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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한국결산 ②] 거듭된 심판 판정 논란, 보다 공정했더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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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한국결산 ②] 거듭된 심판 판정 논란, 보다 공정했더라면... ]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7.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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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8년 만에 값진 승리를 거두며 대회를 마감했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최강 독일을 격파하며 많은 감동을 안겨줬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에만 도취돼 있을 수는 없다. 스포츠Q는 이번 대회 한국 축구가 남긴 의미와 보완점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이번 2018 러시아 대회에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비디오 판정 시스템(VAR)이 도입됐다. 오심으로 인한 억울함을 없애기 위한 제도지만 대회 중반까지 유독 유럽팀 혹은 축구 강국에 유리하게 작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고의든 아니든 한국도 다소 심판 판정에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독일전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던 김영권의 골이 VAR 결과 골로 판정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에 만약은 없다지만 억울한 판정 하나 하나가 쌓여 경기 분위기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스웨덴과 첫 경기에선 유독 한국에 많은 반칙에 주어졌다. 전반 김신욱이 발바닥을 보이는 태클로 경고를 받은 반면 전반 30분 스웨덴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가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려는 손흥민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잡아 끈 상황에선 경고가 주어지지 않았다.

후반엔 세바스티안 라르손이 구자철의 종아리를 밟았지만 주심은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안정환 MBC 축구해설 위원은 “이게 경고가 아니면 도대체 축구에서 어떤 파울에 경고를 주나요”라고 분통을 터뜨렸고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지금도 충분히 경고나 카드가 나올 만한 상황인데도 주심이 (카드를) 꺼내지 않고 있다”며 “유독 우리 팀에는 경고를 주고 상대 팀에는 안 주는 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심판이다”라고 아쉬워했다.

한국에 가장 아쉬웠던 판정은 두 번째 경기였던 멕시코전에 나왔다. 스웨덴에 지며 1패를 안고 있던 한국은 멕시코전에 최소한 무승부 이상이 절실했다. 한국이 0-1로 뒤지던 후반 21분 기성용은 공격적인 드리블로 상대 진영 깊숙이까지 올라갔다. 그 과정에서 멕시코 엑토르 에레라는 기성용의 오른쪽 다리를 찼지만 주심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고 이어진 역습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추가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는 한국의 공격 진영에 서있던 부심의 자리에서는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는 명백한 반칙이었다. 당시 경기를 중계했던 김정근 MBC 캐스터는 “골 장면이 있기 전에 결정적인 상황이 있으면 VAR을 쓸 수 있는 게 아닌가요”라며 VAR 요청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의구심을 던지기도 했다.

경기 후 영국 스포츠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 등에서도 이 장면이 명백한 파울이었음에 뜻을 같이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 직후 내부 협의를 거쳐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 판정이 번복되진 않겠지만 다음 경기에서 혹시 있을지 모를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사후 처리였다.

한국의 유리한 판정을 바라는 게 아니다. VAR 도입 취지 그대로 제대로 된 역할만 해냈다면 한국이 멕시코 에르난데스에게 내준 두 번째 골은 VAR을 거쳐 취소되는 것이었다. 이날 한국이 두 번째 골을 내주지 않았다면 경기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을 공산이 크다. 최종 스코어만 놓고 봐도 멕시코의 한 골을 제하면 1-1 무승부다.

양 팀이 이날 승점을 1씩을 챙기고 3차전 결과가 그대로 펼쳐졌다면 한국이 승점 4를 기록, 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가정이지만 그만큼 두고두고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잘못된 판정이 거듭되다보면 선수들을 위축되게 만들고 제 플레이를 펼치는데 제약을 줄 수 있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기에 오심을 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이 통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판정이 약팀 혹은 약소국에 유독 잦게 나타난다는 것은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대해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논란이 커지자 피에르루이기 콜리나 FIFA 심판분과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심판이 놓친 14건의 판정을 VAR로 바로잡은 덕분에 판정의 정확성이 99.3%에 달한다”며 “만약 VAR이 없었다면 95%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며 VAR 도입으로 보다 오심이 줄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VAR 활용 여부를 심판이 재량껏 판단한다는 점은 심판이 얼마든지 한 쪽 팀에 치우친 경기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에 각 팀 벤치에 VAR 요청권한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한국이 심판 판정의 불이익 때문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한국이 스웨덴, 멕시코전 당연히 이길 만한 플레이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판정이 조금만 더 공정했더라면 '만약'을 들먹이며 스포츠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에 더욱 아쉬움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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