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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제2의 장현수 안돼", 한국 축구팬들이 전력분석-심리코칭 강화 부르짖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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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초점] "제2의 장현수 안돼", 한국 축구팬들이 전력분석-심리코칭 강화 부르짖은 까닭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09.22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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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대한축구협회(KFA)는 20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 컨벤션홀에서 ‘한국축구의 나아갈 길을 듣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축구팬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한국축구 정책제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한국축구를 정말 아끼는 많은 팬들이 함께했고 수준 높고 심도 있는 토론도 오갔다. 이날 많은 주제를 두고 얘기를 나눴지만 가장 큰 화두는 역시 남자 대표팀 전력 강화 방안이었다. 그 중에서도 전력 분석과 심리 코칭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 대한축구협회(KFA)는 20일 한국축구 정책제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많은 팬들은 전력 분석과 심리 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스포츠Q DB]

 

첫 발언 기회를 잡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유스 전력분석관 출신 배태한 씨는 “전력분석은 지원스태프가 아닌 코칭스태프로 분류돼야 한다. 지도자가 곧 분석관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유럽 클럽에선 전력분석관이 코칭스태프 라이센스나 이에 준하는 학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웨스트햄에서 일할 때 총 17명의 전력분석관이 있었고 골키퍼 전담 분석관도 따로 있었다. 전력 분석은 혼자 할 수 없다. 학문적, 현장적인 측면에서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움직여야 한다”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더했다.

전력 분석에 빅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포츠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학생 장원석 씨는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전력 분석 방법론을 논하는 학회에 일본, 중국인들은 10명 이상 참석했는데 한국인은 나 혼자였다. 한국축구에선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전력 분석을 실제로 적용할 방법론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방안이 아쉽다”며 빅데이터 활용이 전력 분석과 빼 놓을 수 없는 주류 흐름이라고 일렀다.

 

▲ 간담회에 참석한 남녀노소, 직업을 불문하고 모인 정책 제안자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심리학 박사 김필중 씨는 “지속적인 멘탈 코칭이 필요한데 현재는 인건비가 비싸 인력이 부족하고 전문성도 결여되고 있는 현실이다. 과학적 장비를 활용한 멘탈 관리 훈련은 현장에서 집중력과 판단력을 높이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며 심리 코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혼자서 20명 이상의 선수들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것은 어렵고 다른 협회 같은 경우 아웃소싱 업체에 맡기기도 한다”며 현실적인 대안도 내놓았다.

심리콘텐츠 분석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참석자는 “경기 중 일어나는 작은 실수에도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비난이 따른다. 협회 차원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당시 장현수와 같은 상황에 놓인 선수에게 심리적 압박을 이겨낼 수 있도록 심리기술 훈련을 도입해야 한다”며 “단 하나의 실수로 정신적으로 흔들리며 스스로를 죄인 취급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고 첨언했다.

심리적, 정신적 훈련을 강조한 이들은 하나같이 “어린 나이 때부터 심리 코칭은 필수다. 축구선수로서 실력과 인성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도록 정체성과 철학을 심어줄 수 있는 지도자 역량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시종일관 참가자들의 정책 제안을 경청하며 필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치며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주셨다. 돌아가서 연구하고 고뇌하겠다. 사실 이번 월드컵 때 멘탈 코칭을 고려했었다. 다만 단기간에 새로운 사람이 팀에 들어와서 선수들과 교감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고 선수들 역시 감독이 해주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을 냈다”며 “여자축구는 이미 도입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따랐지만 현재는 잘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갑자기 도입하니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불편해했다. 그래서 유소년 시스템에서부터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심리상담 인력을 두는 것도 고려중이다. 큰 방향에선 코칭스태프 능력을 향상시켜 지도자 스스로 심리 케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방향성과 커리큘럼을 잡아가겠다”며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홍명보 전무이사 역시 "말씀해주신 빅데이터, 전력 분석, 심리 케어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다. 조금 더 기다려 주시면 100%는 아니더라도 결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늘 자리는 보여주기 식이 아니다. 정말 좋은 의견 수렴해 발전하겠다. 다음 간담회 때도 좋은 의견 참고하겠다"는 말로 현실적인 조언들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췄다.

 

▲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가 간담회에 앞서 간담회를 개최하게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축구를 공부하는 팬들이 대표팀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이미 협회에서도 고려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축구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축구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도 간담회 등 소통을 통해 의견 차를 좁힌다면 팬들의 요구가 반영된 현실적인 비전을 설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어떤 팬은 행사가 모두 정리되어가던 시점에 “1년에 한 번은 축구계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노력을 하고 있는지 축구팬들이 알 수 있도록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열었으면 좋겠다”며 일반 축구팬들도 협회가 설정한 로드맵을 어떻게 밟아나가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한동안 많은 축구팬들은 협회를 불신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고 두 주체 사이 간극이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 월드컵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으로 모처럼 정말 분위기가 뜨거운 한국축구에 팬과 협회가 힘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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