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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상류사회' 변혁 감독의 9년만의 신작… 자극적이지만 구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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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리뷰] '상류사회' 변혁 감독의 9년만의 신작… 자극적이지만 구태하다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8.08.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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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주홍글씨', '오감도'로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변혁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수애, 박해일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함께한 '상류사회'다. 

영화 개봉 전부터 청소년관람불가, 파격 노출이라는 키워드로 화제를 모은 영화 '상류사회'는 변혁 감독의 새로운 출발이 될까, 아니면 자극적인 홍보 문구로 포장된 또 하나의 '실망작'이 될까?

# AV 배우 캐스팅, 파격 노출… '욕망'을 표현하는 구태한 방식

 

[사진 = 영화 '상류사회' 스틸컷]

변혁 감독은 인간의 욕망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하는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 '주홍글씨'가 그랬다. 이번 '상류사회' 역시 권력욕, 출세욕 등 인간의 가장 밑바닥의 욕망을 전시하는 영화에 가깝다.

그 과정에서 변혁 감독이 집중한 것은 '성욕'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 집중하면서 대한민국 상류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 감독의 의도였을 터다. 영화 속 카메라는 관능적으로 여성의 몸을 훑고 정사 장면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일본 AV 배우가 영화 내 정사 장면에 캐스팅 되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 속 과시적인 성애 장면들은 영화의 전체 주제와 어우러지지 못하는 듯하다. 대한민국 상류사회의 추한 욕망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류사회'는 극중 악역으로 설정된 한용석 회장(윤제문 분)의 욕망을 부정하기는 커녕 긍정한다. 성애 장면은 자극적이게, 과도하게 묘사되지만 작중 악역인 한 회장의 세계는 다수의 한국 영화에서 연출된 '갑'의 세계다. '내부자들', '베테랑'에서 봤던 재벌의 초법적인 '갑질'은 전혀 새롭지 못하다.

'갑'의 비윤리적 세계를 파헤치기 위해 변혁 감독은 정의를 말하는 것이 아닌 '갑'들의 악행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중에서도 '갑'들의 변태적 욕망을 전시하는 영화 '상류사회'는 감독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객을 헷갈리게 만든다. 결국 두 시간 동안의 러닝타임 이후 관객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불쾌한 정사 장면 뿐이다.

# '상류사회'의 미장센, 이제는 새롭지 않다

 

[사진 = 영화 '상류사회' 인물관계도]

 

변혁 감독은 독특한 미장센으로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변혁 감독의 첫 장편 '인터뷰', 대표작 '주홍글씨'는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번 '상류사회' 역시 '보는 재미'에 중점을 둔 영화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미술관이고 각종 미술 작품과 현대미술이 스크린을 넘나든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역시 수애(오수연 분)이 비디오 아트 작품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고백하고 해방되는 장면이다.

그러나 '상류사회'의 미술적 장치들은 다소 실망스럽다. 과시하는 듯한 거대 비디오 아트, 현대 미술 작품들은 감각적이라기보다 정제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선사한다. '상류사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상류 사회의 욕망만큼 화려하지만 TV 드라마 같은 투박한 느낌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 '블랙코미디', 배우들의 열연으로도 설득력 가지지 못했다

 

[사진 = 영화 '상류사회' 스틸컷]

 

영화 '상류사회'에는 배우 수애, 박해일이 출연한다. 이미 연기력으로 검증된 두 배우는 '상류사회'의 촌철살인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관객에게 소소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배우들의 역량으로 영화의 아쉬움을 완전히 메울 수는 없었다. 영화 속 장태준(박해일 분)과 오수연(수애 분)은 선과 악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양면적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들이 '악'과 '선'을 선택하는 동기는 관객들에게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는다. 신지호(이진욱 분)와의 정사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유출되며 위기를 맞이한 오연수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며 자유로워진다는 마지막 장면은 갑작스러운 전개로 관객들에게 설득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장태준의 변심 또한 그렇다. 정계에 진출하려는 욕망으로 똘똘 뭉쳤던 박해일이 갑작스러운 정의감으로 한 회장의 비리를 고발하고자 마음먹는 장면은 관객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장면으로 다가온다. 

'상류사회'는 최근 영화 팬들이 지적하는 한국 영화의 단점이 두드러지는 영화다. 여성 캐릭터의 소모적 사용, 평면적인 상류 사회에 대한 묘사, 설득력 없는 캐릭터, 불필요한 자극적인 장면들이 그렇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상류사회'가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9년 만에 돌아온 변혁 감독은 여전히 '주홍글씨'가 개봉한 2004년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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