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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스포츠 타임머신] 놀랍도록 닮은 12년전, 슈틸리케와 본프레레 비교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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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스포츠 타임머신] 놀랍도록 닮은 12년전, 슈틸리케와 본프레레 비교해 보면?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7.04.08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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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수석코치 본프레레와 6개월만에 이별, 이후 수석코치 없이 독단…슈틸리케호도 신태용 코치 떠난 이후 수석코치 없이 표류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통해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어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역사를 보면 큰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 축구대표팀이 딱 그런 모습이다.

현재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표류하고 있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 경질설까지 나왔던 상황이다. 그렇기에 향후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도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월드컵 최종예선이 슈틸리케 감독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역사를 12년 전으로 돌려 보면 슈틸리케 감독은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선임 단계부터 본프레레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은 닮은 꼴이어서 데자뷔를 느끼게 한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한국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한때 '갓틸리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계속된 대표팀 경기력 부진으로 이젠 슈틸리케 감독 경질설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DB]

2004년 봄에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경질한 이후 표류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장 자리를 놓고 대한축구협회는 바쁘게 움직였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세네갈의 8강 진출을 이끌었던 브뤼노 메추 감독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그러나 메추 감독 영입은 불과 닷새만에 없던 일이 됐다. 당시 메추 감독의 소속팀인 알 아인에서 위약금을 물리겠다고 엄포를 놨고 결국 협상 결렬이 되고 말았다. 알고 보니 메추 감독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데 한국 축구를 이용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후 영입한 지도자가 본프레레 감독이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나이지리아를 금메달로 이끈 지도자였다. 이후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등을 지휘헀고 알 와흐다, 알 알리 등 중동 클럽을 이끌기도 했다.

2004년 6월 취임 이후,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반응은 처음에 나쁘지 않았다. 심지어 본프레레라는 이름을 프랑스어로 풀어보면 '좋은 친구'라는 뜻이라며 한국 축구의 좋은 친구로 남을 것이라는 다소 낯뜨거운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곧바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가 이란에 아쉽게 져 4강 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초창기에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6개월 뒤부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허정무 수석코치가 6개월 만에 대표팀을 떠난 이후 본프레레호에는 수석코치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본프레레 감독의 독단이 시작됐다. 박주영(FC 서울)에 대해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등 선수에 대한 선입견 섞인 호불호가 분명했다. 그러나 정작 박주영은 위기에 빠졌던 본프레레호를 구해내는 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영웅이 됐다.

본프레레호는 2005년 한국에서 열렸던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최악의 성적을 거두는가 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하고 조 2위로 가까스로 독일 월드컵 본선에 올랐다. 이미 여론은 본프레레 감독의 등을 돌렸다. 언론은 앞장서서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을 주장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본선을 이끈 본프레레 감독을 경질하고, 2005년 10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선임하고 독일 월드컵을 지휘하도록 했다.

슈틸리케 감독 선임 과정도 비슷하다. 슈틸리케 감독 이전에 대한축구협회가 영입하려했던 지도자는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 타개 직전까지 갔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상 판 마르바이크 감독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갑자기 한국에 계속 머물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세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예전 본프레레 감독처럼 중동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라는 점도 닮았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축구의 유스시스템을 발전시켰다는 평가가 있긴 하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는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호의적이었고 심지어 '갓틸리케'라고 칭송까지 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했던 신태용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을 맡으면서 6개월여 만에 결별했고 이후 슈틸리케호의 수석코치가 사라졌다.

슈틸리케 감독도 특정 선수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한 지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슈틸리케 감독이 나중에는 오해라고 해명하긴 했지만 카타르 대표팀 공격수를 띄우고 한국 선수를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홍역을 겪었다.

신태용 감독이 코칭스태프에서 물러난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이 삐걱거리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수석코치 영입 제의를 받아들였지만 아직 경질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 상황만 보면 슈틸리케 감독이 본프레레 감독의 전철을 따라가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다시 나빠져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월드컵 본선을 이끌 지도자를 데려온다면 기시감처럼 독일 월드컵의 전철을 밟게 된다. 지금의 불안한 상황이 급반전돼 그런 일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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