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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술, 알파고에 깨진 커제 '인간계 16강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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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술, 알파고에 깨진 커제 '인간계 16강 쯤이야'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05.29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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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32강전, 원성진 9단 220수 백 불계승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눈물에 음주까지.

인공지능(AI) 알파고에 호되게 당했지만 인간계에서 커제(20·중국)는 강자였다.

커제 9단은 지난 23일부터 닷새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와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를 펼쳐 전패했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붙었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알파고에 커제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지난해 알파고를 상대로 1승 4패를 기록한 이세돌 9단은 2국에서 155수 만에 백 불계패한 커제 9단을 보고 “가슴 아픈 바둑이다.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커제의 바둑이 통하지 않는다”며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3국 후반부 때는 커제의 승부욕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안경을 벗더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 쥐고선 울먹거렸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는 “냉정한 알파고와 바둑을 두는 건 고통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약관 인생에서 가장 큰 ‘쓴맛’을 본 커제는 쉴 새도 없이 한국으로 왔다. 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을 위해서다. “알파고에 져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새벽에 왔다”고 전야제 행사에서 뱉은 말이 그의 마음고생을 알게 한다.

알파고 앞에서만 작아졌을 뿐 커제 9단은 역시나 세계 최고 기사였다. 29일 경기도 가평군 마이다스 리조트에서 거행된 본선 32강전에서 원성진 9단에 22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16강전에 안착했다.

커제와 더불어 알파고를 상대했던 천야오예 9단, 탕웨이싱 9단, 저우루이양 9단 등 다른 중국 기사들도 강승민 4단, 이동훈 8단, 김정현 6단을 각각 물리치고 16강에 합류했다. 장웨이제 9단은 이세돌 9단을 265수 만에 불계로 제압했다.

국내랭킹 1위 박정환 9단과 2위 신진서 8단은 각각 변상일 5단에 244수 만에 백 불계승, 안성준 7단을 215수 만에 흑 불계승으로 누르고 16강에 진출했다. 박정환 9단은 "결승에서 커제와 대국하고 싶다"고 전날 밝혔다.

16강전은 오는 31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 8강전과 4강전은 11월, 결승전은 내년 2월 3번기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20명, 중국 8명, 일본 3명, 대만 1명 등 32명이 출전했다. 대회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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