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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퀀텀점프' 프로농구 데이터 경진대회, KBL 성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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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퀀텀점프' 프로농구 데이터 경진대회, KBL 성과와 과제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9.01.1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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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동=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빅데이터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조직은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리더는 직감이나 막연한 신념이 아니라 데이터적(data-driven) 사고를 기반으로 합리적·효율적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스포츠산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사실 야구는 이른바 ‘숫자쟁이’들에게 놀기 좋은 공간이 된 지 좀 됐다. 빅마켓을 연고로 하는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나 LA 다저스는 데이터 분석요원만 20명씩 기용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비롯한 유럽축구 중계를 봐도 갈수록 분석이 정교해진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옵타, 엘리아스 뷰로, 스탯DNA 등 통계업체들이 제시하는 자료는 팬들이 스포츠를 갑절로 즐기게 한다.

흥행 침체로 고민하는 한국프로농구연맹(KBL)도 데이터 기반 신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귀를 열었다. “항상 열린 자세로 소통하겠다”며 올 시즌 개막 전 야심차게 내놓은 슬로건 ‘와이드 오픈’에 부합하는 행사다. 빅데이터 시대를 이끌어갈 역량 있는 인재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공동주최한 프로그램, 바로 프로농구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다.

 

▲ 제2회 프로농구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 입상자들. [사진=KBL 제공]

 

◆ '팀 명륜동' 최우수상, NBA-KBL 선수유형 매칭시스템 

참가 41팀 가운데 최종 5팀이 결선에 올랐다. 최우수상과 상금 300만 원은 성균관대 통계학과 5인(이현재, 정일훈, 권순규, 백우현, 한대룡)으로 이뤄진 ‘팀 명륜동’이 차지했다. 이들은 연맹에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스타 플레이어와 비슷한 유형의 KBL 선수를 매칭하는 알고리즘을 분석, 구체적 활용방안을 제시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권순규 씨는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한국농구에 관심을 갖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NBA만 보는 이들을 유입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라며 “데이터 분석도 좋아하고 농구도 좋아해 시작부터 끝까지 재밌었다. 팀원들 구성이 워낙 좋았다. 똑똑하고 성실한 친구들 덕이다. 뿌듯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머신러닝으로 선수 퍼포먼스를 예측하는 아이디어를 낸 성균관대 통계학과 5인 ‘오일 미라클(김정민, 김태훈, 손동희, 오세인, 한상현)’도 극찬을 받았다. 경기 기록 데이터를 활용, 군집별 선수 잠재 공헌도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우수상과 상금 200만 원을 거머쥐었다. ‘팀 명륜동’과 끝까지 겨룬 훌륭한 제안서였다.

장려상은 ‘팀 챌린저(박서현 권기민 이상근 이주원 진보경, 통계분석을 기반으로 한 별명과 KBL 선수 특징짓기)’와 ‘토샷추(이재영 전해선 신혜수, '농알못'이 제안하는 선수 경기력의 새로운 '농잘알' 지표)’가, 특별상은 ‘B.A.Sketball(경재준 김동현 신민용 이석준 이유찬, 텍스트마이닝과 웹데이터를 활용한 흥행지수 생성)’이 각각 품었다.

 

▲ 최준수 KBL 사무총장. [사진=KBL 제공]

 

◆ "장족의 발전" 극찬 릴레이 

심사위원은 최준수 KBL 사무총장, 김봉준 스포츠투아이 부사장, 김종헌 국민체육진흥공단 미래전략팀장, 최대성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영기획팀장, 김정윤 웨슬리퀘스트 이사, 이준우 KBL 사무차장 등 6인이었다. KBL과 공단의 의사결정권자, 스포츠산업 오피니언 리더가 한 자리에 모인 데서 프로농구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의 비중과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결과는 한 마디로 '퀀텀 점프(단기간 내 대약진)'였다. 스포츠 기록통계업체 선두주자 투아이를 이끄는 김봉준 부사장이 “MIT 학생들이 보스턴 레드삭스를 분석한 자료와 비슷해 놀랐다”고 감탄하고, 한 참가자에게 “사업을 한다면 얼마가 필요하겠느냐”고 묻는 대목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도 심사했는데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최대성 팀장도 “작년보다 훨씬 수준 높은 분석과 재밌는 이야기가 있었다. ‘데이터를 갖고 놀 공간을 마련하자’란 공감대에서 출발한 경진대회가 1년 만에 질적 성장을 이뤘다”며 “아이디어를 실현화할 방안을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스포츠컨설팅 전문가 김정윤 이사도 “상상 그 이상을 봤다”며 “더 많은 인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최준수 총장은 “단순히 시상으로, 하나의 이벤트로 끝내지 말자. 추천 시스템 콘텐츠의 경우 연맹 사업으로 잡고 싶다”며 공단 팀장들에게 예산안 지원방안을 문의하기도. 시상식 뒤엔 “우수 참가자와 함께 하고 싶다”면서 채용 의사까지 내비쳤다. 지난해 데이터 경진대회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인 이가 이미 KBL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 프로농구 데이터 경진대회가 특별한 이유  

적어도 국내에서는, 스포츠는 아직도 유능한 인재가 진출하길 꺼려하는 분야다. 연봉, 복지 등 전반적 처우가 금융, 마케팅 분야의 그것과 견주기 민망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계를 필두로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고급 자원을 영입하지 않아도 리그가 돌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마스포츠는 말할 것도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능력을 펼칠 무대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스포츠의 매력을 느껴볼 기회 말이다. 프로농구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그런 면에서 늘 공모전을 고파하는 구직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판인 셈이다. 체육 전공자들은 숫자를 만질 줄 아는 동료와 팀을 이뤄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운다. 통계학도는 스포츠가 연구하기에 짜릿한 주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토샷추’ 3인은 “대기업 공모전에 자주 나갔는데 이번 대회는 좀 특별하게 다가왔다. 농구연맹이 실제로 우리의 아이디어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봤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고민한 발전 방향이 리그가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제안 과정에서 통계에 허점을 보이긴 했지만 KBL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권순규 씨는 “경기 데이터가 2시즌 치밖에 없어 아쉬웠다. 시간이 쌓인다면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또 NBA처럼 △ 몇 초 갖고 있다 공을 던졌고 △ 골대와 몇 m에서 공을 던졌고 등 세세한 지표들이 실시간으로 제시된다면 분석할 거리가 많아질 거다. 이제 시작이니까 더 재밌어질 것 같다. 농구 쪽에서 일한다면 정말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현 씨는 "내년에는 더 수준이 높아지고 참가자도 많아질 것 같다. 프로농구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색다르다. 좋은 기회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길 바란다"며 "통계와 스포츠를 동시에 좋아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다.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를 사용하고 분석하는 게 추세 아닌가. 농구뿐만 아니라 야구, 축구 데이터 공모전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심사위원 6인이 B.A.Sketball(경재준 김동현 신민용 이석준 이유찬) 팀의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 이젠 KBL 차례, 세련된 반영을 기대한다 

비즈니스에 접목할 창의적 아이디어를 접수했다. 공단도 지원에 긍정적인 의사를 나타냈다. 이제 공은 KBL로 넘어갔다. 학생들의 어시스트를 얼마나 세련된 방식으로, 안정적인 시스템으로 완성하느냐의 문제다. 결과가 결승 3점슛이 될지, 클러치 턴오버가 될지는 연맹의 역량에 달렸다.

과제가 하나 더 있다. 공단에도 해당된다. 바로 공모전 알리기다. 데이터 대회라는 특성상 본선에 오른 이들의 절대 다수가 통계 전공자들이었다. 홍보 타깃을 치밀하게 설정했는지, 몰라서 못 나온 학생들은 없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3회 대회 규모가 커진다. 김종헌 팀장이 “어떤 루트를 통해 왔느냐”고 궁금해 하며 참가자들의 답변을 경청하는 장면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당장 KBL에 많은 걸 바랄 순 없다. 김선형(서울 SK)이 49점을 퍼부어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 않는 게 프로농구의 현실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데이터 활용 경진대회가 더 가치 있을지 모른다. 척박한 환경을 딛고 성과를 보인다면 스포츠산업 전반 나아가 집객을 목표로 하는 분야 어디나 주목할 이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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