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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결산 ⑨<끝>] 'VAR 나비효과' 페널티킥과 극장 승부 그리고 자책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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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결산 ⑨<끝>] 'VAR 나비효과' 페널티킥과 극장 승부 그리고 자책골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7.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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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다른 대회와 가장 큰 차이를 보였던 걸 꼽자면 단연 VAR(Video Assistant Referees·비디오판독) 시스템 도입일 것이다. 공정성을 높이고자 도입된 VAR은 판정뿐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페널티킥이 급증했고, 늘어난 추가시간으로 인해 극장골이 늘었다. 역대 최다 자책골 또한 VAR 도입과 무관하지 않았다.

당초 도입 목적대로 오심을 줄인 것은 큰 성과다. 총 64경기에서 20차례 VAR을 활용했는데 그 중 17번이나 오심을 바로 잡았다.

 

 

◆ 오심 줄여준 VAR, 주심에 전권주는 시스템은 개선 필요

한국 축구도 VAR의 혜택을 누렸다. 독일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의 골이 그랬다.

김영권은 공을 받기 전 명백히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다. 부심은 김영권이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는 순간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다. 그러나 주심은 VAR을 통해 득점을 인정했다. 

다소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미 한참 경기가 진행이 된 뒤 맥을 끊는 듯 갑작스레 경기를 진행시키고 VAR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장은 이 같은 행동이 의도된 것이라고 밝혔다. VAR 판독 결과가 판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나올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일단 경기를 진행시키고 조금 늦게 영상을 통해 확실히 결과를 확인한다는 것. 예를 들어 김영권에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슛도 시도하지 못했다면 한국이 거둔 독일전 기적의 승리는 사라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긍정적 영향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난달 20일 조별리그 B조 포르투갈과 모로코전에선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가 페널티 지역 안에서 핸드볼 반칙을 범했지만 핸드볼이 선언되지 않았고 주심은 VAR 판독도 시행하지 않았다. 명백한 핸드볼이었고 주심 또한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여겨졌기에 의구심이 생겨났다.

지난달 23일 세르비아와 스위스의 조별리그 E조 경기에서도 유사한 일이 생겼다. 스위스 수비수 2명이 페널티 지역 안에서 공중볼 경합을 벌이던 중 세르비아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를 잡아당겨 쓰러뜨렸는데 주심은 VAR 판독도 없이 오히려 미트로비치의 반칙을 선언했다.

VAR 판독이 주심에게만 주어져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오심으로 인한 억울함을 없애기 위한 제도인 만큼 양 팀 벤치에 판독 요청 권한을 줘야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젠 VAR 없는 축구를 상상하기 힘들다”라며 VAR 도입에 대해 만족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월드컵 흥행을 위해 강팀과 강대국에 더욱 유리하게 VAR이 적용됐다는 논란도 피할 수는 없었다.

 

 

◆ 무득점 경기 대폭 감소, 페널티킥-극장골-자책골 영향

이번 대회에선 지루한 무득점 경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37번째 경기까지 모두 득점이 나왔다. 1954년 스위스 대회에서 작성된 26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한참이나 넘어선 기록이었다.

골이 많이 터진 이유는 무엇일까. VAR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심판의 눈으로 잡아내지 못하는 것을 VAR을 통해 확인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총 29개의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는 1990년 이탈리아, 1998년 프랑스, 2002년 한일 대회의 18개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 중 22개가 성공돼 페널티킥 최다 득점 기록도 새로 쓰였다.

반면 퇴장은 4장으로 매우 적었다. 월드컵 본선이 32개국 체제로 전환 된 이후 가장 적었다. 이 또한 VAR과 관련이 있었다.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파울의 수위를 조절했고 페널티 박스에선 지극히 조심스러워졌다.

대신 이 결과는 자책골의 증가로 이어졌다. 교묘한 파울로 상대 선수를 거칠게 막아서는 게 실점을 방지하는 하나의 기술이었다면 이젠 오롯이 수비수가 공을 걷어냄으로써 실점을 막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반복되며 자책골이 쏟아져 나왔다.

 

 

1998년 프랑스 대회의 6골이 종전 최다 기록이었지만 이번엔 그 2배인 총 12골이 자신의 팀 골대로 향했다.

유독 짜릿한 ‘극장골’도 쏟아졌다. 경기 시간 종료가 임박한 상황 승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골을 두고 이르는 말인데 연장 시간에 터진 골이 이번 대회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추가시간에 터진 골만 19골이다. 이 또한 역대 최다 기록. VAR 판독으로 인해 지체된 시간이 추가시간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엔 통상 5분 가량의 추가시간이 주어졌고 한국과 독일전의 경우 추가시간이 무려 9분이나 주어지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추가 시간에만 2골을 넣은 한국은 이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다.

이를 비롯해 한국은 멕시코전에도 추가시간에 골을 넣으며 3골을 모두 추가시간에 기록했다. 또 벨기에가 일본을 무너뜨린 환상적인 역습골도 추가시간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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