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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리 매직' 아스날 풀럼 꺾고 9연승, '뷰티풀사커'의 화려한 귀환 [SQ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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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리 매직' 아스날 풀럼 꺾고 9연승, '뷰티풀사커'의 화려한 귀환 [SQ초점]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0.07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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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아스날의 상징과도 같던 아르센 벵거의 시대가 마감됐다. 2003~200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패우승 이후 우승 없이 4강권에만 머물며 ‘4스날’이란 웃지못할 별칭을 얻어야 했던 아스날이 최근 2시즌 5위, 6위를 차지하자 구단은 20여년간 팀을 이끈 벵거와 작별했다.

라이벌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물러난 뒤 아직까지 당시의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아스날 새 사령탑 우나이 에메리(47) 또한 벵거의 업적에 다가서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에메리는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아스날에 적응하고 있다. 그것도 가장 아스날다운 축구로. 이날 풀럼전에서 아스날의 변화를 명확히 읽을 수 있었다.

 

▲ 아스날 선수들이 7일 풀럼전에서 오바메양(가운데)의 골에 다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벵거는 아름다운 축구에 집착했다. 짧은 패스를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축구는 아스날 팬들의 자부심이 됐고 아스날이 긴 시간 동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음에도 벵거가 장기집권을 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 흐름이 급격히 바뀌었다. 과거와 같은 아름다운 축구를 찾아보기는 점점 힘들어졌고 강팀들에 고전하는 경우가 늘었다. 팬들이나 구단에서도 점점 결과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팀의 간판 알렉시스 산체스를 맨유에 내줬다고는 하지만 알렉상드르 라카제트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헨리크 미키타리안까지 영입하며 공격진 강화에 기대감을 키웠지만 기대이하였다. 시즌 말미 라카제트와 오바메양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둘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미키타리안도 이적 초기 번뜩였던 경기력을 점점 내보이지 못했다.

감독 하나 바뀐다고 달라질 것 같지 않았던 아스날이 감독 하나로 인해 완전히 탈바꿈하고 있다. 리그 첫 2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를 만나 연패를 당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던 아스날이지만 이후 풀럼전까지 리그 6연승, 컵 대회(유로파리그 2승, 리그컵 1승)까지 9연승을 내달렸다.
 

▲ 우나이 에미리 감독이 풀럼전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가장 아스날 다운 짜임새 있는 패스 중심의 축구는 그대로 살리면서 타이트한 압박 축구를 펼쳐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고 있다. 첫 두 경기에서 5실점했지만 이후 6경기에서 5골만 내주며 경기당 1실점 이하로 짠물수비를 펼치고 있다. 반면 19골로 화력은 EPL 정상급이다.

7일(한국시간) 열린 풀럼과 EPL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아스날은 후반에만 4골을 몰아치며 5-1 대승을 거뒀다. 올 시즌 완전히 바뀐 아스날의 단면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전반 29분 라카제트-알렉스 이워비-나초 몬레알로 이어진 패스가 문전의 라카제트에게 다시 연결됐다. 풀럼 수비를 등지고 공을 받은 라카제트는 감각적인 턴 동작으로 수비를 따돌리더니 유려한 터닝슛으로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

전반 44분 풀럼 안드레 쉬얼레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아쉽게 전반을 마친 아스날은 후반 들어 공세를 더욱 높였다.

후반 4분 라카제트의 기습 중거리슛으로 2-1로 앞서간 아스날의 3번째 골은 ‘뷰티풀 사커’의 완벽한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었다. 수비 진영에서부터 간결한 터치로 연결된 공은 왼쪽 측면까지 이어졌고 후반 교체로 나선 오바메양의 크로스를 후반 교체 투입된 아론 램지가 환상적인 백힐 슛으로 마무리했다. 풀럼 골키퍼로서도 넋을 놓고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아스날 라카제트(왼쪽)가 오바메양의 골에 축하의 포옹을 전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후반 34분엔 미키타리안이 오른쪽 측면을 보고 침투 패스를 찔러 넣었고 이를 받은 헥토르 베예린이 오바메양을 향해 정확한 크로스를 배달했다. 라카제트의 선제골과 마찬가지로 오바메양은 수비수를 등진 상태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터닝슛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후반 추가시간 이번엔 오바메양이 램지의 도움을 받았다. 램지는 풀럼 수비수 2명을 바보로 만드는 키 패스를 전달했고 상대 오프사이드 라인을 교묘히 뚫어낸 오바메양은 이를 받아 깔끔한 마무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바메양과 라카제트는 벌써 4골씩을 터뜨리며 최근 몇 시즌 동안 득점난에 시달렸던 아스날에 답을 내려주고 있다. 

아스날은 EPL에서 6승 2패(승점 18)로 어느새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이상 승점 19)을 바짝 쫓으며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현재 페이스만 놓고 보자면 아스날이 15년 만에 리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도 허황된 목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아스날 특유의 아름다운 축구가 있어 팬들을 만족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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