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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은 물론 키케-할릴호지치 영입도 실패, 피파랭킹 57위 한국 축구 씁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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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은 물론 키케-할릴호지치 영입도 실패, 피파랭킹 57위 한국 축구 씁쓸한 현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08.17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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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회관=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월드컵 이후 새 사령탑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한국 축구와 철학이 맞아야 한다는 점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리그에서 우승 혹은 월드컵 예선 통과, 대륙간컵 우승 경험이라는 구체적 조건까지 내걸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위 조건에 어느정도 부합하는 인물을 찾았다. 포르투갈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12에서 4강에 올려놨던 파울루 벤투(49)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을 잘 돌아봐야 하는 때다. 김판곤 위원장의 발언 속에 답이 있다.

 

▲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 위원장은 월드컵 이후 40여일 간 새 사령탑을 물색했다. 두 차례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 후보들과 직접 면담을 갖기도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3명의 후보군을 추렸다.

그러나 지네딘 지단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같이 ‘톱클래스’ 수준에 있는 경우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협회가 책정한 금액이 지난번보다 높았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면서도 “월드컵서 잘했거나 잘하다 약간 하향세를 탄 감독 중 한국과 철학이 맞는 감독들로 추렸다”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새 사령탑 선임을 위해 준비한 예산은 최대 4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과거에 비해 10억 원 이상 늘어난 것이지만 지단과 같이 정점에 있는 감독을 데려오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실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협상을 진행한 후보들의 실명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키케 플로레스와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이끌고 한국을 격파했던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이란을 장기간 지휘해온 카를로스 케이로스, 크로아티아를 준우승으로 이끈 슬라벤 빌리치 등이 협상 대상자로 거론된 후보였다. 이들 중 누구도 한국의 사령탑이 되지 못했다. 

감독들이 행선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크게 3가지 사항이 고려된다. 해당 팀을 맡음으로서 지도자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경우와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대회에서 성공을 통해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혹은 막대한 연봉을 받을 수 있을 때이다. 그러나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피파) 랭킹 57위로 첫 번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월드컵까지는 4년이나 남았고 연봉도 명장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을 제시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자리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이자 외국인 감독을 데려올 때 늘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김 위원장은 “각 후보들이 어느 곳과 협상하고 있는지를 알게 됐고 면접 때 보인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됐다”며 “기존 협회와 계약 파기 후 오겠다고 한 분의 경우 위약금 문제로 포기했다. 우리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액수였다”고 밝혔다.

 

▲ 2차 협상에서 김 위원장과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키케 플로레스(오른쪽). [사진=EPA/연합뉴스]

 

또 “다른 한 분은 협회가 감당할 수 없는 큰 금액을 요구해서 결렬됐고 나머지 한 분은 자신들의 의도가 노출돼 스스로 포기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관심을 보이다가도 다른 나라에서 오퍼가 오니 미안하다고 거절하기도 했고 아예 못 만난 분도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가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출장에선 축구 팬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 유력 후보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지만 관심이 부족해보였다. 김 위원장은 “그 분은 우리에게 호의를 보인다고 집까지 초청했지만 자신은 젊고 축구계 중심에 있고 가족과 떨어져서 4년을 한국에서 보내긴 어렵다며 간접적으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질문에도 손흥민과 기성용 정도만 안다고 말했을 정도로 정보가 없었다. 또 가족과 떨어지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 “직접 액수를 말하진 않았지만 대리인이 최대 얼마까지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그 부분에서도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 또한 마찬가지. “아시아로 가야 된다면 정말 큰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큰 돈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벤투가 충칭 리판에서 경질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 위원장은 “충칭에서 나온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접촉을 시도했다”며 “스크래치가 나면서 우리에게 기회 있을 수 있다는 생각했다”는 씁쓸한 말까지 남겼다.

벤투 선임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이러한 배경을 이해해야만 현실적으로 그의 한국행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제대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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