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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화이글스 3658일만에 2위한 날, 잠실벌엔 '나는 행복합니다'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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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한화이글스 3658일만에 2위한 날, 잠실벌엔 '나는 행복합니다' 울려퍼졌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8.05.1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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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나는 행복합니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

더 이상 ‘최강 한화’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며, ‘나는 행복합니다’는 반어법이 아니다. 이제는 정말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KBO리그) 한화 이글스가 일을 냈다. 무려 3658일 만에 정규시즌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원정경기를 2-1로 승리한 한화는 4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26승(18패)째를 따냈다. 동시에 이날 KIA(기아) 타이거즈에 패한 SK 와이번스와 공동 2위로 올라섰다.

한화가 정규시즌 10경기 이상을 치른 뒤 2위에 오른 건, 2008년 5월 13일(당시 22승 17패로 2위) 이후 3658일 만이다. 10년 만에 대형 사건을 일으킨 것.

한화의 지난 10년은 암울했다. 2007년 가을야구를 경험한 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김응용, 김성근 등 명장들이 팀을 맡았지만 숙원을 풀지 못했다. ‘5886899678’. 이 기간 동안 무려 5번이나 꼴찌에 머무르며 약팀의 이미지가 굳어졌다.

올해는 다르다. 한용덕 감독 부임 후 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순위표 아래에서 점점 치고 올라오더니 2위 자리까지 차지했다. 한 감독은 “감독은 박수만 칠 뿐”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지만 선수단에 미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한용덕 감독은 이날도 순리를 따르는 운영을 함과 동시에 상위권임에도 방심하지 않는 선수 기용을 했다.

그동안 2번 타순을 맡았던 양성우가 지쳤다고 판단, 이날 퓨처스리그에서 정근우를 콜업한 한 감독은 그를 곧바로 2번 타자 겸 선발 2루수로 기용했다. 정근우는 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1회초 선취 득점을 만드는 2루타를 날렸고,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팀이 2-0으로 앞선 1사 1루에서 김현수의 빠른 땅볼 타구를 잡아내 역동작으로 2루에 송구, 선행 주자 오지환을 아웃시켰다. 정근우의 안정적인 수비를 본 이용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공을 잡고 몸을 일으킨 뒤 곧바로 2루로 던졌다”며 “전성기 때 수비를 보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한화는 정근우 외에도 좌익수 최진행이 3회와 6회 박용택의 뜬공 타구를 전력으로 질주하며 잡아내는 등 호수비 퍼레이드를 선보였다.

이날 잠실구장 2만5000석이 만원을 이뤘는데, 3루 스탠드를 가득 메운 한화 팬들이 선수들의 파인 플레이에 주황색 막대 풍선을 두들기며 환호했다.

투수들도 힘을 냈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이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 호투를 펼쳤고, 안영명(1이닝 무실점)과 송은범(1⅓이닝 무실점), 서균(⅔이닝 무실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2-1로 앞선 9회말 1사 1, 3루 위기에서 서균이 유강남을 5-4-3 병살타로 돌려세우자, 한화 팬들은 서균의 이름을 연호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2위 도약의 감격을 맛본 한화 팬들의 여운은 길었다. 경기 후 한참이 지난 시간까지 ‘최강 한화’ 구호와 ‘나는 행복합니다’ 응원가를 부르며 잠실벌을 후끈 달궜다.

10년 만에 2위에 오른 2018년 5월 19일. 한화 팬들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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