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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방출, LG트윈스 '독한' 리빌딩에 팬심은 타들어간다 [SQ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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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훈 방출, LG트윈스 '독한' 리빌딩에 팬심은 타들어간다 [SQ포커스]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7.11.22 2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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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지난해 6월 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였다. 당시 LG 트윈스 감독이었던 양상문 현 LG 단장은 SK 와이번스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퓨처스리그(2군)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이병규의 콜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지금 유광점퍼를 입고 있는 6세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우승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감독으로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없어 10년 이상 우승을 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감독으로 있는 동안 당장 어려움이 있더라도 팀을 만들고 싶다. 팬과 선수들이 힘든 야구를 해선 안 된다.”

▲ 이병규 은퇴식 때 함께 웃고 있는 정성훈(왼쪽부터), 이병규, 박용택. 이제 박용택만 선수로 남아 있다. [사진=스포츠Q DB]

결국 이병규는 시즌 내내 1군으로 올라오지 못했고 두산 베어스와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한 타석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LG 팬들은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인 작은 이병규에게는 기회를 그렇게 부여하면서 마지막 불꽃을 피우는 큰 이병규는 외면한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LG의 독한 리빌딩 기조는 유지된다. 이번엔 정성훈이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방출이다. 쓰임새가 1루수나 지명타자로 한정되는 데다 윤대영, 김재율, 양석환 등 젊고 펀치력 있는 자원들이 같은 롤을 수행할 수 있으니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새삼스럽지 않다. 2년 전에는 이진영이 같은 일을 겪었다.

문제는 결별 과정이다. 이진영은 40인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고 2015시즌 내리막을 타고 있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 치자. 반면 여전히 경쟁력 있는 ‘2000안타 타자’ 정성훈은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사실을 2차 드래프트가 임박해서야 알아 큰 충격에 빠져 있다. “트윈스가 무례했다”고 여론이 흐르는 배경이다.

KIA(기아) 타이거즈,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LG에 둥지를 틀긴 했어도 정성훈은 9년간 잠실을 홈으로 쓴 ‘준(準) 프랜차이즈’ 스타다. 게다가 계약이 만료된 2017시즌에도 115경기 타율 0.312(276타수 86안타) 6홈런 30타점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정성훈보다 정확히 치는 타자가 박용택 말고는 없는 게 현재 트윈스의 현실이다.

22일 발표된 2차 드래프트에서 LG는 외야수 이병규, 내야수 손주인과 백창수, 투수 유원상을 각각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NC 다이노스로 보내고 이진석, 장시윤, 신민재 등 무명의 젊은 선수들을 픽했다. 롯데가 고효준, 이병규, 오현택 등 1군 커리어가 있는 즉시전력감을 셋 선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점 찍고 내려온 노장과 애매한 기량의 멤버들을 정리하고 20대 초중반 젊은 피들을 무한 경쟁시켜 류중일 신임 감독이 리빌딩에 집중하도록 돕겠다는 의지가 묻어나는 행보다.

프로가 아무리 정글이라지만, 정성훈이 38세가 된다지만 베테랑의 쓸쓸한 말로를 또 지켜보는 이들은 서운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단했던 이병규도 이진영도 정성훈도 ‘팽’ 당하니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줄무늬 유니폼을 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봉중근, 박용택, 이동현 차례가 곧 오는 건 아닌지.

트윈스 팬들은 노심초사해야 하는 매년 겨울이 참 싫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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