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1:30 (목)
[SQ포커스] FC서울의 하위스플릿행,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상태바
[SQ포커스] FC서울의 하위스플릿행,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10.08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K리그(프로축구 1부)의 리딩클럽을 자처하는 FC서울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갔다. 창단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서울은 지난 6일 전남 드래곤즈와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3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상위 스플릿 진입 실패가 확정됐다. 더구나 후반 40분 주장 고요한이 전남 허용준과 신경전을 벌이다 퇴장 당해 앞으로 두 경기에 결장하게 돼 우려를 낳는다.

 

▲ FC서울은 스플릿 라운드 도입 이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에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현재 8승 11무 13패(승점 35)로 9위에 자리한 서울은 최하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0)와 승점차가 5에 불과하다. 전남전 패배로 최근 9경기(3무 6패) 연속 승리에 실패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현재 분위기대로면 강등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서울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5위에 그치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놓쳤다. 챔피언스리그에선 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고 FA컵도 16강에서 탈락했다.

2016시즌 전북 현대를 제치고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FA컵 준우승, 챔피언스리그 4강의 성적을 올렸던 만큼 실망감은 배로 돌아왔다.

 

▲ 데얀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안델손(왼쪽)과 에반드로는 지금까지 리그에서 도합 10골도 합작하지 못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실패한 이적 시장

황선홍 전 서울 감독은 부진의 원인으로 노쇠화를 꼽고 올 시즌에 앞서 리빌딩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적 시장 행보는 팬들의 원성을 불러일으켰다. 팀의 상징과도 같았던 공격수 데얀을 라이벌 수원 삼성으로 이적시킨 것부터 파격이었다. 이어 중원의 살림꾼 오스마르와 지난 시즌 도움 2위 윤일록을 J리그에 내줬다.

팀 핵심 자원을 3명이나 내보내고 데려온 선수들의 퀄리티가 문제였다. 대구FC에서 에반드로, 산프레제 히로시마에서 안델손을 데려왔고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낸 조영욱과 계약했지만 무게감이 떨어졌다.

미드필더진에서도 대표팀 급 미드필더 주세종과 이명주가 군 입대로 빠진 반면 이미 30줄에 접어든 김성준과 경남FC 출신 신예 정현철을 영입하는데 그쳤다. 신진호가 전역해 상주 상무에서 돌아오고 송진형이 가세했지만 전력이 약화된 감을 지울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이적시장을 보낸 셈이다. 안델손과 에반드로는 각각 6골과 3골에 그쳤다. 여름에 데려온 마티치 역시 1골에 머물렀다. 데얀은 수원으로 이적해서도 리그에서 11골을 올리고 챔피언스리그에서 9골을 넣는 등 모든대회에서 23골을 적립했다.

 

▲ 황선홍 감독을 대신해 FC서울을 이끌고 있는 이을용 감독 대행은 최근 좀처럼 경기장에서 웃지 못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충격요법도 실패, 이을용에 지워진 무거운 짐

시즌 초부터 서울은 부진했고 4월 말 황선홍 감독이 사임했다. 이후 이을용 감독 대행 체제로 지금까지 왔다. 부임 직후 슈퍼매치에서 승리하는 등 반짝하고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4경기 무패(2승 2무)를 거두고 8월 들어 3연승에 성공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최근에는 9경기에서 1승도 올리지 못했다. 9월 말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이재하 단장이 물러났다. 그럼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서울보다 위에 있는 팀들도 기복있는 경기력으로 좀처럼 승점을 쌓지 못했지만 서울은 기회를 도통 살리지 못했다.

이 대행은 거의 매 경기 전형과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가져갔다. 잦은 부상으로 팀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하더라도 주 전술이 모호했다. 전술에 다양성을 불어 넣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겠지만 안정성이 부족했다. 특히 포백라인은 크게 요동쳤고 최근 10경기에서 클린시트(무실점)를 기록한 날은 한 경기에 불과하다.

고요한이 중앙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 측면 수비수까지 모두 커버하며 고군분투하고 양한빈이 매 경기 선방쇼를 보여줬지만 빛이 바랬다.

 

▲ FC서울의 대표 스타 박주영은 올 시즌 단 한 골에 그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팀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필드에 없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스타는 박주영이다. 데얀이 떠났지만 서울 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던 것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3년 재계약을 체결한 박주영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원FC와 홈 개막전에서 넣은 골이 이번 시즌 유일한 골로 남아 있다. 후반기에는 벤치에서도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다.

4월에 황선홍 감독을 저격하는 듯한 SNS로 신경전을 벌였다. 최근에는 계속된 결장에 연이어 보도된 "부상으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내용의 기사에 “올해 단 하루도 부상 때문에 쉰적이 없다”고 직접 반박해 화제가 됐다. 본인의 의도는 말 그대로 기사를 반박하려던 것일지는 모르나 이는 본인을 기용하지 않는 이 대행에 대한 무언의 시위로 비춰지며 논란이 됐다.

이에 이 대행은 “(박) 주영이가 전반기에 많은 경기에 나섰음에도 부진했다. 2군 경기를 통해 주영이의 몸 상태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주영이도 팬들도 기다릴 줄 알아야한다”며 에둘러 불화설을 일축했다.

중앙 미드필더 하대성 역시 지난달 26일 인천전에 복귀하기까지 종아리 부상으로 약 1년간 결장하며 피치에서 떠나있었다. 그는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죄책감이 있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스스로 죄책감이 커 부상일 때 경기장을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며 팀에 힘을 보태주지 못한 점에 거듭 미안하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 FC서울의 몰락은 K리그에도 타격이 크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은 전북 현대 다음으로 많은 운영비를 지출하는 K리그의 빅클럽이다.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며 이번 시즌 극도의 부진에도 불구 여전히 평균 관중 1위를 지켰다.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는 프로야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국내 프로 스포츠 최고의 흥행카드다. 서울이 강등된다면 K리그로서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하대성은 복귀 직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상·하위 스플릿을 가리지 않고 승리하는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했다. 서울은 ‘6강’ 진입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다음 시즌 재기를 위해서라도 이번 시즌을 잘 마칠 필요가 있다. 우선 9경기 무승 사슬을 끊는 것이 급선무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