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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기억의 밤' 반전 거듭하는 비극적 이야기… 김무열·강하늘 대체 불가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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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Q리뷰] '기억의 밤' 반전 거듭하는 비극적 이야기… 김무열·강하늘 대체 불가 조합
  • 이은혜 기자
  • 승인 2017.11.2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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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OWN

UP

- 109분 러닝타임을 꽉 채우는 틈 없는 긴장감
- 김무열·강하늘, 대체할 수 없는 배우들
- 천재 스토리텔러 장항준, 단순 스릴러 아닌 치밀한 구조의 비극적 이야기 완성

DOWN

- 친절해도 너무 친절한 영화, 호불호 갈릴 지점

[스포츠Q(큐) 이은혜 기자] 영화 ‘기억의 밤’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스토리텔러 장항준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배우 강하늘의 20대 마지막 작품. 게다가 각종 장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한 김무열이 합세한 ‘기억의 밤’은 촘촘한 전개와 계속되는 반전으로 긴장감을 선사한다.

# 어서와요, 장항준!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사진= 스포츠Q DB]

 

지난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발표하며 데뷔한 장항준 감독은 이후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또한 장항준 감독은 브라운관으로 무대를 옮겼을 때도 성공을 거두는 등 천재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그러나 장항준 감독은 최근 9년 동안 직접 영화를 연출하는 것보다 각색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영화 팬들을 아쉽게 했다.

오랜 시간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던 장항준 감독이 드디어 신작 ‘기억의 밤’으로 돌아왔다. 술자리에서 듣게 된 이야기에서 시작된 ‘기억의 밤’은 꽤 긴 시간의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스크린으로 옮겨지게 됐다.

‘기억의 밤’은 남부러울 것 없이 화목한 가정의 두 형제가 겪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공부, 운동, 외모 등 빠지는 것 없이 모든 것을 잘하는 형 유석(김무열)과 신경쇠약으로 약을 복용하고 삼수 중인 동생 진석(강하늘)은 등장과 동시에 상반된 느낌을 준다.

 

[사진= 영화 '기억의 밤']

 

비슷한 곳은 없지만 세상 누구보다 친한 두 사람은 비 오는 날 늦은 밤 일어난 유석의 납치를 시작으로 어긋나기 시작한다. 진석은 납치 19일 만에 집으로 돌아온 형의 모습을 보며 이질감을 느끼고, 무엇인가 잘못 됐음을 확신하게 된다.

장항준 감독은 ‘기억의 밤’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주체를 동생 진석으로 설정했다. 진석의 시각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게 되는 관객들은 그가 느끼는 이질감과 공포감을 함께 느끼게 된다. 이는 스릴러 특유의 분위기가 확실하게 전달되게 하는 역할을 하며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신경쇠약이라는 특징이 있는 진석이 가장 편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한정된 공간인 집을 공포스럽게 만들며 심리적 압박을 이어가기도 한다.

작품의 전개가 이어지며 진석을 압박하는 것들에서는 장항준 감독 특유의 센스와 꼼꼼함이 느껴진다. 특히 추적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공포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그려지며 장르의 한계를 깨고 나가려 한다. 장항준 감독은 어쩌면 흔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누구보다 촘촘하게 엮어내는데 성공했다.

# ‘야누스’ 김무열·‘독보적인’ 강하늘, 설명이 필요 없는 조합의 열연

 

배우 김무열 [사진= 영화 '기억의 밤']

 

‘기억의 밤’에서 장항준 감독의 연출력만큼이나 관객들을 사로잡는 것은 두 주연 배우 김무열, 강하늘의 연기력이다. 이미 연기력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는 김무열과 강하늘이지만 ‘기억의 밤’ 속 두 사람의 연기는 보다 특별하다.

김무열은 모난 곳 없는 완벽한 모습부터 어딘가 비틀린 유석을 완벽하게 소화한다. 안경을 벗고 끼는 것, 머리를 내리고 올리는 것 뿐인 외적 변화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김무열이 보여주는 양극단을 오가는 이중적 면모는 강하늘에게는 폭탄처럼 작용하며 그를 심리적으로 고립시키는데 일조한다.

또한 ‘기억의 밤’ 속 김무열은 자신이 연기하는 유석의 이야기가 공개될수록 더욱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한다. 특히 감정이 최고조로 치달았을 때에도 적정선을 넘지 않고 이어가는 대사와 표정은 압도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동주’를 통해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강하늘은 다시 한 번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강하늘은 신경쇠약이라는 설정에 맞게 예민하고 유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가족을 향한 의심,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느끼는 괴로움 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낸다.

강하늘은 액션신에서도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처절하고 절박한 모습으로 도로를 내달리기도 하고, 공포로 뒤덮인 얼굴을 하고 발버둥치기도 한다. 대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눈빛 하나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힘이 더해졌다.

# 너무나 친절한 영화, 누군가는 ‘불호’를 외칠 수도….

 

배우 강하늘 [사진= 영화 '기억의 밤']

 

‘기억의 밤’은 기본적으로 친절한 영화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함께 오버랩 되는 강하늘의 내레이션은 꽤나 장황하게 펼쳐진다. 특히 강하늘이 형 김무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꼭 이런 방법을 사용했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실 ‘기억의 밤’은 추적 스릴러 장르의 기본 공식을 철저하게 따라가면서 극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배치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예상하지 못할 반전들도 친절한 전개로 인해 다소 김이 빠지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극은 강하늘의 시선과 행동을 따라 흘러가고, 여기에 친절한 설명이 더해진다. 예측 못한 전개에 빠져 흐름을 놓칠 수 있는 관객들을 위한 안내 표지판일 수도 있지만 곳곳에서 등장하는 이 설명들은 때때로 이질적인 느낌을 더하며 아쉬움을 더한다.

물론, 영화 ‘기억의 밤’의 전체적 흐름으로 본다면 장황한 설명들이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 단순한 추적 스릴러라고?

 

[사진= 영화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은 ‘기억의 밤’을 통해 치밀한 연출을 선보였다. 촘촘하게 묶어낸 이야기들은 작품이 결말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해서 반전을 거듭한다. “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끈은 이어져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장항준 감독의 말은 강하늘, 김무열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마지막 퍼즐로 형체를 드러낸다.

사실 ‘기억의 밤’은 단순한 추적 스릴러 작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는 추적 스릴러의 구조를 따르고, 전개 역시 이에 충실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건을 인간 개인의 문제에서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나가는 힘을 갖고 있다.

개인의 이야기에서 가족의 이야기로, 가족의 이야기에서 사회적 이야기로 뻗어 나가는 작품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림을 완성시킨다.

장항준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인 영화 ‘기억의 밤’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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