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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당신의 부탁'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꿈꾸는 이동은, 임수정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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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당신의 부탁'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꿈꾸는 이동은, 임수정을 만나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04.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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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충무로의 연인, 임수정이 '엄마'로 돌아왔다. 평범한 엄마는 아닌 듯하다. 나이 서른 둘에 피 한방울 안 섞인 18살 아들의 엄마가 됐다. 영화는 고리타분한 '모성애'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속 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가 된다.

'모성애'와 '가족'은 관객들에게 진부한 소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 지는 요즘, 정상가족(부모와 혈연 자식으로 이뤄진 가정)이 아닌 가족들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은 '엄마'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가족'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새로운 '가족 영화'다.

# 충무로 신예 이동은, 섬세하게 그려낸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떠오르는 이유?

 

[사진 = 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컷]

 

'환절기'와 '당신의 부탁' 홍보 자료 중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일본의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한 언급이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세계적인 영화 감독의 반열에 오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의 영화를 통해 꾸준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부성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버려진 아이들끼리 생존을 위한 가족 공동체를 만드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동은 감독의 필모그래피 역시 유사하다. 전작이자 상업영화 데뷔작인 '환절기'에서는 동성애자인 아들과 아들의 연인을 보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뤘다. '당신의 부탁'에서는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긴 아들과 가족으로 연대해 나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당신의 부탁'은 엄마의 본능이라고 흔히 여겨지는 모성애가 타고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 또 부모 자식 관계가 필연이 아닌 서로를 위로하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단단함을 더해간다는 것을 일상적인 연출로 담아낸다.

'당신의 부탁'에서 효진(임수정 분)과 종욱(윤찬영 분)은 살가운 모자 관계는 될 수 없지만 세상을 떠난 남편,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한다.

남성 감독인 이동은 감독은 다른 남성 감독처럼 절대적이고 숭고한 모성애를 그리는 대신 인간과 인간의 연대에 초점을 맞췄다. 살갑지 않은 가족관계여도 괜찮다는 '당신의 부탁'의 메시지는 관객들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 '충무로의 연인' 임수정, 그가 그리는 '엄마'의 설득력

 

[사진 = 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컷]

 

'당신의 부탁'의 효진은 이상하다. 재혼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남편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생판 남인 종욱을 데려다 엄마를 자처했다. 친구 미란(이상희 분)의 말마따라 대책 없어보이는 효진이 '당신의 부탁'에서 관객들을 감정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이유는 배우 임수정의 연기 덕분이다.

'당신의 부탁'에서 임수정은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임수정과는 다르다. '장화, 홍련'에서 수미가 보여줬던 히스테릭한 예민함도, '김종욱 찾기'에서 지우가 보여준 수더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도 없다. '당신의 부탁' 속 효진은 일상에 지쳐있고 여전히 서툰 30대 여성이다.

'당신의 부탁'에서 화장기가 거의 없는 임수정의 피로한 얼굴은 그래서 새롭다. 엄마가 되기에는 아직 젊고 매력적인 효진이 엄마가 되는 과정의 어색함은 배우 임수정이기에 가능하다.

효진은 엄마이자 딸이기도 하다. 엄마 명자(오미연 분)와 효진의 말다툼 장면은 사랑하지만 결코 남이 될 수 없어 서로를 상처입히는 모녀관계를 표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친엄마를 그리워하는 종욱에게 "엄마가 있다고 다 좋은 줄 아냐"는 효진의 말은 그래서 더욱 울림이 강하다.

 

[사진 = 영화 '당신의 부탁' 스틸컷]

 

명필름은 '환절기'에 이어 '당신의 부탁'을 개봉하며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요구에 응답했다. '당신의 부탁' 이후에는 영화 '박화영'으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제시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 영화 시장에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잦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여성 캐릭터의 부족이 손꼽히기도 한다. 여성의 시점에서 오롯이 '엄마'와 '가족'에 집중한 영화 '당신의 부탁'의 개봉은 그렇기에 뜻깊다. 

'당신의 부탁'의 개봉 일주일 뒤에는 2018년 최고의 기대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한다. '당신의 부탁'이 적은 제작비, 적은 상영관으로 유의미한 흥행 스코어를 거둘 수 있을까? '환절기'에 이어 2018년 한국 영화계에 꼭 필요한 영화 '당신의 부탁'이 소소한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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