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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허정무 3수? 슈틸리케 후임 감독으로 괜찮은 대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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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허정무 3수? 슈틸리케 후임 감독으로 괜찮은 대안일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6.15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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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시간 속 풍부한 경험은 확실한 이점, 떨어진 현장감-잦은 무승부는 걱정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역대 최장기간인 996일 동안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울리 슈틸리케(63) 감독이 물러났다. 아직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후임 감독 선임에 시선이 쏠린다. 허정무(62)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15일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고 동반 사퇴했다. 이와 함께 차기 감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시간이 없다며 경험이 풍부한 국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으면 한다는 것.

▲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슈틸리케 감독의 뒤를 이을 차기 사령탑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 너무도 부족한 시간, 슈틸리케 후임은 국내 감독으로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시간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오는 8월 31일 이란, 9월 5일 우즈베키스탄과 만만치 않은 일정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만 러시아 월드컵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2020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내다본 결정이 아니라면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것은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면이 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개막까지 딱 1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경우 선수 파악에만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될 수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 최종예선까지는 최강희 감독 체제로 치르고 1년 정도의 시간 동안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충분한 경기 출전’을 선수 선발 원칙으로 세우고도 당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던 박주영을 발탁한 데에는 선수들을 제대로 테스트해보고 전략에 맞춰볼 시간이 부족했던 까닭도 있었다.

물론 이는 결과적으로 대실패했고 선수로서 추앙을 받았던 홍명보가 감독으로서는 실패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계기가 됐다.

우리 선수들 못지않게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아는 지도 중요하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5일 경질됐다. 원칙 없는 선수 기용으로 도마에 올랐던 슈틸리케의 단점을 과거 박지성을 대표팀에 발탁했던 허정무가 메울 수 있을까.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또다시 시선은 허정무에게, 경험은 최고의 무기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 신태용 전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장쑤 쑤닝 감독 등이 후보군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따져볼 때 이 중 허정무 부회장에게 가장 먼저 시선이 가는 게 사실이다.

국내 사령탑 중에서 대표팀 커리어로 허정무 부총재를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전임 감독 체제로 바뀐 1992년 이후 대표팀 감독을 2번 맡은 것은 허 부총재가 유일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예선에서 14경기 연속 무패(3차예선 3승 3무, 최종예선 4승 4무)로 한국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첫 경기 그리스전에서 2-0 승리했고 아르헨티나에 0-4 대패했지만 나이지리아와 2-2로 비기며 원정 대회 첫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16강전에서도 우루과이와 1-1로 연장에 돌입해 루이스 수아레스의 환상적인 마무리에 당해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다.

대회를 앞두고 우즈베키스탄과 친선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뒀고 최종예선에서 이란과 2무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던 경험이 있다는 것도 확실한 이점이다.

또 선수발굴에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허정무 부총재가 슈틸리케 체제 하에서 이해가지 않는 기용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허 부총재는 2000년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박지성을 대표팀에 발탁한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팀에서 외면받기 일쑤였던 이동국과 안정환을 발탁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승렬, 김보경, 김재성 등에게 기회를 준 것도 허 부총재였다. 이 같은 편견 없는 선수 기용은 월드컵을 1년 앞둔 상황에서 K리그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 우려되는 점, 떨어진 현장 감각-지나치게 안정적인 경기 운영

다만 허정무 부총재의 선임을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주장도 있다. 우선 현장감각에 대한 부분이다. 허 부총재는 2012년 4월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에서 물러난 뒤 연맹 등에서 행정직만 맡았다는 점이 불안 사항으로 꼽힌다.

연맹의 부총재로 수시로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의 컨디션과 기량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도자로서 경기를 지켜보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 2010년 원정 16강 쾌거를 이뤘을 당시 선수단이 역대 대표팀으로 따져도 역량이 손에 꼽힐 만큼 강했다는 것도 허 부총재의 능력에 대한 의심을 갖는 주장 중 하나다.

당시 대표팀에는 설명이 필요없는 박지성과 이영표는 물론이고 대회에서 2골을 이청용이 있었다. 박주영도 당시 AS 모나코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며 뛰어난 폼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재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중원을 든든히 지켰다.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무승부가 잦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허정무 부총재는 당시 아시아 예선 당시 14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기는 했지만 무승부도 7차례나 있었다. 쉽게 지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쉽게 이기지도 못했다. 한국이 자력 진출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최소한 우즈베키스탄전에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물러난 가운데 새로 선임될 새 위원장을 중심으로 기술위원회는 조만간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을 정할 예정이다. 예상대로 허정무 부총재가 3번째 대표팀 사령탑에 오를지 의외의 인물이 깜짝 선임될지 지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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