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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5년 벼른 SK 문경은 감독, '문애런' 꼬리표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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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5년 벼른 SK 문경은 감독, '문애런' 꼬리표도 지웠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4.1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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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5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 4패를 당한 게 많은 공부가 됐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지은 뒤 문경은(47) 서울 SK 감독은 눈물을 쏟아낸 후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벼렀던 우승. 5년 만에 드디어 기회를 잡았고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SK는 1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80-77 승리,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 문경은 서울 SK 감독(가운데)이 18일 챔프전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울산 현대모비스에 단 1승도 하지 못하고 4연패를 당했지만 이번엔 2연패를 당한 뒤 4연승이라는 프로농구 첫 역사를 쓰며 왕좌에 오른 SK다.

시즌 전 애런 헤인즈가 다시 SK의 유니폼을 입으며 기대감을 키웠다. 김선형과 조합, 그리고 문경은 감독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헤인즈에 대한 기대가 컸다.

기대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시즌 초반 주축 김선형의 부상으로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도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SK다. 그러나 ‘헤인즈 효과’는 엄청났다. KBL에서 10시즌 째 코트를 밟은 헤인즈는 김선형이 자리를 비운 SK에서 포인트 가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평균 32분 25초를 뛰며 23.98점 10.6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득점과 리바운드도 뛰어났지만 10시즌 만에 가장 많은 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많은 공헌을 했다. SK가 시즌 막판 2위를 차지하며 4강 PO에 직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시즌 후반 김선형이 돌아왔지만 이번엔 헤인즈가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결국 헤인즈를 대신해 제임스 메이스를 데려오며 봄 농구를 준비했다.

헤인즈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문애런’이라는 웃지 못할 별칭으로 불렸던 문경은 감독이다. 실제로 헤인즈가 고양 오리온의 유니폼을 입었던 시절 SK는 봄 농구 진출에도 실패했다. 헤인즈가 없는 SK를 향한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 문경은 감독(가운데)는 챔피언 트로피를 들고 눈물을 흘렸다. [사진=KBL 제공]

 

그러나 문경은 감독은 보기 좋게 이를 깨버렸다. 전주 KCC를 3승 1패로 물리치고 챔프전에 올랐다. 메이스의 기대 이상의 활약이 돋보였다. 챔프전은 드라마 그 자체였다. 1·2차전을 내리 내줬다. 역대 2연패 한 팀의 우승 확률은 단 10%(1/10)에 불과했다. 문 감독은 5년 전부터 챔프전 6연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메이스는 헤인즈와 달리 골밑의 존재감은 더욱 컸지만 발이 느렸다. 드롭존 수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SK의 강점인 속공과 드롭존 수비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1·2차전 패배로 헤인즈 없인 힘들다는 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DB에서도 헤인즈에 비해 메이스가 수월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홈으로 넘어오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최원혁을 활용해 DB 에이스 버튼의 공격력을 최소화했고 드롭존 수비를 활용해 DB 공격에 어려움을 안기며 3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후 SK의 드롭존 활용은 더욱 정교해졌다. DB는 이를 바탕으로 한 속공에 더해 3점슛까지 폭발하며 SK는 4연승을 달렸다. 2연패 후 4연승 우승은 KBL 역사에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사례다.

18년만의 감격의 우승 트로피를 SK에 안긴 문경은 감독은 우승 직후 영혼의 파트너 헤인즈를 찾았다. 뉴시스에 따르면 문 감독은 “같은 우승이라면 헤인즈와 했어야 더 감격적이지 않았을까 싶다”며 “5년 전에 함께 4패를 당했던 동료였기 때문”이라고 기쁨 속 아쉬움을 표했다.

따로 또 같이. 문경은 감독과 헤인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 감독은 헤인즈 없이도 된다는 것을 증명하며 자신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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