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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의 실망스런 수비축구? 한국-우즈벡전 그래도 희망적인 이유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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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의 실망스런 수비축구? 한국-우즈벡전 그래도 희망적인 이유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09.0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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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신태용 감독을 대변하는 단어 중 하나는 ‘공격축구’다. 그런 신 감독도 한국 축구의 명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자신의 색깔을 버리고 안정 지향적 축구를 펼쳤다.

신태용 감독은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와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기자회견에서 “선제 실점을 내주면 힘들 거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마음 놓고 공격을 못했다. 그런 면에서 힘들었다”고 밝혔다.

▲ 신태용 축구 대표팀 감독이 31일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을 앞두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 공격축구 대명사 신태용이 답답한 수비축구를? 실망스러웠던 데뷔전

신태용 감독은 성남FC와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 2017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 등을 지휘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어떤 팀에도 물러섬 없는 화려한 공격축구를 펼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한국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변화를 택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여부가 걸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에서 쉽사리 자신의 축구를 고집할 수는 없었다. 시간도 너무 짧았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진출이 좌절될 수 있는 상황에서 사령탑에 올랐지만 팀을 쉽게 바꿔놓지는 못했다. 신 감독은 “이란은 신체적 조건이 좋고 여우 같이 공을 차는 선수가 많다”며 “워낙 공격수들이 앞에서 많이 뛰는 스타일이라 역습에도 대비하면서 조심스러운 공격을 펼쳤다”고 졸전의 이유에 대해 밝혔다.

공격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이동국의 투입은 늦은 감이 있었고 수비수 김민재와 김주영을 바꾼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결정이었다. 신 감독은 이에 대해 “김민재는 상대 선수의 반칙 후유증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해 선수 보호차원에서 김주영과 바꿨다”며 이동국 교체에 대해선 “이동국이 빨리 투입된다고 해서 반드시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1분을 뛰더라도 골을 넣어줄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우즈벡)을 0-1로 잡으면서 유리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결국 승점 1만 추가하며 4승 2무 3패, 승점 14로 조 2위를 지켰다. 반면 시리아가 카타르를 2-1로 꺾으며 승점 12를 기록, 골득실에서 우즈벡을 제치고 조 3위로 뛰어올랐다. 우즈벡전 패하면 최악의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도 무산될 수 있다.

▲ 대표팀 선수들이 이란전 실망스러운 무승부를 거둔 뒤 멋쩍은 표정으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오늘 경기를 이기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우즈벡전도 마찬가지”라며 “최소한 실점 없는 무승부 이상의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치고 바로 기자회견에 들어온 신 감독은 시리아전 결과에 대해 정확히 전해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한국의 월드컵 본선 자력진출 시나리오는 오직 하나. 우즈벡을 꺾는 것이다. 신 감독의 발언의 취지를 다시 풀이하자면 최소한의 실점으로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내겠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쨌든 우즈벡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

이란전만 놓고 보자면 좀처럼 희망적인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과 마찬가지로 무실점에도 수비는 불안했고 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에도 유효슛은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 공격라인 유럽파 고집, 신 감독이 강조한 '개인역량' 우즈벡전 발휘될까

신 감독은 “손흥민, 권창훈 등 오늘 선발로 나선 유럽파 선수들 대부분은 하루 정도 밖에 훈련을 못했다. 손발을 맞추는데 힘들었다”며 “실질적으로 공격라인은 조직력 훈련에서 부족했다고 본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렇다면 신 감독은 왜 훈련이 부족한 유럽파를 기용한 것일까. 그는 “공격수에게는 조직력보다는 개인 능력이 더 요구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손흥민, 황희찬, 권창훈 같은 선수들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잘 안됐지만 1선에서 많이 뛰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오른쪽)은 이날 실망스러운 공격력을 보였다. 신태용 감독은 훈련 시간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오는 5일 우즈벡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신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토트넘 핫스퍼에서 21골을 넣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인정받는 선수로 성장했고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은 올 시즌 11경기에서 벌써 7골을 폭발했다. 권창훈(디종)도 팀에 완벽히 녹아들며 프랑스 리게앙 데뷔골까지 터뜨렸다.

이는 달리 생각하면 긍정론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5일 밤 12시에 열릴 우즈벡전까지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냐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즈벡전에는 소속팀에서와 마찬가지로 최고의 컨디션을 펼칠 수 있다고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신 감독은 “변화 여부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 사실 오늘 경기를 이기면서 모든 것을 마무리하려 했다”며 “많은 준비를 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우즈벡에 가서는 무조건 이기기 위한 준비를 하겠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자신의 축구 철학까지도 잠시 접어둔 신태용 감독이 우즈벡전 쉽게 변화를 택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공격 라인의 유럽파 선수들이 우즈벡전에도 중용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진출 여부를 가릴 아시아 최종예선전은 이제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물론이고 모든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 등 유럽파 공격진. 이란전 경기력은 실망스러웠지만 결코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한국 축구의 희망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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