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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 LG·삼성·kt-'신중' KIA·두산·롯데, 천차만별 우승 공약 이유는? [2018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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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 LG·삼성·kt-'신중' KIA·두산·롯데, 천차만별 우승 공약 이유는? [2018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3.22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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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보이그룹 댄스와 발라드 공연. 그리고 야구교실과 일일호프, 1박 2일 캠프, 심지어는 이 모든 것을 다 실행하겠다는 과감한 발언까지.

프로야구 개막을 코앞에 둔 각 팀의 대표 선수들이 내건 우승 공약이다. 어느새 프로야구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우승 공약은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개막 미디어데이의 단골 순서가 돼 버렸다.

2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MY CAR) KBO리그(프로야구) 미디어데이&팬페스트 행사에 참가한 10개 구단 대표 선수들에게 예정된 질문이 전달됐다. 선수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발언 순서를 기다렸다.

 

▲ LG 트윈스 박용택(왼쪽)과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22일 2018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우승 공약을 밝혔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든 건 지난해 우승팀 KIA의 양현종. 1년 전 미디어데이에 나섰던 양현종은 우승을 할 경우 팬들 앞에서 걸그룹 댄스를 추겠다고 약속했고 11번째 타이거즈에 우승을 안긴 그는 시즌 종료 후 팬페스트에서 지난해 가장 ‘핫’했던 선미의 가시나에 맞춰 여장을 한뒤 몸을 흔들었다.

팀 동료 나지완은 당시를 회상하며 “선수들이 그런 공연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정말 최악이었다. 사람은 항상 말조심해야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진행자의 짓궂은 요청에 나지완도 결국 스스로 무덤을 팠다. 그는 “만약 우승하면 현종이랑 가볍게 춤을 추겠다”며 “방탄소년단은 팬이 엄청 많은 걸로 알고 있어 실례일 것 같다. 현종이랑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는데 현장에선 KIA의 우승 시 양현종과 나지완이 함께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맞춰 댄스를 뽐내기로 암묵적인 결론이 났다.

이어 지난해 순위에 따라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의 공약이 이어졌다. 타고난 입담의 유희관은 “제가 (김)현수(LG)와 상의탈의를 공약 한 뒤로 이런 게 트렌드가 된 것 같다”며 “두산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때 밝히겠다. 커밍순(COMMING SOON)”이라며 교묘하게 피해갔다.

롯데에선 손아섭이 “우승 공약은 (이)대호 형이 이미 했기 때문에 따라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KBO리그에 복귀한 이대호가 우승 시 롯데 팬들과 그라운드에서 우승트로피에 술잔을 함께 기울이고 싶다고 한 말을 염두에 둔 것. 그러나 이내 “저는 마운드 위에서 노래를 한 곡 하겠다. 팬분들이 많이 울고 계시면 윤종신의 ‘좋니’를, 웃고 계시면 신나는 곡으로 부르겠다”고 밝혔다.

가장 우승 확률이 높은 세 팀의 현실서 있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팀들부턴 과감하고도 과연 실현 가능할지 의심케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 두산 베어스 유희관(왼쪽)과 KIA 타이거즈 나지완이 나란히 앉아 환하게 웃고 있다.

 

NC 모창민은 “내년에 야구장이 새로 지어지는데 선수단이 개막전 티켓을 전부 구매해 팬들게 제공하겠다”고 말했고 SK 와이번스 박종훈은 “야구장을 개방해 빅보드로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며 팬들과 이야기하겠다”고 전했다.

LG 박용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무려 3가지의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올해 우승하면 24년, 8760일만이다. 8760개 사인볼을 나눠드리고 성인들을 대상으론 일일 호프를 진행할 것이다. 술이 들어가니 상의 탈의, 여장 공연 등도 자연히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는 1일 야구교실을 열겠다며 오프닝은 팀 레전드이자 코치인 이병규와 이상훈이 말을 타고 등장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고척돔 번지점프’라는 파격 공약을 했던 넥센 서건창은 이번엔 실내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고척돔 1박 2일 캠핑’을, 한화 정우람은 홈구장에서 선수단이 비용을 지불하는 샴페인 파티, 삼성 강민호는 이미 구단의 허락을 받았다며 전지훈련에 참관하는 팬들의 숙박과 비행기 티켓 값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더 나아가 kt 고영표는 “하고 싶은 말들을 앞에서 다 해서 너무 어렵다”면서 “앞에 나온 모든 것들을 다 지키겠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올 시즌이 마치고 볼 수 있는 공약은 단 한 가지뿐이다. 그래서일까. 우승 확률이 높은 팀들의 공약은 다소 조심스러우면서도 현실성이 있었고 하위권으로 내려갈수록 다소 과감한 발언이 나왔다. 물론 절대 불가능한 것들은 아니었다. 모두가 우승후보라고 생각지 않는 팀들의 선수들에겐 그만큼 더욱 간절한 꿈이 한국시리즈 우승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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