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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긍정의 에너지' 조진호 감독, 희소했기에 더욱 그리울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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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긍정의 에너지' 조진호 감독, 희소했기에 더욱 그리울 빈자리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0.10 2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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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이동국을 재입대 시키겠다. 상주 상무가 미드필더와 수비는 좋은데 최전방이 약하다. 이동국이 문전에서 능력이 탁월하다.”

1년 전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조진호 당시 상주 상무 감독의 이 한마디는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밝고 유쾌하면서도 솔직한 화법과 행동들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조진호 감독은 2014년부터 대전 시티즌, 상주, 부산 아이파크를 차례로 맡았다.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긍정의 에너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이 10일 세상을 떠났다. 늘 밝은 미소를 보였던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맡는 팀마다 좋은 성과를 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런 조 감독이 10일 돌연 세상을 떠났다. 구단 사무실로 출근 중에 갑작스런 심장마비 증상으로 쓰러졌고 주민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향년 44세.

이날은 공교롭게도 K리그 클래식 상위스플릿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날이었다. 지난해 조 감독이 이동국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경남FC전에서 정상적으로 팀을 이끌었기에 누구도 조 감독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게다가 늘 밝고 유쾌했던 그였기에 더욱 그랬다.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6명의 감독 모두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평소에 쾌활하고 건강한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줄 몰랐다”며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역시 “그렇게 밝은 사람이 안으로는 많은 것을 쌓아두고 살았던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언론을 상대로만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경기장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후에는 화려한 세리머니로 팬들을 열광케 했고 선수들에게는 경기 후 친근하게 다가가서 셀카를 찍자고 요구하는 등 친근한 리더십을 보였다. 이처럼 밝고 유쾌한 리더십은 탁월한 효과를 거뒀다.

▲ 조진호 감독(오른쪽)은 화려한 세리머니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요구에 세리머니 시범을 보이고 있는 조 전 상주 상무 감독. [사진=스포츠Q DB]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2014년 정식으로 대전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팀을 K리그 챌린지 정상에 올려놓으며 승격을 이끌었고 2016년 상주를 맡아서는 팀 사상 첫 상위 스플릿 진출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올 시즌에도 부산을 맡아 챌린지 2위로 이끌고 있었다. 정규리그 우승은 쉽지 않게 됐지만 플레이오프를 통한 승격 또한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전력이었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K리그 챌린지 미디어데이에서 이영익 전 대전 시티즌 감독은 부산을 우승후보로 꼽으며 “조진호 감독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도자 조진호는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올해도 그랬다. 특히 특정한 선수를 완성시키는 능력이 탁월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활약한 아드리아노가 그랬고 올해 이정협이 그랬다. 당시 이정협은 사전 자유인터뷰에서 “상주에 있을 때부터 제 스타일을 잘 아시는 감독님을 믿고 있다”고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조 감독은 지난 시즌 4골 1도움으로 부진했던 이정협의 반등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를 더욱 좋은 공격수로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그리고 조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은 이정협은 시즌 초 7경기 연속골을 넣는 등 완벽히 부활했다. 그 후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도 재발탁됐다.

그동안 권위적인 감독은 많았다. 아직도 초중고 및 대학교 축구팀에서 폭력을 일삼는 지도자에 대한 뉴스를 접하곤 한다. 그러나 조진호 감독만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승승장구한 감독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아직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는 시작 단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게 된 조진호 감독의 부드럽고 유쾌한 리더십. 그렇기에 더욱 깊은 그리움으로 자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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