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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박항서 신드롬' 보는 일본 비상식적 반응, 베트남전 '빚'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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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Q] '박항서 신드롬' 보는 일본 비상식적 반응, 베트남전 '빚' 때문이라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8.12.19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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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박항서(59) 감독은 1년 2개월 만에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 베트남을 열광케 한 그는 수십명 이상의 외교관 역할을 해냈고 베트남과 한국이 더욱 우호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베트남 역사를 새로 쓴 주인공이다. 칭송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축구 대표팀 경기 못지않은 관심이 베트남 축구에 쏠리는 것은 기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한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가했던 부채 때문이라고 했다. 과연 이 말이 설득력이 있는 것일까.

 

▲ 박항서 감독(가운데)이 이끄는 베트남이 AFF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해 베트남을 열광에 빠뜨렸다. [사진=AP/연합뉴스]

 

일본 스포츠 매체 닛칸스포츠는 18일 한국 내 베트남 축구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대해 집중보도했다. 일본 내에서 생소한 스즈키컵을 한국이 생중계했고 시청률이 20%에 육박했다는 것, 결승 2차전에 한국 미디어 상당수가 베트남 현지에 기자단을 파견했다는 사실을 다뤘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이로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다. 캄보디아 감독을 맡고 있는 혼다 게이스케로 인해 일본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걸 예로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꼽은 이유는 베트남 전쟁이었다. 닛칸스포츠는 “한국은 베트남에 역사적 부채가 있다”며 “과거 미국의 요청으로 베트남전에 참가했었는데 여성과 어린이 등 많은 생명을 빼앗았다”고 전했다.

100% 틀린 말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국이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며 미안함을 전하면서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베트남 측에서 괜찮다며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혼다의 사례도 적절치 않다. 한국에서 베트남 축구가 화제가 되기 시작한 건 베트남이 올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부터인데 혼다는 아직까지 캄보디아를 이끌고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 베트남 경기가 벌어지는 날엔 박항서 감독의 사진과 태극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사진=EPA/연합뉴스]

 

오히려 자랑스러움이 그 원인이라고 보는 편에 더 설득력이 실린다. 박항서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선 감독으로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한 채 베트남으로 홀연히 떠났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감독이 쉽게 바뀌어나가는 어려운 자리였지만 과감히 도전해 성공을 거뒀다.

감독을 맡은 지 1년 2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을 일궜다. 박 감독 부임 이전까지 베트남이 아시아 대회에서 8강 이상 진출한 적이 없었다는 걸 생각해볼 때 그가 이뤄낸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 줄 알고 있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에 미쳐 있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떠올릴 만큼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면 상당수 국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베트남 축구에 한 목소리로 힘을 보태고 승리 후엔 축제가 벌어진다. 경기장과 거리에선 태극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을 널리 빛낸 박항서 감독과 그를 사랑해주고 더불어 한국에도 애정을 갖는 베트남에 우리로서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여전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없고 끊임없이 역사 왜곡을 하고 있는 일본이다. 일본이 한국에 전쟁으로 인한 빚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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