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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월드컵 바보' 손흥민, 두려움 그리고 책임감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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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월드컵 바보' 손흥민, 두려움 그리고 책임감의 이유는?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5.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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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월드컵이 어떤 무대인지 알고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잘 알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자신감 하나로 나섰던 4년 전 월드컵에선 펑펑 울며 돌아온 손흥민(26·토트넘 홋스퍼)이지만 이번엔 다른 결과를 내야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지는 한 마디다. 한국 축구의 기대를 한 몸에 짊어진 에이스 손흥민에게 월드컵은 두려움과 책임감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손흥민은 2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월드컵 출정식에 참가했다. 무대에 선 손흥민은 “확신에 차서 말하긴 어렵지만 월드컵 때만이라도 대표팀을 응원하는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하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나타냈다.

 

▲ 한국 축구의 신구 스타인 손흥민(왼쪽)과 차범근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21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서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선 이미 가치를 증명한 손흥민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고 토트넘 이적 후에도 첫 시즌 이후 2,3년 차에는 10골 이상씩을 터뜨렸다. 특히 올 시즌엔 12골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 톱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복수의 클럽에서 그를 노리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으니 대표팀 내 성과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던 손흥민은 알제리전에서 대회 데뷔골을 넣었지만 결과는 1무 2패로 실망스럽기만 했다. 지난 15일 아디다스와 후원 연장 계약식에 나선 손흥민은 “브라질에서 너무 안 좋은 결과를 거뒀다”며 “나라를 대표해 나갔는데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창피했다”고 실망스러웠던 당시 감정을 복기했다.

소속팀과 달리 대표팀에서 손흥민이 갖는 영향력은 더욱 크다. 스스로도 월드컵을 바라보는 마음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는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월드컵에 대해 상당히 많은 생각을 했다. 잠을 잘 때에도 월드컵에 대한 꿈을 꾸고 있다”며 “소집해서 아직까지 월드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봤다.

자신의 역할만을 할 때는 지났다. 월드컵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한 그가 동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이에 대해 손흥민은 “부담보다는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제 어린 선수도, 막내도 아니다. 제가 어린 선수들을 뒤에서 많이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팀을 위해서 (기)성용이 형과 같이 이끌어가야 한다. 옆에서 도와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부담감으로 안 느끼고 그런 걸 견뎌내야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런 걸 신경 쓸 겨를 없이 운동장에서 정말 훈련만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은 이번에야말로 월드컵을 통해 "국민들께 웃음을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브라질에서 쓰라린 경험은 그를 성장시켰다. “4년 전 제가 지금의 (이)승우와 (황)희찬이 또래였다. 그때에는 자신감과 패기였다면, 이번에는 걱정이 앞서는 월드컵인 것 같다”며 “경험을 해보니까 월드컵이 어떤 무대인지 알고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걱정이 많이 앞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큰 무대에 셀 수 없이 서본 손흥민이다. ‘무서움’이라고 말했지만 긴장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지 못할 ‘클래스’가 아니다. 그가 말한 ‘무서움’은 자만을 경계하고 긍정적인 긴장감을 자아내는 그것일 것이다.

대표팀은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과정에서 해이한 정신 상태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듯한 플레이로 도마 위에 올랐다. 늘 선수단에 긴장감을 강조하는 기성용에 더불어 손흥민까지 선수단이 월드컵을 앞두고 정신을 중무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게 될 스웨덴, 멕시코, 독일에 비해 약체임을 인정하며 “한 발 더 뛰는 축구”를 강조하고 있다. 에이스 듀오 기성용과 손흥민의 넘치는 책임감은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투지를 불사 지를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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