했다. 마케터에겐 특별한 ‘상품’ 김성근이다. 2015년 11월 보험신문은 “대전, 충청권 한화생명 보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감독이 슈퍼스타만큼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적게는 5만원, 많게는 20만원에 달하는 유니폼에 감독 이름을 새기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는 오직 김성근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도 '38번 김성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연일 붐볐다. 한화 이글스는 KBO리그 흥행을 이끄는 인기구단으로 발돋움했다. [사진= 스포츠Q DB]

“수도권 원정 가면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요.”

한화 이글스에서 일했던 마케터의 전언이다. 같은 맥락이다. 대전, 충청 연고 구단이 언제 이토록 주목받은 적이 있었나. 이글스는 지방연고 팀 중 늘 4등이었다. 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에 인기로, 화제성으로 늘 뒤처졌다.

이젠 흥행 보증수표다. 평일 잠실과 고척 스카이돔을 메울 수 있는 카드가 한화다. 인천이나 수원의 매진 공식은 주말 혹은 공휴일 한화전이다. 시청률 톱10 경기에는 반드시 한화가 포함된다. 한화 경기 포털사이트 동시접속자는 30만 명에 달한다. 김성근 덕분이다. 오죽했으면 한화 야구를 두고 중독성이 강하다며 '마리한화'라 할까. 

“단기전 승부는 최고라고 봐요.”

“김성근의 야구에 실망했다”면서도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한 야구광의 말이다. 그는 2010년 한국시리즈를 예로 들며 “그래서 김성근의 한화 이글스가 꼭 한 번은 포스트시즌에 나가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SK 와이번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붙었던 2010 한국시리즈는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격돌한 지난해와 더불어 역대 가장 재미없는 ‘챔피언결정전’으로 꼽힌다. 페넌트레이스 1위로 3주간 휴식을 취한 SK는 김성근 감독의 치밀한 전략 하에 4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조기 마감했다. 

이 팬은 기자에게 “그땐 김성근 감독이 정말 ‘야신’인 줄 알았다. SK는 김성근 감독이 떠난 이후 우승이 없다. 색깔도 다 잃었다”면서 “단기전이라면 김성근 감독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한화가 꼭 가을야구를 했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PS. 여전히 현장에는 “김성근 감독과 함께하고 싶다. 꼭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선수들이 많다. 얼마 전 현역에서 물러난 ‘LG 트윈스 레전드’ 이병규 JTBC 해설위원은 은퇴 기자회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김성근 감독을 꼽았다. 

김성근을 향한 엇갈린 시선. 그대는 어느 편인가. 판단은 각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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