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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스테판 커리의 한국 나들이, 농구 스타 초월한 시대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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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 스테판 커리의 한국 나들이, 농구 스타 초월한 시대의 아이콘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8.01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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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보다 빛나는 노력, 농구팬-유망주 모두에겐 희망이다

[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박근식 기자] 스테판 커리(29·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겐 모든 게 생소한 2박 3일이었겠지만 국내 농구팬들에게 커리는 너무나도 친숙했다. 누군가에겐 롤 모델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우상이나 다름없었다.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현존 세계 최고의 농구스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감격적인 순간. 그를 실제로 마주하고, 그로부터 선물을 받고, 그와 함께 코트에서 호흡하며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더욱 많은 동기부여를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 스테판 커리가 지난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언더아머-스테판 커리 라이브 인 서울’ 행사에서 3점슛을 던지고 있다.

마이클 조던을 이을 선수로 평가받고 있는 ‘킹’ 르브론 제임스(33·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르브론은 시즌 최우수선수(MVP) 4차례와 3차례 우승을 이뤄냈다. 통산 득점에서도 현역 2위, 역대 7위에 올라 있는 선수다. 역대 선수를 평가할 때 조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르브론의 적수가 나타났다. 바로 커리다. 정반대 스타일이기에 둘의 경쟁 구도는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3㎝, 체중 113.4㎏의 건장한 체구를 갖춘 르브론은 화려한 기술과 운동 능력으로 골밑 돌파, 미들슛, 덩크슛 등을 장기로 삼는다. 반면 190.5㎝, 86.2㎏으로 NBA에선 왜소한 몸의 커리는 현란한 드리블로 상대를 따돌린 뒤 던지는 고감도 외곽슛이 일품이다. 상대 선수들은 알고도 번번이 커리에게 당한 뒤 고개를 젓는다.

독보적인 캐릭터로 NBA 최고 스타 반열에 오른 커리의 내한이기에 국내에서의 반응 또한 이례적으로 뜨거웠다.

▲ 관중석으로 올라간 커리(가운데)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5000여 명의 팬들은 커리의 동작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 세계는 ‘커리 앓이’ 중, 장신이 지배하는 농구계에 던진 새 패러다임

커리가 더욱 주목받는 점은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 때문이다. 데뷔 전부터 이미 스타였던 르브론과 달리 커리는 대학시절 뛰어난 활약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조건의 불리함 때문에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골든스테이트에 입단했다. 득점력은 NBA에서도 여전했으나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그를 괴롭혔고 2011~2012시즌엔 그로 인해 26경기에만 나섰다.

‘유리 발목’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시작한 2012~2013시즌 커리가 놀랍게 반등했다. 경기 평균 22.9득점으로 데뷔 4시즌 만에 20점대 고지를 돌파했고 시즌 3점슛 272개를 꽂아 넣으며 종전 레이 알렌(2005년)이 기록한 269개 기록을 뛰어넘었다. 성공률 또한 45.3%로 경이적이었다.

이런 커리를 있게 한 것은 재능보다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그가 최고의 노력파라는 것. 커리는 지난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언더아머-스테판 커리 라이브 인 서울’ 행사에서 많은 훈련량에 대한 질문에 “내가 가장 체육관에 오래 남아 있는 선수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며 “한계에 도전해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다만 많은 훈련시간 자체보다는 효율적으로 연습하는데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후 더욱 발전한 커리는 2014~2015, 2015~2016시즌 연속으로 시즌 MVP를 수상했다. 특히 2015~2016시즌에는 NBA 역사상 유일무이한 만장일치 MVP에 올랐다.

▲ 커리가 레거시 키즈를 상대로 농구 클리닉을 진행했다. 중학교 유망주 선수들은 커리의 동작과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피지컬이 지배하는 리그에서 신체적 한계를 노력으로 극복했다는 점은 큰 울림을 준다. 그는 단순히 뛰어난 성적만을 올린 게 아니었다. 색다른 농구 스타일을 개척하며 농구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가 커리에 열광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다.

그의 농구관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멘탈’이었다. 커리는 자신이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도, 한국의 농구선수들에게 전할 메시지에서도 모두 정신력을 강조했다. “정신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커리는 한국 선수들을 향해 “매 순간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커리에게 더 이상 더 바랄 것이 무엇일까. 그는 “이미 2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었지만 더 이기고 싶다”며 “파이널까지 가는데 긴 시간이 걸리고 힘들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더 이기고 싶고 그 목표를 위해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프코트 슛을 성공시킨 신현빈 씨(왼쪽)와 이에 기뻐하는 커리.

◆ ‘노력형 천재’ 커리, 취준생의 가슴에 불 지핀 나비효과

커리의 내한 행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한 사람이 있다. ‘언더아머-스테판 커리 라이브 인 서울’에서 일반인 관중을 대상으로 열린 이벤트 도중 하프라인 슛을 꽂아 넣은 신현빈(27) 씨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농구스타 커리를 조금이라도 가까이 보기 위해 행사 시작 5시간 전인 새벽 6시부터 체육관 앞에서 대기했다. ‘하프코트 샷’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도 용기를 내야 했다. 5000여 관중 앞에서 적극적으로 몸을 흔들어 5명 안에 뽑혔다. 그 자체만으로도 0.1%의 확률이었다.

신 씨가 그토록 커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 씨는 “한국 분들은 특히 공감할 것이다. 키가 작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농구에서 약점을 극복하는 모습이 멋졌다”며 “커리는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준다”고 미소 지었다.

앞서 3점슛 이벤트에서 커리는 슛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5개의 하프코트 3점슛도 모두 빗나갔다. 이벤트 참가자들을 향해서도 “내가 5개를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조언해줄 게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세계적 스타에게도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3번씩 기회를 얻은 4명의 일반인 참가자들의 슛 역시 모두 허공을 갈랐다. 이어 나선 신 씨는 처음부터 림을 맞히더니 두 번째 시도 만에 뱅크슛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그는 사전에 준비한 커리 세리머니를 펼치며 포효했다.

▲ 커리는 하프라인에서 슛을 성공시키고 자신의 세리머니로 기쁨을 표현한 팬에게 친필 사인 농구화를 선물했다.

커리는 참가자보다 오히려 더 열렬히 환호했다. 생전부지의 신 씨와 커리는 마치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를 연상시키는 완벽한 호흡으로 ‘점프 세리머니’를 하며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신 씨는 “커리가 먼저 눈빛을 보냈다. 뛰어가는데 몸을 옆으로 돌리기에 점프 세리머니를 예상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골을 성공시키면 세리머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유쾌한 선수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신 씨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커리는 신 씨의 슛이 림으로 빨려 들어가자 자신의 일처럼 크게 기뻐했고 신 씨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안겨줬다. 커리는 신 씨가 신고 있던 신발을 벗기고 자신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된 신발을 즉석에서 선물했다. 사인은 기본.

신 씨가 신고 있던 신발이 르브론의 시그니처 농구화였기에 더욱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쓰였다. 신 씨는 “커리가 ‘이런 것은 신을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내 농구화를 던져 버렸다. 이제 그 농구화는 신경 안 쓴다”며 “로또에 당첨 된 기분이다. 진열장을 구매해 잘 모셔둘 생각이다. 이 신발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올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커리는 행사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올리며 “그 정도 슛을 던질 줄 안다면 그에 맞는 신발을 신어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슈퍼스타에게도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를 본 해외 농구팬들도 신 씨를 향한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프라인 슛, 커리와의 세리머니, 잊지 못할 선물까지. 농구팬의 부러움을 한 몸에 안은 신현빈 씨에게 커리는 어떻게 기억될까. 그는 “커리는 내게 롤 모델이다. 그는 남들에게 ‘너무 작다’, ‘발목이 약하다’라는 평가를 듣지만 노력으로 실력을 증명해냈다”며 “아직 취업을 못했는데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노력과 함께 묵묵히 나아가면 커리처럼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박다정(왼쪽에서 3번째)이 스킬 챌린지 1위를 하고 참가자들, 커리(왼쪽)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언더아머 제공]

◆ 유망주들의 ‘워너비 스타’, 행동 하나하나가 본보기

‘언더아머-스테판 커리 라이브 인 서울’에는 한국을 대표했던 주희정, 우지원, 이미선 등 은퇴 농구 스타와 그리고 언더아머가 후원하는 중학교 유망주들인 레거시 키즈가 함께 했다.

스테판 커리와 그의 동생 세스(27·댈러스 매버릭스)에게 농구 기술을 전수받은 레거시 키즈는 NBA 올스타전에서 볼 수 있는 스킬 챌린지에 도전했다. 장애물을 통과해 드리블을 펼치고 정확한 패스로 구멍을 통과한 뒤 레이업슛, 3점슛을 넣어야 했다.

숙명여중 3학년 박다정(15) 양은 30초 만에 모든 과정을 마쳤다. 커리와 한국 농구의 레전드 주희정, 이미선보다도 빠른 기록이었다. 스테판 커리는 박다정 양에게 자신과 세스의 사인을 한 농구화를 선물했다. 박다정 양은 커리와 5대5 농구 대결에서도 3점슛을 성공시키는 등 빼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박다정 양은 “커리가 농구화에 직접 사인해준 것 뿐 아니라 기념사진을 찍을 때 어깨에 손을 올려줘서 너무 고마웠다”며 “훌륭한 선수가 돼 다시 만나는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 숙명여중 박다정 양은 커리와의 추억이 평생 남을 기억이라며 그를 본받아 오랫동안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스포츠Q 안호근 기자]

레거시 키즈로 발탁된 이후 6주간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친 그는 “커리 앞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다. 한국 선수들도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원래 롤 모델이 커리인데 만나서 정말 좋았다. 최고의 선수다. 평생 남을 기억이었고 영광이었다”고 감격에 겨워했다.

“연습 때는 커리처럼 플레이해 보기도 하지만 파워포워드를 맡고 있어 따라할 수 있는 게 제한된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오늘 배운 드리블과 크로스 오버 등은 경기에서도 유용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커리 바라기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단순히 꿈에 그리던 우상을 만났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NBA 선수 중에서는 커리, 국내 농구 선수 중에는 주희정, 이미선 선수를 좋아한다”며 “다들 힘들 때 노력을 통해 극복한 선수들이다. 그들을 본받아 더 오랫동안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레거시 키즈 조민근 군(왼쪽에서 3번째)가 커리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테판 커리와 세스의 팀으로 나눠 벌인 5대5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도 있었다. 광신중 3학년 조민근(15) 군이다. 그는 스테판 커리와 우지원 등을 앞에 두고도 과감한 돌파와 3점슛으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팀의 승리를 이끈 뒤 스테판 커리가 뽑은 경기 MVP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해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재밌게 잘 참여했다”고 밝힌 조민근 군 역시 커리를 보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팀에서 포인트 가드를 맡고 있는 그는 “커리를 가장 좋아한다”며 “커리와 같이 공격적인 가드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그 또한 커리에 남다른 노력파 면모를 배우고 싶은 점으로 꼽았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선수인데도 매일같이 노력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훈련이 너무 힘들 때면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커리를 떠올리면 더욱 힘을 낼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기량과 함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성실함과 절실함을 갖춘 커리.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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