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37 (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일심동체 투혼' 속 결과 초월한 감동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상태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일심동체 투혼' 속 결과 초월한 감동 있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14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릉=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결과만 보자면 여전히 아쉬울 법도 했다. 한일전이라는 특별함 때문에 더 그랬다. 그러나 남북이 하나 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투혼은 올림픽 첫 골이라는 것 이상의 감동을 안겼다.

세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강릉 관동 하키 센터에서 열린 일본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여자 B조 리그 3차전에서 1-4로 졌다.

단일팀은 3전 전패로 조별 리그를 마쳤다.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과 또한 결코 아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스하키는 순위 한 계단 차이에도 생각 외로 큰 전력 차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22위 한국과 25위 북한이 힘을 합친 단일팀은 6위 스위스, 5위 스웨덴, 9위 일본을 상대해야 했다. 20골을 내주고 단 한 골을 넣는데 그쳤지만 이를 두고 비판할 아이스하키 전문가는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한일전 단일팀이 보여준 투혼은 눈부셨고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한국은 일본과 7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 골만을 넣으며 106골이나 내줬다. 그러나 이날 올림픽 첫 골과 함께 일본전 2번째 골을 만들어 냈다.

단일팀은 1피리어드 초반 너무 쉽게 2골을 내줬다. 그러나 이후에도 맥없이 끌려가는 양상은 아니었다. 한국에 7전 전패를 안겼던 일본이지만 앞선 두 경기 스위스와 스웨덴에 8골씩 내주며 득점 없이 패한 단일팀에 한일전 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 판이었다.

2피리어드엔 더욱 팽팽해졌다. 그러나 3분여 뒤인 9분 31초. 드디어 역사적인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첫 골이 터졌다. 랜디 희수 그리핀이 박은정의 도움을 받아 슛을 날렸고 상대 골키퍼 다리에 맞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세라 머리 감독을 비롯해 벤치에서 선수들은 다 같이 손을 높이 치켜들며 환호했다.

신소정은 3피리어드 문전에서 일본 선수의 이어진 슛을 연속으로 막아내며 든든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어진 공격에서 2대1에서도 동물적 감각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뒤지고 있는 상황 공격 작업도 활발히 펼쳤다. 박채린의 강력한 슬랩슛 이후 문전 혼전 상황에서 김은향이 슛을 날렸다. 1피리어드 결정적인 일본의 슛을 막아낸 엄수연은 다시 한 번 몸을 날려 철통방어를 했다.

정신없이 10분이 흘러갔다. 랜디 희수 그리핀이 크로스 체킹으로 2분간 퇴장을 당해 일본이 공세를 펼쳤다. 마지막 16초를 버티지 못했다.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이케 시오리에게 원타이머 슬랩슛으로 추가 실점했다. 놀라운 선방률을 자랑하던 골리 신소정도 앞 선수들에게 시야가 가린 슛을 막아낼 도리는 없었다.

골리 신소정의 선방쇼는 계속됐다. 3피리어드 6분여가 남은 상황 상대의 원타이머를 몸을 던져 패드로 막아냈다. 신소정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2골 차로 뒤진 상황.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세라 머리 감독이 승부수를 띄웠다. 공격을 위해 골리를 제외하고 공격을 이어가는 엠프티넷. 그러나 결정적 실수가 나왔다. 이진규가 건넨 패스가 상대 공격에 걸렸고 우키타 루이가 쐐기골을 만들어 냈다.

1-4 패배. 그러나 무기력한 패배가 아니었다. 남북 단일팀은 일본이라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상대를 만나 진정으로 하나됐고 그를 위해 공수에서 몸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 응원단과 한국 관중들이 경기 후 하나돼 “우리는 하나다”를 외칠 수 있었던 이유. 선수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과감한 투혼 때문이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