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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무패우승 도전' 맨시티-바르셀로나-PSG, '크랙' 유무가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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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무패우승 도전' 맨시티-바르셀로나-PSG, '크랙' 유무가 차이를 만든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7.11.3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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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맨체스터 시티와 바르셀로나, 파리생제르맹(PSG)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올 시즌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은 팀들이다.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지지 않는 플레이를 하는 것도 아니다. 최강 화력으로 상대를 연일 대파한다. 이 중심에는 상대 수비 2,3명쯤은 가볍게 무너뜨리는 ‘크랙’이 있다.

크랙(CRACK). 금이 가게 한다는 뜻의 영어 단어로 축구에서는 개인 기량으로 상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능력을 지닌 선수를 일컫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제 아무리 강력한 팀이라도 극단적 수비 전술을 들고 나온 팀을 쉽게 깨부수기는 어렵다. 이럴 때 이들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인위적으로 역할을 맡기는 것도 아니고 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대체로 크랙 역할을 하는 선수들에 대한 의견은 통일된다. 맨시티에는 다비드 실바(31)와 케빈 데 브루잉(26), 바르셀로나에는 리오넬 메시(30), PSG에는 메시의 옛 동료 네이마르(25)가 있다.

◆ 골보다 값진 특급 패스, 실바-데 브루잉 없는 맨시티는 상상불가!

보통 크랙이라 불리는 선수들은 주로 공격 라인에 자리한다. 메시와 네이마르가 그렇다. 이들은 팀의 주득점 루트로서 팀이 어려울 때 자신들의 가치를 더욱 빛낸다.

그러나 맨시티의 경우는 바르셀로나, PSG와는 차이가 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빠른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찾는 팀이다. 공격수 개인 기량으로 골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창의적 미드필더의 패스 한 방에 골을 만들어 내는 게 더 자연스러운 팀이다.

리그에서 세르히오 아구에로, 라힘 스털링(이상 9골), 가브리엘 제주스(8골), 르로이 사네(6골) 등이 많은 골을 넣고 있지만 실바와 데 브루잉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기록들이다. 이들의 활약 속에 맨시티는 13승 1무(승점 40)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015~2016시즌 맨시티의 유니폼을 입은 데 브루잉은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1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4골 7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침투 패스(19회)를 기록하며 끊임 없이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그는 스티븐 제라드(은퇴, 전 리버풀)를 연상케 하는 강력한 슛으로 직접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유럽 축구전문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데 브루잉은 리그에서 가장 높은 시즌 평점(7.98)을 기록하고 있다. 

 

 

실바는 무서운 성장을 이루고 있는 데 브루잉과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직접 득점에 가담하는 일은 더욱 줄어 1골에 그치고 있지만 어시스트는 벌써 8개로 리그 1위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패스가 주특기인 실바는 패스 성공률도 89.2%로 리그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엔 이들의 양질의 패스를 받은 스털링까지 새로운 크랙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30일(한국시간) 사우샘프턴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넣은 13골 중 5골이 결승골이었고 85%인 11골이 후반에 터져나오고 있다.

실바와 데 브루잉을 바탕으로 한 빠르고 정교한 과르디올라식 패스 축구가 모든 선수들을 ‘크랙화’시키고 있다.

◆ ‘조력자는 그만’ 메시, 네이마르 이적-수아레스 부진에도 더 빛나는 카탈루냐의 별

바르셀로나는 시즌을 앞두고 네이마르를 떠나보내며 걱정이 컸다. 루이스 수아레스마저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없다. 바르셀로나에는 메시가 있기 때문.

메시는 지난 시즌 4년 만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을 되찾았다. 그동안은 무리해서 득점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팀이 골을 넣는데 주력했다. 3시즌 동안 무려 45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이 기간 동안 바르셀로나는 리그 2연패를 이루며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지난 시즌 라이벌 팀 레알 마드리드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고 위기감을 느낀 메시는 본격적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팀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메시는 피치치(라리가 득점왕)를 되찾았다.

네이마르가 떠나며 바르셀로나에 위기가 닥쳤다. 그러나 메시는 더욱 득점력을 끌어올리며 팀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올 시즌 리그 13경기에서 12골 4도움을 폭발하고 있다. 득점 선두는 물론이고 공격 포인트도 가장 많다.

리그 선두팀에서도 팀 공헌도 35%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전체 공헌도로 따져도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후스코어닷컴 기준 리그 최다 드리블(5.7회)을 기록하며 평균 평점(8.67)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키패스(2.2회)도 리그 2위다.

바르셀로나가 13경기 연속 무패(11승 2무, 승점 35)로 단독 선두를 지킬 수 있는 이유다.

◆ 왕이 되겠다던 네이마르, PSG 우승-발롱도르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바르셀로나에서 메시, 수아레스와 ‘MSN 트리오’로 상대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던 네이마르는 올 여름 돌연 PSG행을 선택했다. PSG는 바르셀로나가 사실상 판매 불가의 의미로 설정해 놓은 바이아웃 2억2200만 유로(2861억 원)를 투자해 네이마르를 영입했다.

종전 이적료 세계 신기록을 2배 넘게 뛰어넘은 상식 밖의 베팅이었지만 네이마르가 시즌 초반 보인 활약만으로도 PSG의 결정이 충분히 합리적이었다는 것이 입증됐다.

리그 4연패를 달성했던 PSG는 4시즌 동안 113골을 몰아쳤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보낸 이후 주춤하며 5연패에 실패했다.

 

 

그러나 네이마르를 데려온 올 시즌 몰라보게 달라진 면모를 자랑하고 있다. 13승 2무, 승점 41. 2위 마르세유(승점 31)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47득점 10실점, 골득실 +37의 PSG는 맨시티(44득점 9실점, 골득실 +35), 바르셀로나(34득점 5실점, 골득실 +29)에 비해 실점은 더 많지만 압도적 공격력을 바탕으로 가장 큰 골득실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지만 지난 시즌(골득실 +56)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 현상은 단연 ‘네이마르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네이마르는 11경기에 나와 9골(6도움)을 넣었다. 득점 순위에서는 5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가치는 득점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네이마르는 후스코어드닷컴 기준 8.94의 평점으로 메시(8.67), 나빌 페키르(리옹, 8.32), 팀 동료 에딘손 카바니(8.06), 데 브루잉(7.98)을 제치고 유럽 전체에서 단연 1위다.

경기 당 평균 드리블 7.6회를 성공시키며 동료들에게 키패스 4개씩을 연결하고 있다. 현란한 발재간에 상대 수비는 파울로 끊을 수밖에 없다. 경기 당 5.1개의 파울을 유도해 낸다. 위 세 부문 모두 유럽 전체 1위다.

특급 조력자 네이마르를 등에 업은 카바니는 리그 17골로 유럽 전체 득점 선두다. 킬리앙 음바페(4골 3도움)의 존재도 상대가 네이마르만을 봉쇄에만 신경쓸 수 없는 이유다. PSG를 상대하는 팀들이 좀처럼 수비의 해법을 찾지 못할 수밖에 없다.

 

 

◆ ‘안티 풋볼’에 속수무책, 크랙 없는 경쟁팀은 답답하다

위 세 팀의 경쟁팀들이 있다. EPL에는 맨유, 라리가에는 레알 마드리드, 리게앙에는 지난 시즌 우승팀 모나코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팀들이 맨시티, 바르셀로나, PSG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슈퍼스타의 뛰어난 활약이 없다는 것이다.

맨유는 EPL에서 10승 2무 2패(승점 32)로 2위를 달리고 있다. 86점의 승점 페이스다. 충분히 리그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올해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맨시티의 예상 승점이 108점이기 때문이다. 이는 EPL 역사상 최고 승점이다. 물론 지금과 같은 기세가 시즌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가정이 전제돼 있지만 맨시티가 얼마나 뛰어난 경기력을 펼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수치다.

맨유는 벌써 2패를 당했다. 디펜딩 챔피언 첼시에 발목을 잡힌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승격팀 허더스필드에 1-2로 패한 것은 뼈아팠다. 먼저 2골을 내주고 후반 만회골을 넣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시즌 초반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2-2로 비긴 경기도 비슷했다. 상대 밀집 수비를 헤집을 만한 ‘크랙’의 존재가 절실했다.

맨유는 올 시즌 공격수 로멜로 루카쿠를 영입하며 화력을 강화했지만 믿을만한 해결사라는 느낌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루카쿠를 포함해 그 누구도 크랙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선수는 없다.

지난 시즌 리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까지 2관왕을 차지한 레알 마드리드도 부진에 빠져 있다. 8승 3무 2패(승점 27)로 4위까지 처졌다. 레알에는 메시와 함께 ‘신계’로 분류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가 있다. 그러나 올 시즌 부진이 뼈아프다. 호날두는 경기 당 6.9개의 슛을 날리면서도 리그에서 단 2골에 그치고 있다. 영국 스포츠 매체 스카이스포츠의 축구 전문가 테리 깁슨은 호날두의 무분별한 슛이 레알 부진의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모나코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시즌 모나코가 우승의 일등공신은 음바페였다. 15골 8도움을 기록하며 공격에서 맹활약했고 라다멜 팔카오까지 21골(5도움)로 폭발하며 모나코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음바페가 바르셀로나로 떠난 뒤 그의 역할을 대체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팔카오는 13골로 식지 않은 골 감각을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모나코의 득점 루트는 단순해졌다. 음바페처럼 피치를 종횡무진 휘저으며 수비에 균열을 일으킬 선수가 사라졌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크랙의 유무가 단순히 잘 하는 팀과 최강팀의 차이를 만든다. 무패 우승을 노리는 실바-데 브루잉의 맨시티와 메시의 바르셀로나, 네이마르를 보유한 PSG의 기세가 좀처럼 잦아들 것 같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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