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29 (토)
[SQ포커스] 안우진 '2승-ERA 0' 재발견, 진정한 넥센히어로즈 '미친선수'였다
상태바
[SQ포커스] 안우진 '2승-ERA 0' 재발견, 진정한 넥센히어로즈 '미친선수'였다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0.23 2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척=스포츠Q(큐) 글 안호근·사진 주현희 기자] 토종 에이스 최원태,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 주전 포수 박동원 등이 빠졌지만 넥센 히어로즈엔 이들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는 대체자들이 있었다. 특히 고졸루키 안우진(19)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안우진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4회초 1사 1,3루에 구원등판, 5⅔이닝 동안 72구를 던지며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5-2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2차전에 이어 구원으로 나서 총 9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안우진은 홀로 2승을 수확하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놨다.

 

▲ 넥센 히어로즈 안우진이 23일 한화 이글스와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고교 시절 저지른 폭행사건으로 인해 50경기 징계를 받은 뒤 시즌 중반부터 나선 안우진은 20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평균자책점 7.19에 머물렀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속구의 강점이 있음에도 슬라이더만을 섞어 던지는 단조로운 투구 패턴과 기복 있는 피칭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가을야구에선 전혀 다른 선수가 돼 나타났다. 한화와 2차전에서 4회 역전을 허용한 2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그는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 투수가 됐다. 토종 선발 한현희가 부상까지 당하며 무너진 상황에서 든든히 중심을 잡아줬다.

이날도 안우진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깜짝 선발 등판한 이승호가 4회초 흔들리자 장정석 감독은 1사 1,3루에서 안우진을 내보냈다. 김회성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1점과 아웃카운트 하나를 맞바꿨고 정은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안우진의 호투에 힘입은 넥센 타선은 이어진 공격 1사 만루에서 김규민의 역전 2타점 적시타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5회 이용규에게 기습번트 안타, 김태균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성열을 2루수 땅볼로 막아냈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안우진은 이용규에게 또다시 행운의 안타를 맞았지만 한화 중심타선인 제러드 호잉과 김태균을 각각 슬라이더와 속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안우진은 8회 피칭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원정 3루 측 관중석은 물론이고 외야와 넥센 쪽 내야 일부까지 장악한 한화 팬들은 특유의 육성응원을 하며 루키 안우진을 압박했다. 결국 첫 타자 이성열에게 안타를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 경기를 마무리한 안우진(오른쪽)이 포수 김재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안우진은 시속 149㎞ 속구를 뿌리며 보내기 번트에 실패한 하주석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최재훈에게 유격수 방면 병살타를 유도하며 8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장정석 감독의 선택은 또다시 안우진이었다. 8회말 넥센이 임병욱의 2타점 적시타로 5-2로 격차를 벌린 가운데 안우진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선두타자 강경학에게 우익수 오른편 2루타를 맞았지만 정은원을 중견수 뜬공, 정근우를 2루수 뜬공, 이용규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직접 마쳤다.

장정석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안우진이 워낙 좋은 공을 던졌고 끝까지 밀어붙이고 싶었다”며 8회 안우진이 내야안타를 내준 뒤 마운드에 올랐던 상황에 대해 “불규칙 아니었으면 잡을 수 있는 타구였으니 뒤에 형들 믿고 똑같이 던지면 막아줄거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등장한 안우진은 “긴 이닝을 소화한 게 만족스럽다. 위기상황에서 다 모여서 한마디씩 해주셨는데 그게 힘이 됐다”며 “(브랜든) 나이트 코치님이 8회말에 경기를 끝내고 싶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1점 차여서 긴장이 됐는데 병욱이 형이 적시타를 쳐줘서 긴장이 풀렸다”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기는 했지만 시즌 초중반 50경기를 나서지 못하며 마음고생도 있었다. 그러나 투수조 선배 최원태가 힘이 됐다. “원태 형이 자신도 처음에 던지지 못했고 자기보다 더 잘 할수 있으니 길게 보라고 했다”며 “그 말에 실망하지 않고 발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연습하고 던지니 조금씩 발전했다”고 전했다.

출전 정지 이후에도 곧바로 자리를 잡지는 못했지만 후반기 이후엔 분명히 진일보했다. 전반기 3패 평균자책점 10.06에서 후반기엔 2승 1패 평균자책점 5.18까지 성적을 끌어올렸다. 

장정석 감독은 “(안우진이) 나이트 코치와 영상을 보든 캐치볼을 하면서 폼 얘기를 많이 한다. 영상을 본 뒤 팔을 올렸다고 한다”며 “그런 모습들로 인해 자신감이 붙은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시리즈 ‘미친 선수’는 안우진이었다”고 극찬했다.

안우진은 “폼을 수정했는데 몸이 굽어져 있던 걸 피니까 공의 각도도 더 생기고 컨트롤도 안정적으로 됐다”며 “처음엔 안 그랬는데 제구가 잘 안 돼 존에 공을 집어넣으려고 하다 보니 폼이 변하면서 팔이 내려갔다. 1군에서 2군 내려갔을 때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연습하면서 코치님들 도움 받아서 수정했다”고 변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젠 플레이오프다. 상대는 2년 연속 200개 이상의 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오른 SK 와이번스. 안우진은 “SK를 상대로는 길게 안 던져봐서 잘 모르지만 장타가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부분을 조심하면서 자신 있게 던지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치 못한 기회에서도 긴 이닝을 소화하며 홀로 2승을 챙긴 안우진. 플레이오프 선발 등판 가능성은 없을까. 장정석 감독은 “그런 고민을 해볼만 하지만 플레이오프 고민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 추후에 말씀드리겠다”고 답변을 미뤘지만 안우진은 “(불펜보단) 선발이 더 하고 싶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