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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선수들의 우승소원 '휴식은↑ 훈련은↓' [SQ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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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여자부 선수들의 우승소원 '휴식은↑ 훈련은↓' [SQ현장메모]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7.10.11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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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휴가는 늘려주시고 훈련은 줄여주세요!”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면서 시즌을 시작하는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보다 재치 넘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11일 서울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여자부 대표 선수들은 저마다 우승 소원을 꺼내며 감독에게 어필했다.

▲ 강소휘(오른쪽)의 말에 차상현 감독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종합하면 ‘휴식은 길게, 훈련은 짧게’였다.

6개 구단 감독들에게 우승 공약 질문을 던진 이는 바로 지난 시즌까지 현역 생활을 했던 김사니 SBS스포츠 해설위원이었다. 김 위원은 “미디어데이 때만 우승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말하고 정작 안 해주시는 분이 있다”며 선수들에게 우승 시 건의사항 한 가지를 꼽아달라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김사니 위원을 지도했던 이정철 화성 IBK기업은행 감독은 “약속을 지킬 땐 해가 바뀌지 않느냐. 하도 경기가 치열하다보니 기억이 안 난다”라며 나름의 변을 한 뒤 “휴식을 늘려달라는 것 외에는 요구사항이 없었던 것 같다. 약속을 안 지킨 적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김희진은 “우리 팀 훈련이 힘들면서 쉬는 시간이 없는 걸로 유명한데, 중간 중간에 선수들이 한 번씩 쉴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들어 주셨으면 한다. 이따금씩 놀러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김희진의 말을 들은 이 감독은 “김희진은 대표팀 소집 때문에 나가 있어서 모르겠지만, 올해 오프 시즌에 기존 선수들과 ‘치맥’도 했다. 올 시즌 성적과 팀 분위기가 좋으면 그때그때 하겠다”고 선수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감독의 말에 장내 분위기가 훈훈해졌다.

다른 감독들 역시 “우승하면 뭔들 못해주겠느냐. 꼭 지키겠다”며 선수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선수들의 우승 소원이 과감해졌다.

인천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은 “여기 오기 전에 선수들에게 물어봤다. 여행과 보너스는 당연한 거고 비시즌에 격주로 ‘투박’을 원하더라”고 말했다. 베테랑 김해란의 말에 박미희 감독은 받아들이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대전 KGC인삼공사 레프트 한송이는 서남원 감독을 향해 “지난 시즌은 휴가를 5주 정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우승하면 그보다 많은 휴가를 주셨으면 좋겠다”며 “개인적으로는 처음 팀에 올 때 체력이 올라오면 러닝을 안시키겠다고 하셨는데, (우승하면) 러닝을 조절해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 한송이(오른쪽)가 서남원 감독의 우승 공약에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수원 현대건설 센터 양효진은 이도희 감독을 보며 “대다수 선수들이 훈련량을 줄여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감독님은 줄여 주실 것 같은데, 코치님이 더 시킬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금전적으로 더 보상해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양효진의 말을 들은 이도희 감독은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울 GS칼텍스 레프트 강소휘는 “휴가를 늘려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이 아이돌 댄스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독특한 희망사항을 밝혔다.

그러자 차상현 감독의 뜬금없는 고백이 이어졌다. “내가 한때는 나이트 죽돌이었다”며 좌중을 웃음에 빠뜨렸다. 그러면서 “우승한다면 코칭스태프와 준비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천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박정아는 “우승하면 여행과 휴가를 많이 주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새 팀에서 같이 운동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게인’이라고 하시는 게 있다. 코치님께서 덜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이에 김종민 감독은 “우승만 한다면 못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V리그 여자부 선수들의 통통 튀는 발언에 장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들의 소원을 들어줄 감독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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