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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국 슈틸리케호, '사이다 기대' 시리아전 '쏘는 맛은 15분뿐' 현실은 여전히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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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한국 슈틸리케호, '사이다 기대' 시리아전 '쏘는 맛은 15분뿐' 현실은 여전히 고구마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3.28 2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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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 15분 제외하고는 오히려 위기 상황 자초…공격-수비 엇박자, 전체 조직력도 실종

[상암=스포츠Q(큐) 글 박상현·사진 주현희 기자]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를 기대한 것은 너무 무리였을까.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고구마만 잔뜩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겼지만 개운치 않다. 답답하기만 한 슈틸리케호에 관중들도, 취재진들도 가슴만 쳤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홈 7차전에서 전반 4분 홍정호(장쑤 쑤닝)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이기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답답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한 한국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 2018년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홈 7차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렸던 중국과 원정 6차전에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0-1로 지고 돌아왔다. 대표팀 선수는 물론 슈틸리케 감독에게 온갖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선수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필승 의지를 불태웠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전술은 전술대로 실종됐다. 무전술에 공격과 수비는 엇박자만 났다.

남다른 각오로 임한 인라 시리아전, 슈틸리케호가 허를 찌른 딱 하나는 바로 고명진(알 라이안)을 오른쪽 측면에 놔둔 것이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고명진을 동시에 투입, 마치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4-2-3-1 포메이션처럼 보이게 했지만 막상 휘슬이 불고 나니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남태희(레퀴야)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두고 고명진을 오른쪽 측면 윙어로 기용하는 4-1-4-1 포메이션을 썼다.

시리아 선수들은 다소 당황한 듯 한국 축구대표팀의 포메이션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운이 좋게도 채 전열이 가다듬어지기도 전에 시리아의 골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전에서 상대 뒤를 노리는 공격이 많지 않아 이번에는 뒤를 파고들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엇박자였다. 서로 뒤로 파고들기 위해 돌파만 하려다 보니 정작 중원에서 뿌려주는 공을 받으러 나오는 선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기성용에서 시작하는 패스가 종종 끊겼다. 기성용 역시 공을 끄는 경우가 잦았다.

▲ 손흥민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 2018년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홈 7차전에서 중거리 슛을 하고 있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대 축구에서 수비는 포백라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수부터 강한 압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돌파를 통한 공격에만 치중하다보니 미처 상대에 대한 압박이 허술했다. 시리아의 역습 상황에서 중원을 뺏기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잦은 역습에 수비수들은 지쳐만 갔고 체력이 떨어지니 자연스럽게 슈틸리케호의 집중력도 저하됐다. 현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2차 예선과 달리 최종 예선에서 잦은 실점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비수들의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에 골문을 열어주는 경우가 잦다.

시리아전은 비록 무실점으로 끝내긴 했지만 골키퍼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의 눈부신 선방과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행운까지 겹친 결과였다. 시리아보다 조금 더 강한 팀이었으면 여지없이 골문을 열어줘 오히려 역전패를 당할 수 있는 흐름이었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엇박자를 내고 흔들린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력이 실종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직력이 실종된 마당에 제 아무리 뛰어난 전술이라도 빛을 발할 수는 없다. 더구나 대부분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에서 주전을 뛰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경기력까지 저하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명장이 와도 대표팀을 살리기는 그리 쉽지 않아보인다.

▲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 2018년 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홈 7차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정말 갑갑하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홈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마음 졸이면서 경기를 봐야 하는 것도 가슴을 칠 일이다. 승점 3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여전히 "중요한 것은 승점 3을 따내면서 월드컵 본선에 자력 진출할 수 있는 순위에 있고 그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런 경기력과 조직력으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나간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브라질 월드컵 당시의 망신을 당하지나 않을까. 승리했지만 그 승리에 취해 정작 얻었어야 할 교훈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날 시리아전에서 슈틸리케호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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