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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손혜원 등 의원들, 핵심은 '선동열-오지환 논란'인데 국정감사선 엉뚱한 질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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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손혜원 등 의원들, 핵심은 '선동열-오지환 논란'인데 국정감사선 엉뚱한 질문만?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0.11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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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을 수확하고도 금의환향하지 못했다. 군 면제 혜택을 받게 된 오지환(LG 트윈스) 등을 선발한 것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국민적 의구심이 컸고 이는 선동열(55) 대표팀 감독을 현직 사령탑 최초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만드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선동열 감독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어두운 표정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했다.

 

▲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 감독(왼쪽)이 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헤원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선 감독을 이 자리로 불러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건 손혜원(63)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그를 비롯해 문광위 소속 의원들은 야구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바탕으로 핵심을 짚지 못하는 질문을 해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다.

선동열 감독을 국회까지 불러들여 가장 밝히고 싶었던 것은 오지환을 비롯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기량만을 따졌는지 혹은 병역 의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이 또 다른 이유로 작용했는지와 이와 관련해 어떤 외압 혹은 청탁 유무 여부였다.

선 감독은 증인으로 채택된 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프로야구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본다는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표명에 강하게 받아칠 것으로 기대했던 의원들의 질문 수준은 과연 이 사안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기는 했는지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특히 국정감사 전부터 야구대표팀의 엔트리 선발 회의록의 부실성 등을 지적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던 손혜원 의원은 정작 이날 국정감사에선 예리하지 못한 주장과 질의를 반복했다.

 

▲ 손혜원 의원이 선 감독을 향해 공격적인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손 의원은 “회의록은 없었다. 회의 자료로 썼던 종이 몇 장을 가지고 회의록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특혜나 청탁 등 대표팀 선발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선 감독에 대해 “아니라고 하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밝히겠나”라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에 대해 다소 체념한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핵심에서 벗어난 듯한 질문이 이어졌다. 손 의원은 국가대표 감독 선발 권한이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로 이관된 뒤 선 감독이 기존 대회별 감독제에서 전임감독으로 바뀐 뒤 바로 선 감독이 선임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KBO와 유착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의 주장을 펼쳤다. 또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매일 같이 현장을 찾는 게 아니라 TV중계로 5경기를 다 체크하는 것 등을 이유로 2억 원이라는 연봉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임감독제로 변화를 꾀한 이유는 기존 리그 우승팀이 대회 지휘봉을 잡는 기존 형식이 감독의 소속 구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대회를 효율적으로 준비하기에도 어렵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선 감독은 프로야구에서 2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지도자로 선임 당시 자격 논란은 없었다.

또 손 의원은 “감독 연봉이 어디서 나오는지 아나. KBO에서 나온다. 그래서 아마에선 선수를 뽑지 않았나”라고 물었는데 선 감독은 “아마추어와 프로는 실력차이가 많다. 오히려 아마추어 선수를 뽑았다면 사건이 오히려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맞섰다.

 

▲ 선 감독이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어두운 표정으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손 의원은 선 감독이 특정 후배들을 돕고 싶어 다소 공정하지 못하다는 걸 알고도 뽑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당시 회의에 참가한 6명 중 2명에게 오지환 등 선발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에 손 의원은 “사과를 하든지 사퇴를 해야 한다. 이렇게 버티면 2020년까지 버티기 힘들다. 장관이나 차관도 마찬가지 생각일 것”이라며 “선 감독 때문에 지난 한 달 간 프로야구 관중이 20%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실한 근거 없이 사퇴를 하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었고 관중 감소에 대한 부분에도 논리적 오류가 있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관중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4년 전 인천 대회 금메달 획득 후에도 겪었던 일이다. 오지환 선발 등으로 인해 프로야구에 대한 국민 정서가 부정적으로 변한 탓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18일 동안 리그를 중단했던 여파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의원들의 질문은 더욱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유격수들의 성적을 근거로 제시하며 “어떻게 최근 3개월 성적으로 선수를 뽑을 수 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선 감독은 “감독이라면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를 뽑아야 한다. 통산 성적으로 선발하면 오히려 이름값으로 쓰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청탁이나 외압에 대한 근거나 증언을 토대로 선 감독이 오지환을 뽑은 것에 대해 지적하기보다는 무턱대고 선 감독에게 사과를 요구하거나 청탁을 받지 않았느냐고 쏘아붙이는 식의 답답한 흐름이었다. 

 

▲ 김수민 의원(가운데)이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히려 선 감독을 두둔하는 반응도 있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도 농구선수 출신이었던 점을 밝히며 선 감독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고 한선교 자유민주당 의원은 이정후가 1차 엔트리 때 탈락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선 감독이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까지 탈락시킨 걸 보면 얼마나 공정하게 선수를 선발하려고 고심했는지 알겠다”고 국민 정서와 정반대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오지환 선발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야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국회의원들이 날카롭지 못한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에 대해 개탄했다. 더 나아가 야구를 정치적 이슈로 풀어가려 한다는 지적도 많은 공감을 샀다.

문광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야심차게 선 감독을 국정감사장으로 불러오며 대표팀 선발 과정의 불합리성은 물론이고 야구계 전반에 대한 적폐에 대해 밝혀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어떠한 것도 밝혀내지 못하고 “운동만 해서 사회를 몰랐고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고개 숙이며 앞으로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선 감독에 대한 동정여론만 키우는 꼴이 돼 야구팬들의 실망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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