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15 (금)
박주영 발언 문제없다는 FC서울 황선홍, 팬들 분노는 여전한데 [SQ이슈]
상태바
박주영 발언 문제없다는 FC서울 황선홍, 팬들 분노는 여전한데 [SQ이슈]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4.19 1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년 동안 아무것도 나아진 것 없는 FC서울이 미안하고 죄송합니다.”(14일 박주영 SNS 글 내용)

“선수가 개인적인 의견을 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팀에 힘이 되는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19일 황선홍 FC서울 감독 기자회견 발언 중)

FC서울이 내홍을 겪고 있다. 부진에 빠진 팀을 두고 핵심 선수가 감독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감독은 애써 사태를 수습하려는 듯한 말을 했다. 그러나 오히려 팬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오는 21일 대구FC와 K리그1 8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19일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주영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FC서울 제공]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늘 상위권에 머물던 FC서울은 올 시즌 개막 이후 5경기 무승(3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지난 11일 홈 팬들 앞에서 포항 스틸러스르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지만 사흘 뒤 열린 경기에서 울산 현대에 또다시 0-1로 패했다.

실망한 박주영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겼다. “기분이 좋지 않다. FC서울이 경기에서 패하면 화가 나고 힘을 보태지 못해서 화가 납니다. 그리고 오늘도 경기를 보면서 미안합니다. 비 맞으며 응원한 팬들에게도 미안하고 티비로 지켜본 팬들에게도 미안합니다”라고 글을 적었다.

이어 문제의 ‘2년’을 언급했다. 나아진 게 없다는 2년은 공교롭게도 황선홍 감독의 부임 기간과 겹친다. 황 감독은 2016년 6월 최용수 감독의 사임 이후 서울의 11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그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에 진출하는 족적을 남겼고 리그에서는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 사건으로 인해 승점 9를 삭감당하며 우승을 차지하는 족적을 남겼다. 이 때 전북과 최종전에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게 박주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리그에선 5위에 머물렀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승 4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 리그서 탈락했다. 올 시즌도 전망은 밝지 않다. 7라운드를 마친 현재 10위에 머물러 있다.

 

▲ 박주영은 황선홍 감독을 저격하는 듯한 글(왼쪽)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논란이 되자 해명하는 글을 재차 올렸다. [사진=박주영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박주영의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황선홍 감독을 저격했다는 느낌을 준다. 문제의 소지가 있었고 박주영도 이내 다시 글을 올려 “저는 오늘 팀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팀에 피해를 끼치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후배님들께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할 말을 하지 못하는 그런 선수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피해를 보더라도 그것만은 지키고 싶고 그렇게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늘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고 적었다.

팀 분위기를 해친 것에는 사과를 하면서도 그 메시지 자체에 대해서는 뜻을 꺾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가 가능했다.

오는 21일 대구FC와 8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이날 사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경기와 관련된 것보다 박주영 발언에 대한 황 감독의 생각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정리하자면 박주영의 발언에 대해선 이해할 수 있으나 앞으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박주영과는 이 문제로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주영과 따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부터 둘 사이를 짐작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불편한 마음은 있지만 애써 크게 문제화하지 않으며 넘어가려는 듯한 것으로 보였다. 팀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기 외적인 일로 화제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 했다.

 

▲ FC서울 선수들이 지난 14일 울산 현대전 0-1로 패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황 감독의 수습 노력에도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댓글은 물론이고 FC서울 공식 홈페이지 팬 게시판에도 황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며 박주영에게 힘을 싣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는 상태다.

황 감독이 어떠한 태도로 선수단을 이끌어 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지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로서 선수 개개인의 튀는 행동보다는 ‘팀 정신’을 유독 강조한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지만 반드시 옳지 않은 리더십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팬들이 불편한 이유는 이와는 조금 결이 다르다. 올 시즌을 앞두고 FC서울은 윤일록을 요코하마 마리노스로 보내줬다. FA 박주영은 재계약으로 붙잡았지만 팀 공격의 핵심인 데얀은 라이벌 팀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도록 뒀다. 팬들은 분노했다. 지난 시즌 19골로 득점 3위에 올랐던 데얀을 리빌딩을 이유로 붙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임에도 8시즌이나 서울에서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 같은 사랑을 받은 그였기에 팬들의 원성은 더욱 컸다.

나아가 시즌에 돌입해 성적은 곤두박질쳤다. “리빌딩의 결과가 이것이냐”며 불만이 폭발했다. 팬 게시판에는 황 감독을 향한 불만 가득한 글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를 위해선 성적을 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서울의 경기력으로는 이 같은 부분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황선홍 감독으로서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