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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나라서 대관식' 클로이 김, 이래서 미국 '국민 요정' [2018 평창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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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나라서 대관식' 클로이 김, 이래서 미국 '국민 요정' [2018 평창 동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13 2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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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Q(큐) 글·사진 안호근 기자] 100점 만점까지는 단 1.75점 부족했다. 클로이 김(18·한국명 김선)이 신의 경지에 다다른 듯한 완벽한 연기로 올림픽 데뷔전에서 금빛 사냥에 성공했다.

클로이 김은 13일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98.25점(1차 런)점을 획득,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완벽한 연기와 나이대에 맞는 재기발랄한 깜찍한 행동, 거침없는 언변까지. 왜 미국이 스노보드의 전설 숀 화이트(32)와 함께 그를 사랑하는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 클로이 김이 13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기자회견장에서 밝은 미소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날 벌어진 예선에서 유일하게 1,2차 런 모두 90점 이상을 받으며 결선에 오른 클로이 김은 단연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적수가 없었다. 1차 런에서 이미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720도 회전 기술을 펼친 클로이 김은 이어 1080도 회전 등 완벽한 연기로 93.75점을 받았다.

2차 시기에서는 2연속 1080도(10-10) 기술을 시도하다가 넘어졌지만 3차 런에서 완벽히 만회했다. 이미 우승을 확정지은 채 연기를 시작한 클로이 김은 1차 베이직 점프에 이어 2,3차에서 10-10을 성공하며 심판진을 놀라게 만들었다. 점수는 98.25. 새내기 올림피언의 점수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수치였다.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클로이 김은 파이프 위를 질주하던 때와는 180도 다른 매력으로 각국 취재진을 매료시켰다.

클로이 김은 나이에 맞게 활발한 SNS 활동을 펼친다. 인스타그램엔 그의 소식을 따르는 팔로워가 무려 39만5000여명에 달하고 트위터 팔로워도 16만6000여명에 이른다. 많은 관심에 부담이 있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클로이 김은 “어제 SNS를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메시지를 보내줘서 놀랐다”며 “SNS 활동 많았고 16만에서 급상승했다. 엄마가 본인 사진을 올려 좋아요와 댓글이 많이 달리기를 바란다며 재밌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상황이 재밌고 좋다”고 말했다.

 

 

경기를 위해 식사도 걸러야 했던 클로이 김은 금메달이 확정된 뒤 3차 시기에 돌입하기 전 잫신의 트위터에 “아침에 샌드위치를 다 안 먹은 게 아쉽다. 배가고파 매우 화가난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 후 그는 “매우 배고프다. 햄버거, 프렌치프라이, 하와이안 피자 등이 먹고 싶다”며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으로선 무엇이든 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두 손을 번쩍드는 익살스런 행동을 보탰다.

경기 전 어떤 노래 즐겨 듣는지 묻자 “처음엔 레이디 가가의 파파라치라치를 들었고 두 번째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세 번째엔 미고스 등이 부른 모터스포트를 들었다”고 답한 뒤 자원봉사자가 이를 통역하는 동안 동메달의 주인공 아리엘레 골드를 향해 화려한 동작과 함께 이 노래를 불러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러나 스노보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눈빛이 달라졌다. 그 어떤 베테랑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프로페셔널한 면모였다. 성공적인 기술 비결에 대해서는 “연습 때는 새로 쌓인 눈이 있어 속도가 많이 느렸다. 스피드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 플랫하게 랜딩했다”며 “스피드와 기술의 조화가 잘 맞아야 되는데 그런 게 잘 되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자신감이 넘쳤다.

이어 “새로 쌓이는 눈은 스피드를 줄인다”며 “그럼에도 스노보드 본능이 살아나면서 프로페셔널한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또 달랐다. 아이와 같은 면을 보이는 동시에 가족들의 희생에 고마움을 표하는 성숙함도 보였다. 클로이 김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 클로이 김의 아버지 김종진(가운데) 씨.

 

본인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아버지는 완전한 한국인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한국인 어머니와 결혼해 클로이 김을 낳았다. 그에게도 한국은 남다른 나라였다.

“오늘 경기에 할머니가 와 계신지 몰랐다. 2번째 런 때야 깨달았다”며 “할머니를 위해 뛰겠다는 생각으로 연기를 했다. 할머니와 함께 쇼핑가는 게 기대된다”고 한국에 살고 있는 할머니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늘 아버지 김종진 씨에 대해 언급할 때면 울컥하던 클로이는 “아빠는 많은 걸 희생했다. 내가 아빠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자신의 아이가 스노보드에 열정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따라 뒷바라지 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오늘 경기는 가족을 위해 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가족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경기를 마치고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훈련을 했고 드디어 여기에 왔다. 아주 좋은 결과를 받아들어 눈물이 났다”면서도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어머니와 동생 둘 다 눈물을 흘렸고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클로이 김은 우승 직후 가장 먼저 생각난 한국말에 대해 묻자 “엄마, 아빠, 가족이라는 말”이라며 “어떻게 (우승을) 축하할지 모르겠지만 아주 바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는 게 나를 위한 축하인 것 같다. 미국 집에 가면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홈 파티에서 친구, 가족과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나이에 걸맞은 재기발랄함은 물론이고 압도적인 기량과 넘치는 자신감. 앞으로 10년 이상 미국의 스노보드계를 이끌 수 있는 클로이 김을 미국이 사랑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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