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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막Q] 연극 '엠. 버터플라이' 비극적 사랑 이야기 넘어 오리엔탈리즘 비틀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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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막Q] 연극 '엠. 버터플라이' 비극적 사랑 이야기 넘어 오리엔탈리즘 비틀어 보기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11.10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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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등장한 것은 유럽 문화·예술 분야에서 소비되는 동양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이후 서양이 갖는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 제국주의적 지배와 침략 정당화 등을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되며 동양에 대한 서양의 인식이라는 뜻을 갖게 됐다.

오리엔탈리즘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는 작품들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투란도트’, ‘나비부인’, ‘라크메’, ‘미스 사이공’ 등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오리엔탈리즘 사상이 녹아 있어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연극 '엠. 버터플라이' [사진= 연극열전 제공]

 

연극 ‘엠. 버터플라이’(M. Butterfly)는 오리엔탈리즘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는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한다. 단순히 ‘나비부인’의 중심 내용인 미국의 해군 중위 핑커톤과 일본 게이샤 쵸쵸상의 이야기와 구성을 차용하는 게 아니라 작품에 내제돼 있는 시각을 비틀어 낸다. 이 과정에서 서양이 가지고 있는 동양과 동양 여성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고,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국계 미국인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작품을 연극으로 표현한 ‘엠. 버터플라이’는 1986년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법정에 선 前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다.

실존 인물인 버나드 브루시코는 작품 속에서 르네 갈리마르로, 중국 경극 배우 쉬페이푸는 송 릴링으로 불린다. 법정 한 가운데 서 있는 르네의 모습을 보여주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그와 송 릴링의 만남부터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촘촘하고 치밀하게 전개시킨다. 주로 르네가 화자로 등장하지만 극이 클라이맥스를 향해가며 송 릴링 역시 화자로 등장해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기 시작한다.

 

연극 '엠. 버터플라이' [사진= 연극열전 제공]

 

연극 ‘엠. 버터플라이’의 르네는 계속해서 서양인의 시각에서 바라 본 동양과 동양 여자에 대해 이야기 한다. 특히 그는 송을 오페라 ‘나비부인’의 쵸쵸상과 동일시하며 ‘순종적인 동양 여성과의 사랑’이라는 판타지를 충족시키려 한다.

르네의 시각과 사상이 오리엔탈리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며 극에서는 송의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된다. 송은 서양인들이 가지고 있는 동양과 동양 여성에 대한 편견이 형상화 된 것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사실은 ‘남성’, ‘간첩’이라는 진실을 숨기고 있다. 송의 이중적인 모습은 르네를 이용하고 그를 무너지게 하는 주요 지점이 된다.

극 말미 송이 현실을 부정하는 르네의 눈을 가리는 장면이 주는 메시지는 사소하지만 강렬하게 전해진다. 이 짧은 장면은 르네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편견이 어떤 것이었는지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연극 '엠. 버터플라이' [사진= 연극열전 제공]

 

극이 끝을 향해 갈수록 제목 ‘M. Butterfly’의 의미도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M. Butterfly’의 ‘M’은 프랑스어의 ‘여성을 뜻하는 마담(Madame)이 될 수도 있고, 남성 명사 무슈(monsieur)를 함축한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단 하나의 의미로만 해석되는 '나비부인‘(Madam Butterfly)과는 확실히 다른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이외에도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외교관이라는 르네의 직업과 당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인 중국의 문화대혁명, 베트남 전쟁 등을 이용해 서양의 제국주의적 사상을 비판하기도 한다.

오페라 ‘나비부인’과 실화를 바탕으로 비틀어낸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오리엔탈리즘을 비판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보다 폭 넓은 전개를 이어가는데 성공한다.

지난 9월 공연을 시작한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오는 12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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