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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프랑스에 울었던 심서연, '황금세대 마지막 월드컵'에 대한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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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프랑스에 울었던 심서연, '황금세대 마지막 월드컵'에 대한 대답은?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8.12.17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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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우리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민아(27·고베 아이낙)보다 앞서 수려한 용모로 축구팬들의 남심을 사로잡은 심서연(29·인천 현대제철)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조소현(아발드스네스) 등 ‘황금세대’가 모두 뛰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라는 세간의 평가에 기대도 큰 만큼 부담도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 프랑스 여자 월드컵 조편성 결과를 받아든 심서연이 올해를 돌아보며 월드컵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 [용인=스포츠Q 김의겸 기자] 심서연이 월드컵 조편성과 출전 의지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2018 미소(MISO) 자선축구 경기 현장에서 심서연을 만났다.

심서연은 “조 편성 결과 쉽지 않은 팀들과 같은 조가 됐다.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한 팀도 있고, 붙었었지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졌던 팀도 있다”며 “첫 경기가 잘 풀린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만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FIFA랭킹 14위)은 새해 6월 열리는 월드컵에서 프랑스(3위), 노르웨이(13위), 나이지리아(39위)와 A조에 속했다. 개최국 프랑스와는 개막전을 치른다. 3년 전 16강에서 한국에 0-3 패배를 안겼던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다. 단기전에선 첫 경기가 중요한데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는 팀을 만나게 됐으니 순탄하지만은 않다.

심서연은 “남은 6개월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겠지만 아직 실감은 잘 나지 않는다. 선수들 모두 준비를 잘하겠지만 월드컵이 아무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전에 나갔다고 무조건 또 가는 것도 아니다. 대회 직전에 가장 좋은 컨디션을 가진 선수가 가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월드컵에 가고 싶기 때문에 준비를 잘하고 있어야 한다”며 2회 연속 월드컵 명단 승선 의지를 표했다.

지난 대회에서 심서연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까지 모두 나섰다.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페인을 2-1로 꺾는 기쁨을 누렸던 한국은 16강에선 프랑스에 완패했다. 수비수로서 3골을 허용하며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기억은 다시 프랑스를 상대할 기회를 얻은 심서연에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는 듯했다.

 

▲ 심서연(등번호 4)은 3년 전 2015 FIFA 여자 월드컵에서 프랑스와 16강전 포함 4경기에 모두 나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 월드컵은 소위 황금세대가 마지막으로 함께 하는 월드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서연은 “월드컵이 매년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예선이 힘들고 세계대회에 매번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이번 대회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나이가 비슷한 선수들끼리 뛰는 마지막 대회라고 본다. 나 또한 그렇고 위의 언니들도 그렇다. 나도 어느덧 고참이기 때문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해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축구팬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주목해줬으면 하는 선수를 물었다. 심서연은 “(이)민아가 외국에서도 뛰고 많은 대회를 통해 여자축구를 알리고 있다. 지소연은 앞서 먼저 그 길을 열었다”면서 “말씀드리고 싶은 선수는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장슬기(현대제철)다. 어려서부터 연령별 대표를 모두 거쳤고 잠재력이 있었는데 성인 무대에서도 잘 하고 있다. 나이가 어려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다. 멀티 능력에 성실하기까지 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금세대 그 이후에 대한 대답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장슬기는 2010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 여민지와 함께 한국 축구에 사상 첫 FIFA 주관 대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U-20 월드컵을 거쳐 이제는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풀백부터 측면공격수까지 두루 소화하며 2골을 올렸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모두 동메달을 땄던 ‘윤덕여호’는 올해 자카르타에서 “메달 색을 바꿔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금메달을 꿈꿨다.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했지만 2015 월드컵 준우승국 일본에 좌절했다. 경기력에서 앞서고도 통한의 자책골에 눈물 흘리고 말았다. 졌지만 월드컵에서 강팀들과 대등하게 견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얻었다.

남자축구가 올해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으면서 그랬듯 여자축구도 내년 월드컵에서 또 다시 선전한다면 꾸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 여자축구는 2010년대 들어 기복 없이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 심서연(사진)은 올해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3연속 동메달 수확에 일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심서연은 “남자축구에 비해 여자축구 인기가 없고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직까지 생소하다 하시는 분도 계신다. 남자축구 선수들이 지금까지 잘 해와 이슈가 되고 붐이 일었다 생각한다. 여자축구선수들은 우리가 잘하고 좋은 모습보이면 팬 분들이 사랑해주시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항상 열심히 하고 있을 테니 여자축구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당시 이민아가 유투브 프로그램 슛포러브에 출연해 했던 말이 축구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상파 중계는 꿈도 못꿨다. 스포츠 채널에서 중계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소연 역시 축구 매거진 프로그램 풋볼매거진에 출연해 울면서 “남자축구의 반이라도 지원해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여자축구는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한국은 내년 1월 본선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1월 19일~22일 중국 광둥성 메이저우에서 열리는 4개국 친선대회 참가한다. 한국과 중국, 캐나다 그리고 아프리카 한 팀이 출전한다. 본선에서 유럽 2팀과 나이지리아를 맞는 한국에게 더 없이 좋은 모의고사다. 2월에는 호주 원정, 5월에는 3개국을 국내로 초청해 친선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월드컵 1회, 아시안게임 3회를 치러낸 베테랑 심서연도 이제 월드컵 모드다. 올 시즌 대표팀 급 자원이 즐비한 현대제철로 이적한 심서연은 김도연, 임선주와 로테이션으로 중앙 수비를 책임지며 15경기를 소화했다.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그는 “사실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은 많이 내려놨다”면서도 “팀에서 꾸준하게 활약해 대표로 발탁된다면 내년 월드컵에서는 캐나다 대회 16강을 뛰어넘는 최고 성적을 내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19년 한국 여자축구와 심서연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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