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동=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아산 우리은행은 ‘천재가드’ 전주원(47) 코치 밑에서 박혜진(29)을 국가대표 주전 가드로 성장시켰고 이젠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이끌어 갈 박지현(19·숭의여고)까지 끌어안게 됐다. 전주원 코치는 굴러들어온 ‘복덩이’ 박지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은행은 8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2018~2019 여자프로농구(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4%의 확률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이번 드래프트 최대어인 박지현(19·숭의여고)을 지명했다.
어느 팀이 됐든 박지현의 1순위는 사실상 내정된 것이었다. 어느 팀이 1순위 지명권을 얻는지가 관건이었다.
모두가 이향 KBSN스포츠 아나운서의 손을 바라봤다. 손엔 핑크색 공이 들려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단 하나의 구슬을 넣은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과 두 손을 불끈 움켜쥐며 환호했고 전주원 코치는 놀란 표정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박지현은 이미 고교리그를 평정한 가드다. 지난해 12경기에서 24.6득점 15.9리바운드 4.9어시스트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신장 183㎝로 전 포지션을 통틀어 이날 27명의 참가자 중 가장 장신이었다. 주 포지션이 가드라는 점은 그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부분이다. 위성우 감독도 “하드웨어가 워낙 좋은 선수”라며 “몸 밸런스도 좋고 슛도 좋다”고 평가했다.
위성우 감독의 눈길을 사라잡은 건 나이답지 않은 담대함이었다. 위 감독은 “지난해 평양 갔을 때도 보면 배포가 크다는 걸 느꼈다”며 “고3이 어떻게 저기서 저렇게 슛을 쏘고 대담하게 하는지 놀랐다. 유재학 감독님도 ‘몸도 좋고 잘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주원 코치의 발언에선 얼마나 박지현을 면밀히 관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리그 최고의 가드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이지만 전 코치는 “혜진이나 지현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혜진이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높게 평가한 부분은 센스였다. 전 코치는 “스틸을 잘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공이 어디있는지 잘 알고 센스가 있다는 것”이라며 “슛 자세도 바꿔줄 수 있고 다른 걸 다 바꿔줄 수 있지만 센스는 가르칠 수 없다. 오래보진 못했지만 지현이는 운동 능력뿐 아니라 센스까지 타고난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지현은 지난해 춘계연맹전에서 2차례 트리플 더블을 해냈는데 특히 2번째엔 31점 21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함께 기록한 건 어시스트가 아닌 스틸 10개였다. 뛰어난 하드웨어와 스피드는 물론이고 경기를 읽는 시야와 센스까지 기대를 가득 안겨주는 자원이다.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안긴 현 최고의 지도자 위성우 감독과 WKBL 전설 전주원 코치. 박지현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배경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