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22:35 (화)
[SQ초점] 현대캐피탈 허수봉-이승원, 왜 '어벤져스' 일원인지 증명한 인생경기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상태바
[SQ초점] 현대캐피탈 허수봉-이승원, 왜 '어벤져스' 일원인지 증명한 인생경기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 김의겸 기자
  • 승인 2019.03.18 21: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충=스포츠Q(큐) 김의겸 기자] “허수봉을 위한 경기가 될 수도 있다.” (이종경 SBS스포츠 해설위원)

“이승원은 지금 프로에 와서 제일 잘하고 있다." (이재형 SBS스포츠 캐스터)

3년차 허수봉(21)과 5년차 이승원(26)이 나란히 ‘인생경기’를 펼쳤다. 믿고 기다려준 최태웅 천안 현대캐피탈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간절히 필요한 순간 터져줬기에 그 기다림은 더 값졌다.

 

▲ 현대캐피탈 허수봉(등번호 7)이 18일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 2차전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사진=KOVO 제공]

 

현대캐피탈은 1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파다르가 갑작스런 허리 통증을 호소해 이날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듯했다. 하지만 파다르 대신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나선 허수봉이 서브에이스 4개 포함 개인최다인 20점(공격성공률 62.5%)을 기록하며 완승을 견인했다.

허수봉은 3년 전 얼리드래프티(대학 졸업 전 프로 입단)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뒤 미들블로커(센터) 진성태와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올 시즌 후반기 부동의 주전 센터 신영석이 종아리 부상, 차영석이 발목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되자 최태웅 감독은 허수봉을 센터로 기용, 돌파구를 찾았다. 본 포지션이 윙 스파이커(레프트)인 그는 올 시즌 센터와 라이트까지 모두 소화하며 팀에 없어선 안 될 자원으로 성장했다.

1차전 홈경기에서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했던 파다르의 빈 자리가 클 것으로 예상됐다. 더구나 원정경기이기에 우리카드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허수봉이 예상을 뒤집고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점수만 많이 올렸을 뿐만 아니라 1세트 22-22에서 연속 3득점하며 아가메즈에 맞섰다. 2세트 초반 서브에이스 2개로 기세를 올리더니 3세트 4-2에서도 서브에이스를 꽂고 세리머니를 펼치며 장충체육관에 찬물을 끼얹었다. 

 

▲ 허수봉(가운데)과 이승원(오른쪽 첫 번째)은 스스로 왜 '어벤져스' 현대캐피탈에 일원으로 함께하고 있는지 증명했다. [사진=KOVO 제공]

 

1세트를 지켜보던 이종경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오늘 경기가 허수봉의 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3세트까지 훨훨 날아올랐다.

경기를 마치고 최태웅 감독은 “기대이상으로 잘해줬다. (문)성민이 무릎이 완전치 않아 무리가 올까봐 레프트로 보내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잘해줄 것이라 예상 못했다”며 “신장도 있고 리시브도 되는 레프트가 될 가능성이 있는, 팀에선 없어선 안 될 선수”라고 칭찬했다.

파다르가 챔프결정전 때 복귀해도 허수봉은 레프트와 라이트, 센터까지 어디든 들어갈 수 있기에 중용될 전망이다.

허수봉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TV 인터뷰에도 응했다. 경기를 마치고 그는 “감독님이 미칠 때가 됐다고 해서 겁 없이 했다”며 “1세트 22-22 때부터 공이 왔으면 하는 마음에 (이)승원이 형에게 계속 공을 달라고 했다”고 승부처를 돌아봤다.

허수봉은 이날 경기에 몰입했던 게 활약의 비결이라고 했다. “평소보다 점수판을 잘 안 보게 됐다”며 “우리는 백업이 강한 팀이기에 충분히 할 수 있다. 파다르가 뛰지 못하더라도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챔프결정전에 대한 자신감도 표했다.

경기가 끝나자 천안에서 넘어온 원정팬들은 “허수봉”을 연호했다. 그는 “몰입했는지 경기 중에는 함성도 잘 안 들렸다. 인터뷰가 끝나고 팬 분들이 함성을 질러주셨을 때 소름 돋았다”고 했다.

 

▲ 세터 이승원(왼쪽) 역시 허수봉 못지않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사진=KOVO 제공]

 

최태웅 감독이 코트 밖에서 허수봉의 자신감을 끌어냈다면 코트 안에서 허수봉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은 세터 이승원이었다.

SBS스포츠 중계진은 “이승원이 프로에 와서 가장 잘한 경기다. 우리카드 센터진은 완전 이승원 손바닥 안"이라며 완벽했던 경기운영을 극찬했다.

팬들의 질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이승원의 잠재력을 믿고 선발로 기용했던 최 감독은 “(이)승원이를 스타팅으로 기용하는 이유가 오늘 나왔다. 훈련 때 이 모습이 나오기 때문에 계속 스타팅에 넣었다. 언젠가는 나온다 하고 기다렸는데 그게 오늘 나왔다”며 기뻐했다.

최 감독은 6라운드 의정부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이승원의 잠재력이) 터질 듯 말 듯한 분위기가 있다”며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해나가면 포스트시즌에서 터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기대했다.

올 시즌 내내 세터진의 경기력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아 애를 먹었던 현대캐피탈은 이날 이승원이 폭발하며 챔프결정전을 앞두고 커다란 자신감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 어쩌면 절체절명의 위기일 수도 있었던 때에 허수봉과 이승원이 최 감독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며 본인들이 왜 ‘어벤져스’의 일원으로 함께하는지 증명했다.

이날의 자신감이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시작될 챔프결정전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보는 일은 배구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관련기사

주요기사
포토Q