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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2) 박재현, "'재연배우'라는 낙인, 가슴 아프죠"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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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 (2) 박재현, "'재연배우'라는 낙인, 가슴 아프죠" (下)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5.01.1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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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스타 릴레이]② 박재현, 안 해 본 역 없는 만능 배우 上 에서 이어집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포털사이트에 '박재현'의 이름을 검색하면 여러 편의 출연작이 등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실제로 그가 촬영하지 않은 작품도 포함돼 있다. 사이트 측의 실수로 동명이인의 출연작이 박재현의 프로필에 기재돼 있는 것. 박재현은 "한 번은 같은 작품을 준비하느라 만난 적이 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 연극 무대로 시작한 연기, 청소년 드라마로 방송활동 시작

박재현은 경북 경주 출신이다. 옆집에 살던 극단 대표와의 인연으로 7~8살 무렵 경주의 연극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연기를 정식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1995년 EBS 청소년 드라마로 데뷔한 후 KBS 청소년 드라마 '스타트', '사랑이 꽃피는 계절' 등에 출연했다. 당시 방송활동과 병행할 수 없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중퇴한 후 '정 때문에' 등 드라마와 미니시리즈에서 연기했다.

유명 연기자 20여 명이 소속돼 있던 회사에 몸 담았을 때도 있었으나 군 전역 후 혼자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인의 소개로 '솔로몬의 선택', '서프라이즈' 등에 출연하게 됐다.

- 성인일 때 청소년 드라마에 출연하셨던 거네요.

▲ 20대 때 중학년 2학년 역할까지 해봤으니까요.(웃음) 출연진 중 고등학생들이 많아 수능 백일주를 사 줬던 기억이 나요. '정 때문에'에서는 고3 수험생 역을 맡았는데 식당에 가면 어머님들이 "공부 열심히 하라"면서 밥을 공짜로 주시기도 했죠.

◆ 이론보다 실전, 현장 활용 가능한 연기 중요하죠

- 한예종 중퇴는 아쉽지 않으세요?

▲ 요즘에는 학교를 다니면서도 방송활동을 병행할 수 있더군요. 저는 입학만 하고 학교를 거의 하루도 못 나간 상태였는데,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학교보다는 현장에서 배우는 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현장, 실전에 대해서는 지금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물론 학교에서도 연기를 해 볼 수 있지만, 연기는 이론으로 배워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봐요. 실제로 연극영화과를 졸업해서 현장에 투입된 사람들이 배움이 무색하게 연기하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가끔 연기학원이나 대학에 객원 강사로 나갈 때가 있는데, 그 때도 현장에서의 경험이나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는 편이에요.

- 강의할 때는 어떤 내용에 대해 가르쳐 주나요?

▲ 직접 현장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이죠. 예를 들자면 눈물 연기 같은 부분이요. 이론적으로는 '슬픈 감정을 끌어올려라' 라고 하는데, 실제로 연기해 보니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눈물이 나면 감정은 저절로 잡히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감정을 끌어올리라고 텍스트로 이론적 설명이 돼 있는 것만 보자면 실전에서 활용할 수가 없는 거죠.

 

◆ "다같은 배우에게 '재연배우'라는 낙인, 속상하죠"

박재현의 얼굴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상태지만, 재구성 프로그램에서 연기하며 오히려 다른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다. 이는 '재연배우'라고 보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사전에도 없는 '재연배우'란 말은 공공연하게 쓰인다.

- 드라마 섭외가 적어지는 이유는 얼굴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인가요?

▲ 아무래도 심각한 장면인데 재구성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했던 배우가 나오면 극의 내용보다 인물에게 시선을 뺏긴다는 이유가 있어요. 이런 이유로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고, 발돋움하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이 많이 아파요.

- '재연배우'라는 용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는 '재연배우'란 말을 많이 싫어해요. 사실 많은 분들이 이 용어를 별 생각없이 쓰실 거예요. 그런데 사인이나 기념사진을 부탁하셔서 해 드렸는데, "저 사람 누구야?" "응, 재연배우" 그런 말씀을 듣게 되면 상처가 되기도 해요.

'영화배우', '드라마 배우' 이렇게 나눠져 있는 것도 아닌데, 재구성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한다고 해서 '재연배우'라고 낙인을 찍는 건 안타깝죠. 한때는 이 용어 때문에 많이 힘든 적도 있었어요.

- 방송가에서도 이런 시선은 마찬가지인가요?

▲ 사실은 방송가에서 이 말이 만들어진 걸로 알고 있어요. 처음 재구성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연기자들에게 도와달라는 입장이었지만, 나중에는 '너희는 재연배우야' 식으로 벽을 만들어 놓는 거죠. 스타에 대해 다루면서 "이런 스타도 재연배우 시절이 있었다"고 소개하는 방송들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재연배우 시절'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 출연작인 거거든요.

쇼 프로그램이나 코미디에서 오버 연기를 보여주면서 '재연배우식 연기'라고 웃음의 소재로 삼을 때도 있어요. 빠르게 전개되는 극에서 표현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배우들의 능력이 그런 것처럼 다뤄질 때 속상하기도 해요.

 

◆ 활동적인 사진·운동 즐기는 취미생활, 연기는 "마약"

- 개인적인 취미 생활이 궁금한데요.

▲ 저는 취미생활이 좀 넓은 편이에요. 일반사람보다는 잘 하지만, 프로 정도는 아닌 수준으로요. 요즘은 야경 사진 찍는 데 재미가 생겼어요. 친구들, 풍경, 여행 사진 등 다양하게 찍고 있고요. 정적인 것보다는 활동적인 걸 좋아해서 보드, 야구 같은 운동을 즐겨요. 3년 전에는 보드를 타느라 스키장 앞에 방을 잡아놓고 촬영할 때만 서울에 가고는 했어요.(웃음)

- 연기 외에 하는 활동이 혹시 있으신가요?

▲ 예전에 이런저런 일을 투잡으로 했었죠. 지금은 '서프라이즈'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김하영 씨와 함께 의류 쇼핑몰을 준비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 생활적인 면에서 힘들었던 시절도 있었을 텐데요.

▲ 살아가는 데 생계는 중요하죠. 생활이 어려워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연기는 마약같아서, 아예 그만두는 게 아니면 조금씩 발을 디디게 되는 것 같아요. 아예 다른 직업을 찾아 이직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미련이 남아서 자꾸 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 생활이 쉽지는 않지만 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요?

▲ 좋아서요. 내가 좋아하고 그나마 잘 할 수 있는(웃음) 활동인 연기를,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는 점이 좋아요. 수입이 많진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니까 행복하죠.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서프라이즈'가 있어서고요. '서프라이즈'가 없었다면 연기 생활을 계속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프로그램에서 지속적으로 연기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 포기할까 생각이 들었을 때, '서프라이즈' 없이 휴식을 가졌다면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 주어진 것에 언제나 최선을 다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역할이 작든 크든, 맡은 역에 최선을 다하고 그로 인해 믿음을 줄 수는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취재후기] "'재연배우'라는 용어를 싫어한다"고 밝히는 태도는 고집이 아닌 뚜렷한 '소신'이었다. 이들은 재연 프로그램 '전용' 배우가 아니라, 재연 프로그램에서'도'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어떤 역을 맡아도 그 자리에서 소화할 수 있는 '만능' 배우가 몇이나 될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부터 '재연배우'라는 용어에서 벗어나자고 권하고 싶다. 이들은 '재연배우' 아닌 '배우'들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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