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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이상화', 3연패했다면 여제의 고충 헤아릴 수 있었을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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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이상화', 3연패했다면 여제의 고충 헤아릴 수 있었을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2.20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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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수고했다. 너무 고맙습니다.”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가 열린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2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뒤 나선 3번째 올림픽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올림픽이 끝난 지금부터 제대로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 지난 18일 은메달을 수확한 뒤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이상화. [사진=연합뉴스]

 

금메달의 주인공 고다이라 나오가 먼저 경기를 마친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으로 100m를 통과한 이상화는 마지막 코너를 돌며 순간 삐끗했고 후반 레이스에서 주춤하며 37초33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고다이라의 기록은 36초94.

레이스를 마친 이상화는 이내 오열했다. 포디움에 올라서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방송에서 힘든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눈물을 보이거나 울컥하는 장면은 가끔 볼 수 있었지만 이토록 서럽게 우는 여제는 생소했다.

아쉬움과 후련함, 그리고 그 간의 고생이 스쳐가면서 나오는 복합적인 눈물이었을 것이다. 이상화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500m가 끝나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며 “그 부담을 내려놔 그것에 대한 선물이랄까. 이런 생각 때문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밝혔다.

19일 강릉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상화는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4년은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며 “평창올림픽이 이렇게 순식간에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 했다. 그런 압박감과 부담감이 없어져서 펑펑 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상화는 3번째 올림픽에서 당당히 레이스를 펼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빙속 여제’ 이상화의 지난 4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무릎 부상과 3연패에 대한 국민적 기대라는 엄청난 부담감을 떠안고 올림픽을 준비했다. 그러나 최근엔 고다이라 나오에게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그는 “몸이 워낙 좋았던 소치 때와 달리 이후 부상이 겹치며 감을 잃었다”며 “감을 되찾기까지 오래 걸렸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여기까지 끌어올린 것만으로도 제게는 너무나 큰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였지만 이는 오히려 이상화에게 부담일 수 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는 활발한 인스타그램 활동을 했는데, 늘 붙는 해시태그는 “난 나야”였다. 부담이 많지만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그 또한 이상화 그 자신이라는 뜻이었다. 그만큼 많은 부담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는 경기 후 펑펑 흘린 눈물,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경기 후 이상화의 눈물을 본 강릉 오벌의 관중들은 “이상화, 이상화”를 외쳤다. “괜찮아”, “잘했어”는 물론이고 “이상화, 넌 최고야”, “당신은 이미 금메달입니다” 등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말이 외쳐졌고 피켓 등으로 이상화에게 전달됐다.

 

▲ 이상화가 18일 배뉴(경기장) 세리머니에서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연패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이상화는 “작년부터 은메달로 시작해 은메달로 마무리했다. 은메달을 따면 약간 죄인이 된 기분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어느 날 그 댓글(당신은 이미 레전드)의 문구를 보고 힘이 났다. 링크에도 저를 위한 응원의 문구가 걸려 있었다. 그런 작은 말 한마디가 제게 큰 힘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3연패를 달성했다면 이상화의 이런 부담과 고충을 이토록 잘 알 수 있었을까. 혹여나 당연히 해내야 할 일을 한 것처럼 인식되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이상화의 은메달로 이를 더욱 잘 알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그 부담을 나눠가질 수 있었다.

그의 말대로 2개의 금메달과 하나의 은메달, 여전히 유효한 세계신기록도 모두 이상화의 몫이다. 이상화는 본인에게 몇점을 주겠냐는 질문에 당당히 “100점”이라고 외쳤다. “포기하고 싶었는데 재활하고 좋아지는 저를 보며 아직 건재하다는 걸 느꼈고 올림픽에 나선 내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결과가 중요했을까. 도전 정신이 가장 중요시되는 올림픽에서 이상화의 무한한 도전과 노력, 누구도 헤아릴 길 없는 부담감을 이겨낸 것에 박수를 아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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