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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새 감독 파울루 벤투, 자격 입증한 고승률-진정성-철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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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새 감독 파울루 벤투, 자격 입증한 고승률-진정성-철학은?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8.17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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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회관=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수많은 후보군이 물망에 올랐지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의 새 사령탑은 파울루 벤투(49)였다. 벤투에게 한국 축구를 맡길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높은 승률이었다.

김판곤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열고 벤투를 한국 남자 A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4년이다.

김 위원장이 내세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성공한 지도자’라는 인식이었다. 그 방증이 60%대를 웃도는 높은 승률이었다.

 

▲ 파울루 벤투 감독이 17일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사진=EPA/연합뉴스]

 

◆ 통산 승률 60% 육박, 이길 줄 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었을 때 피치에서 활약했던 벤투는 2004년부터 지도자로 입문했다. 스포르팅 CP 19세 이하(U-19) 팀을 지휘하던 그는 성인팀으로 자리를 옮겨 2005년부터 4년 동안 팀을 이끌었다.

스포르팅 CP에서 139승, 승률 61%를 기록했고 포르투갈 FA컵과 슈퍼컵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총 4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컵 대회 왕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포르투갈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에서 팀을 3위로 이끌었다. 준결승에서 우승팀 스페인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벤투의 지휘 속에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냈다. 2년 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핵심 수비수 페페의 퇴장 속에 대회 우승팀 독일에 0-4로 대패해 1승 1무 1패를 기록, 미국에 골득실에서 밀려 아쉽게 탈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고도 44경기에서 24승 11무 9패, 승률 55%로 이길 줄 아는 능력을 보였다.

이후 그리스 명문 올림피아코스에서는 68%에 육박하는 승률로 2016~2017시즌 팀에 우승을 안겼다. 김 위원장은 “지도자 통산 기록에서도 60%에 육박하는 높은 승률을 가진 감독”이라고 평가했다.

 

▲ 벤투는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에서 포르투갈을 이끌고 대회 4강행을 이끌었다. [사진=AP/연합뉴스]

◆ ‘간보기’ 몰랐던 진정성, 파주NFC 사무실 요청할 정도의 ‘워커 홀릭’

김 위원장은 40여일 간 대표팀 사령탑 후보들을 물색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다음달 초 코스타리카, 칠레와 두 차례 국내 평가전에는 반드시 새 감독으로 경기를 치르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당초 협상을 진행하려던 감독들의 불분명한 태도 때문이었다.

김 위원장은 높은 기준을 통과한 3명의 후보군을 만나기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감당하기 힘든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요구하거나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한국 축구를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도가 노출되자 스스로 물러서기도 했다.

벤투는 당초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회에서 마련한 포트폴리오에 없었던 인물이었다. 능력이 부족해서는 아니었다. “중국에서 이미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1차 협상을 마치고 귀국했을 무렵 벤투가 충칭 리판을 떠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그 이후부터 벤투와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의 요구에 모든 코치진을 대동해 면접에 나섰고 공격과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필리페 쿠엘료 필드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까지 모두 각자 전문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5명이 오래 전부터 함께 팀으로 움직였고 영상이나 PPT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것을 선수들과 공유하고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실행한다는 설명도 김 위원장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깊은 인상을 남긴 요구 조건도 있었다. 바로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사무실을 마련해 달라고 한 것. 김 위원장은 “연령별 대표팀에서 올라올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지켜보며 매일 같이 일을 하겠다고 하더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이 17일 벤투를 선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높은 전술-훈련 완성도, 김판곤 위원장이 놀랐다

물론 축구 팬들이 기대한 세계적 명장 반열에 오른 이들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명확한 철학과 뛰어난 훈련 방법 등이 마련돼 있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김 위원장이 월드컵 본선에서 나타난 한국 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묻자 “점유율을 높이지 못했고 경기마다 전술이 바뀌었는데 큰 그림에선 팀 기본 전술이 바뀌면 안 된다”며 “한국은 발을 잘 사용하는 골키퍼와 좋은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있어 충분히 날카로운 공격 전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확한 진단을 내렸다는 것.

상대 공격 전개를 허용하지 않는 전방 압박과 치명적 역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 김 위원장이다. 빌드업 과정에서 공간을 만들며 어떻게 상대를 공략할지 설명하며 자신의 지식과 축구 철학을 명확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또 대한축구협회가 자신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훈련 환경은 어떤지, 훈련 중 드론을 띄울 수 있는지 등 섬세하고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체크리스트에 있는 사항을 점검했다는 게 김 위원장의 평이다.

‘홍콩 히딩크’라는 별명을 얻으며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했던 김판곤 위원장도 남다른 수준에 감탄했다. 그는 “아시아 축구 저변은 아직 크게 확대되지 않았는데 벤투 감독이 제시한 훈련 방법 등을 보며 내가 AFC나 FIFA를 통해 배운 것과는 다른 경기 접근 방식 등이 달랐다”며 “사실은 코치로서 그분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조금 위축이 됐다. 그전 스페인 코치들도 포르투갈 지도 방식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다. 확신하건데 보여주는 훈련 방법 등에서 선수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고 설명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였다고 해도 모든 팀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간의 우려처럼 ‘제2의 슈틸리케’라는 평가는 지나친 악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훨씬 뛰어난 커리어와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까지 준비돼 있는 벤투다. 그는 다음달 7일 코스타리카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국 A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자신의 색깔을 덧입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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